이규형, "송강호·주진모·박혁권 선배 덕에 입체적 인물 창조 가능했다"[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4. 8. 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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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서 야망남 강성민 역 열연… 유약미와 카리스마 동시에 선사
'삼식이 삼촌'·'핸섬가이즈' 이어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연달아 선보여 
배우 이규형/사진제공=디즈니+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대표작 '비밀의 숲'과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인상 깊은 악역 연기를 펼쳐왔던 이규형이 새로운 인생작을 만났다. 이규형은 디즈니+ '삼식이 삼촌'에서 야망으로 똘똘 뭉친 국회의원 강성민 역을 맡아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복잡다난한 캐릭터를 멋지게 소화해내며 삼식이 삼촌 박두칠 역의 송강호와 팽팽한 연기 대결을 선보였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10부작이었어요. 4부까지 봤을 때도 너무 매력적 인물이어서 출연하고 싶었죠. 뒤로 갈수록 강성민의 과거가 드러나고 신연식 감독님이 강성민이라는 인물이 입체적으로 표현되도록 과거사를 잘 써주셨어요. 배우의 입장에서는 연기하기가 너무 편했죠. 또한 인물을 향항 동정심도 느낄 수 있게 표현됐고 입체적으로 표현됐기에 변요한 배우가 연기한 김산의 반대편 축으로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은 배우들의 아이디어를 많이 수용해 주셨어요."

'삼식이 삼촌'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모두가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변요한)이 만나 함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이야기를 그렸다. 이규형이 연기한 강성민은 강력한 차기 지도자 후보로 주목받는 국회의원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하며 개인사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삼식이 삼촌이 힘들고 더러운 일을 처리해준 덕분에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지게 됐다. 자신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  걸림돌은 가차없이 제거하고 짓밟는는 삶을 살던 중 주요 관계자들이 선을 넘는 무리한 요구를 해오고, 갑자기 나타난 김산과 대립에 놓이게 된다. 

배우 이규형/사진제공=디즈니+

"반대 측면이 살아야 입체적일수 있는 인물이었어요. 박두칠 앞에만 가면 유약하고 떨고 있잖아요. 트라우마도 있는 인물이죠. 단순하게 살인만 사주하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떄도 겉으로 세보이고 차가워 보이지만 평상시 말투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게 하자고 결정했죠. 평소에는 힘이 없고 지쳐있는 모습이 드러다는데 그런 면들로 입체감을 살릴려고 했다. 처음 인물의 래퍼런스를 비주얼적 측면에서 제안해주셨는데 의상감독님이 예로 보여주신 것이 제대로 차려입은 수트에 각잡힌 느낌이었어요. 제 생각과도 잘 맞아 떨어졌죠. 칼 같이 쓸어올린 헤어스타일도 이 인물이 부서질 때 더 강조될 거라 믿었어요."

삼식이 삼촌 박두칠 역의 송강호만큼이나 강성민도 상대하는 캐릭터가 많았기에 이규형은 권력 앞에 무릎 꿇는 모습부터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살인을 지시하는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의 폭을 연기하며 오랜 무대 활동을 통해 쌓아왔던 폭풍 같은 연기력을 뽐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그는 송강호, 주진모, 박혁권 등 상대역을 해준 선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감정을 제가 잘 조절했다기보다 선배님들 도움을 많이 받았죠. 주진모 선배님이 연기하신 안요섭 앞에서 제가 무릎꿇고 살려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제가 준비한 것이 2% 부족하게 느껴지고 갑갑했어요. 그런데 신 감독님과 강호 선배님이 이런 디렉션을 주셨어요. 어차피 오케이컷은 나왔으니 마음대로 한번 해보라고요. 감정에 계산을 두지 않고 흘러가는대로 연기했어요. 그랬더니 부족하다고 느꼈던 2%가 채워지는 느낌이더라고요. 투박한 연기톤이었지만 만장일치로 오케이를 받았죠. 막상 현장에서는 제가 해석한 연기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도 많아요.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상대방 리액션의 크기에 따라 제가 생각하지 못한 것이 나오기도 하고요. 연기라는 건 결국 앙상블이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진리가 다시 한번 깨달아졌죠. 이번에 특히 그랬어요."

권력을 가졌음에도 더 큰 권력을 탐하고 사회 정의 구현을 원하는 양 신의사라는 조직을 구성해 수괴가 되었지만 결국 제 한몸 배불리기 위해 삼식이 삼촌을 끊임없이 이용하기도 한다. 

배우 이규형/사진제공=디즈니+

"강성민은 삼식이 삼촌 앞에서 모든 감정을 드러냈던 것 같아요. 옥상 위에서 은밀히 삼촌을 만나 징징거리잖아요. '누구는 없애고 누구는 구하라'고 끊임 없이 지시하죠. 차태민에게 위협 받은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 삼촌에게 '빨리 죽여달라'고 하는 장면에서 에너지를 크게 썼어요. 그 외에는 강성민의 텐션과 움직임은 잔잔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래야 이 인물이 요동칠 때 그의 성향이 더 잘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크게 외적인 변화를 주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평소보다 3~4kg 정도 감량하며 예민해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강성민은 어릴 때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하고 어머니도 비극적 죽음을 맞았죠. 점점 타락해가며 자신의 대척점에 선 인물들을 제거해 나가는 그에 대해 천성적인 것이었다고 해석했어요. 김산과의 첫 대면에서는 자신보다 낮은 사람을 내리 까는 시선도 등장하죠. 강성민의 대사 뿐만 아니라 김산과 박두칠 등 모든 상대역의 대사까지 감안하며 인물을 만들어 갔어요."

'삼식이 삼촌'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모두가 삼식이 삼촌 박두칠과 성격이 다른 관계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중 강성민과 박두칠의 관계는 악어와 악어새에 비견할만한 애증으로 점철된 사이다. 극중 강성민은 끈임 없이 박두칠에 의존하면서도 자신의 정적들에 대한 살해 지시를 내린다. 이규형이 해석한 두 사람의 관계는 무엇이었을까. 

"안민철이 삼촌을 쓰겠다고 할 때도 최인규가 삼촌을 제거하라고 했을 때도 발끈합니다. 성민에게 삼촌은 엄마 같은 존재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성민이 어릴 때부터 업어 키우고 강성민이 어린 아기일 때 고열로 죽을 뻔한 걸 박두칠이 업고 몇 km 뛰어가서 구해준다는 스토리도 등장하죠. 그렇게 해준 존재임에도 강성민 본인이 흑화되고 변하면서 모두 의심하게 되죠. 마지막 죽기 직전까지 신의사의 위협을 피해 도망갈 때도 날 구해 줄 사람은 박두칠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마치 엄마이자 아빠 같은 존재인 거죠. 내가 부리는 수족처럼 대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이 사람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고 기댈수 밖에 없는 존재이죠. 김산도 삼식이 삼촌을 자신의 부친처럼 여기지만 삼식의 삼촌은 다른 누구의 삼촌도 아닌 제 삼촌입니다."(웃음)

배우 이규형/사진제공=디즈니+

강성민에게 박두칠이 부모를 대신할만큼 중요한 존재였다면 이규형에게도 송강호의 존재감은 컸다. 출연 결정부터 현장에서의 앙상블까지 송강호의 존재감은 이규형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텐트폴이라는 단어 많이 쓰시잖아요. 송강호 선배님은 이 작품에서 큰 기둥같은 존재였어요. 선배님과 연기하는 게 긴장되기도 했고 설레기도 했어요. 제가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에도 큰 영향이 있었죠. 송강호 선배님의 드라마 데뷔작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큰 영광이죠. '카지노' 또한 최민식 선배님의 드라마 복귀작이어서 의미가 컸어요. 그런데 제가 최 선배님의 젊은 시절을 맡았기에 함께 연기 호흡을 이루지 못해서 아쉬웠거든요. 이번에 송강호 선배님과 호흡하게 돼 뿌듯했죠. 선배님과 호흡을 주고 받으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선배님과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 제 어떤 측면을 깨부수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모든 리액션을 잘 살려 주시죠. 그 큰 기둥 아래서 저를 포함해 변요한, 서현우 등 모든 배우들이 다 자기 역량을 자유롭게 발산하면서 놀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규형은 지난 7월 개봉한 코믹 호러 영화 '핸섬가이즈'에서도 대단한 활약을 펼치며 흥행 공신에 이름을 보탰다. '삼식이 삼촌'에서는 전체 스토리라인에서 굵직한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의 감정이나 정서를 리드했다면 '핸섬가이즈'에서는 크지 않은 출연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웃음을 선사했다. 

"촬영을 한 건 좀 됐는데 '삼식이 삼촌'의 공개 이후 바로 개봉하게 돼 극과 극의 역할이 맞붙더라고요. 제작사에서 제안 해주셔서 참여하게 됐어요. 이성민 선배님, 이희준 형, 박지환 형 등과 함께 하게 돼서 너무 좋았죠. 영화 '나의 독재자'에서 제가 운동권 학생 역할이었고 박지환 형이 저를 고문하는 경찰이었는데 이번에는 형과 경찰 콤비로 열연했죠. 보통 어떤 캐릭터를 소화한 후에는 좀 반대되는 역을 맡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다음 번에는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1인 9역을 선보입니다. 기대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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