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중국의 삼성전자'… 더워질 때 꺾인 가전업체 주가 반등할까?

박수현 기자 2024. 8. 1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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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자오 차이나] 중국 대형 가전업체 '하이얼스마트홈'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올해 하이얼스마트홈 주가 추이.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중국의 삼성전자'라 불리는 가전업체 하이얼스마트홈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에 힘입어 강세였으나 소비 둔화의 영향으로 상승 모멘텀이 사라져서다. 현지 증권가에서는 하이얼이 여전히 장기적으로 유망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하이얼스마트홈(SHA:600690)은 전일 대비 0.11위안(0.46%) 오른 24.24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상하이종합지수는 내렸지만, 하이얼의 주가는 정부가 오래된 가전제품 등의 교체를 지원하는 '이구환신' 정책에 힘입어 1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한 달 동안은 주가가 9%대 빠져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3%대 하락)보다 큰 폭으로 내렸다. 일반적으로 에어컨과 선풍기가 많이 판매되는 여름은 가전업체의 성수기로 여겨지지만, 이번 여름에는 중국 소비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가전 수요도 줄어든 탓이 컸다.

1984년 설립된 하이얼은 중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전업체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주력제품으로 해 백색가전 업체로 불리며, 이외에도 주방가전과 소형가전 등 다양한 전자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하이얼은 2004년 한국에 진출한 것을 비롯해 160여개국에서 영업 중이다.

국내에선 다소 낯설지만 세계 각국에 이름을 알린 브랜드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하이얼은 지난해 세계 대형 가전제품 브랜드에서 소매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하이얼이 같은 통계에서 소매 판매 1위를 차지한 건 15번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에서는 가치투자 종목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10월 중국 언론에는 개인 투자자 후오칭린씨가 25년간 하이얼 주식을 보유해 1667%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후오씨는 1998년 하이얼에 30만여위안을 투자해 당시까지 배당금을 포함해 500만위안(약 9억 4595만원)가량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하이얼의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중국 주식을 거래하는 국내 투자자인 '중학개미'가 모여들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하이얼 주식을 146만4269달러(약 19억8672만원)어치 매수했다. 같은 기간 중국 주식 가운데 매수 41위였다.

16일 하이얼스마트홈 한국어 홈페이지의 브랜드 소개에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린다는 설명이 들어가있다. /사진=하이얼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 하이얼도 중국의 경기침체 영향을 피해 가진 못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내 에어컨 누적 생산량은 1억 5705만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지만, 에어컨 판매량은 3315만대로 11% 줄었고, 판매 규모도 1114억위안(약 21조735억원)으로 14.5% 줄었다. 냉장고도 생산량은 9.7% 늘었지만 판매량과 판매 규모는 각각 0.4%, 0.8%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중국 현지 언론에서는 하이얼이 넉넉한 현금 보유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을 위해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봤다. 하이얼은 지난해 12월 캐리어의 상업용 냉동 사업부를 7억7500만달러(약 1조520억원)에 사들였고, 지난달에도 남아프리카에서 온수기 사업을 하는 기업 ESA의 지분 100%를 9억8000만위안(약 1854억원)에 인수했다.

현지 증권가에서는 가전업체의 업황이 잠시 주춤하지만 하이얼은 여전히 매력적인 종목이라는 평이 나온다. 중국 선완훙위안증권은 "하이얼을 비롯한 백색가전 업종은 '저평가, 고배당, 안정적 성장'이라는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며 "단기적으로는 백색가전 업종의 성장 속도가 약간 둔화됐지만 장기적 가치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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