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의 끝 '나락', 여론조작의 끝 '사면'[법조팀장의 사견]
'여론 조작' 폐해 더 광범위…'사면된다' 잘못된 신호 우려
[편집자주] 사견(私見)이란 개인적 생각을 뜻합니다.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독자들과 나눠 보려 합니다. 사견(邪見)은 지양하겠습니다.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농구대잔치와 프로농구 출범으로 농구가 큰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 서장훈, 현주엽, 이상민, 허재 등 지금도 회자되는 슈퍼스타들이 이때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이장호 어린이 눈에는 한 명만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바로 기아의 전성기를 이끈 '허-동-택' 트리오 중 한 명인 강동희 선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에 찔러넣는 패스로 상대편 코트를 휘젓는 그의 플레이는 반에서 키 작은 것으로 1, 2번을 다투는 어린이의 마음을 뺏었습니다.
그런데 강동희 선수 같은 전설 반열에 오르던 선수도 한순간에 농구계에서 영구 퇴출당하게 됩니다. 바로 승부조작에 연루돼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입니다.
스포츠계에선 종족을 불문하고 승부 조작이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동희와 같은 레전드급 선수들이 나락으로 가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 그리고 공정한 승부를 기대했던 팬들의 마음을 배신하는 승부조작은 스포츠에서 절대 용서받지 못하는 범죄입니다.
지난해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 경기를 앞두고 승부조작에 연루된 인사들을 '기습 사면'했다가 결국 철회했던 것은 승부조작 사범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 팬들의 비난이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와 정치권으로 돌아와 봅니다. 스포츠에 승부 조작이 있다면 정치에는 여론 조작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여론에 극히 민감합니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탄핵에 망설이던 여당도 광화문에 매주 쏟아져나오는 국민을 보고 탄핵 추진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 여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의 익명성에 숨어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듯합니다. 최근 10년간 여론 조작 사범들이 잊힐 만하면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수 정권 때 국정원과 군인, 경찰 등 국가 인력을 동원한 댓글 공작이 자행됐습니다. 민주당 시절에도 여론 조작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였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댓글 조작 혐의가 최종 유죄로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 여론조작 사범들에 대한 대통령의 대대적인 특별사면·복권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등으로 징역 14년 2개월이 확정됐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22년 12월 감형됐다가 이번 광복절에는 잔형 집행 면제 및 복권이 됐습니다. 경찰을 동원한 여론 조작을 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복권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스포츠계는 승부조작 사범은 다시는 그 업계에 돌아올 수가 없는데 여론조작 사범들은 너무나 쉽게 죄 사함을 받았습니다.
여론 조작은 민의 왜곡 시도, 조작된 여론에 힘입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범죄입니다. 그 병폐는 스포츠 경기에 한정해 영향을 미치는 승부 조작 사범과 비교할 때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큽니다.
그런데 정부는 여론 조작을 심각한 범죄라 생각하지 않고, 사소한 '잘못'으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법무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보도자료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국정 수행 과정에서의 잘못으로 처벌받았으나, 장기간 공직자로서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한 주요 공직자들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등을 사면함으로써 정치·이념을 넘어선 통합과 화합의 기회 마련'
'특히 그동안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론 왜곡 관련자들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
여론 조작 사범들이 국정 수행 과정에서 단순히 '잘못'을 저질렀고,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했으니 큰 문제는 없다는 인식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여론 조작은 민의를 왜곡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범죄로 단순한 '잘못' 정도로 치부하긴 어렵습니다. 탕평으로 사면했다고 이를 합리화할 수 있는 성질의 범죄가 아닙니다.
이번 여론 조작 사범들에 대한 대통령의 대대적 특별사면 및 복권 조치가 여론 조작을 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현재 여론 조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머지않은 미래에 여론 조작을 꿈꾸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풀려난다'는 신호 말입니다.
ho86@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한달 120 줄게, 밥 먹고 즐기자"…편의점 딸뻘 알바생에 조건만남 제안
- 지퍼 열면 쇄골 노출 'For You♡'…"이상한 옷인가?" 특수제작한 이유에 '반전'
- "순하고 착했었는데…" 양광준과 1년 동고동락한 육사 후배 '경악'
- 숙소 문 열었더니 '성큼'…더보이즈 선우, 사생팬에 폭행당했다
- 미사포 쓰고 두 딸과 함께, 명동성당 강단 선 김태희…"항상 행복? 결코"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
- '나솔' 10기 정숙 "가슴 원래 커, 줄여서 이 정도…엄마는 H컵" 폭탄발언
- '55세' 엄정화, 나이 잊은 동안 미모…명품 각선미까지 [N샷]
- "'누나 내년 35세 노산, 난 놀 때'…두 살 연하 예비신랑, 유세 떨어 파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