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집값 강한 상승세, ‘증시 폭락=불황’ 공식 깬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2024. 8. 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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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의 경제와 투자] 주택가격지수 역사상 최고치 경신… 금리인하 기대로 주담대 금리도 내려
[GettyImages]
최근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주택시장 분위기는 정반대인 것 같다. 4월 기준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그래프1 참조). 글로벌 주택가격지수는 세계 26개 주요국의 주택 가격을 집계한 것인데, 중국을 제외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주택시장은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 오르면 경제활동 활발해져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이 함께 붕괴되는 경우에는 심각한 불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지만, 부동산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보일 때는 상대적으로 불황 위험이 적다. '그래프2'는 경기 순환과 나스닥시장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주가 폭락 사태가 항상 불황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11~2012년에는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주가 조정이 대단히 강력했지만 경제성장 용광로를 꺼뜨리지는 못했다. 더 나아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전후한 주가 폭락, 2018년 미·중 무역분쟁 충격도 불황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주택시장 붐에서 찾을 수 있다. 주택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거래량이 증가하면 경제활동이 활발해진다. 보유한 자산가치가 높아질 때 가계 씀씀이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사할 때 자동차와 가구·가전제품 같은 내구재 소비도 늘어난다. 더 나아가 신축 주택 착공 증가는 인테리어 수요 회복으로 연결되기에 각종 연관 산업 매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음에도 선진국 주택시장이 강세를 띠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이민이다. 선진국의 경우 외국 태생 인구가 매년 약 4%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기록상 가장 빠른 속도다. 특히 미국이나 한국 등 많은 나라에서 불법 이민도 급증하고 있어 공식적인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선진국으로 유입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새로운 이주민은 상대적으로 젊고 또 적극적인 구직자라는 특징을 갖는다. 이들은 낙관적인 미래 소득 전망을 바탕으로 집을 구입할 가능성이 크며 강력한 임대 수요를 일으킨다.

두 번째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진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저금리 환경에서 대출을 받은 이들은 시장금리의 상승 충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더 나아가 최근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신규 대출 금리가 내려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선진국 노동시장의 호황이다. 얼마 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Generation Z is unprecedentedly rich(Z세대는 유례없이 부유하다)' 기사에 소개된 바와 같이 미국과 유럽 젊은 세대는 강력한 호황을 만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0년 발생한 유럽 재정위기로 고통받던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의 청년 실업률이 급락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가장 직접적 원인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과거에 비해 노동시장 내 경쟁이 약화된 점을 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오랜 불황에 저물가 구조가 정착하면서 관광산업이 부흥한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유례없이 부유한 미국과 유럽 젊은 세대

여기에 더해 최근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한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내 약 75bp(1bp=0.01%p)의 정책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고, 이 영향으로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1일(현지 시간) 6.73%에서 8일 6.47%까지 떨어졌다.

물론 아직도 위험 요인이 곳곳에 숨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치열한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어떤 돌발 이슈가 발생할지 모르고, 중동 전쟁의 공포가 시장을 집어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까지 주어진 정보들을 종합하면 "미국 경제가 부동산시장의 호조 덕분에 급격한 불황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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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이코노미스트·프리즘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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