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겸 정치인' 조국당 이규원…퇴직도 징계도 불가능한 이유

김기성 기자 이밝음 기자 2024. 8.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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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출금 사건'으로 형사기소…사표 수리·징계절차 중단
비례 낙선 후 복귀거부…"판례·법 악용 반복 우려…입법 필요"
이규원 대구지검 부부장검사(왼쪽·조국혁신당 대변인)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과 참석자들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3.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기성 이밝음 기자 = 이규원 조국혁신당 대변인(사법연수원 36기)이 현직 검사 신분(대구지검 부부장검사)을 유지하면서 정당 활동을 지속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변인은 정계 진출을 희망하는 공직자가 사직원을 제출하면 이를 사표 수리로 간주하는 대법원의 '황운하 판례'를 근거로 자신의 정치활동에 법적 문제가 없고 자신이 아직 선거 후보자 신분이라고 주장하며 검사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황운하 판례란 대법원이 지난 2021년 당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도 출마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을 말한다.

법조계에선 이 대변인 사례를 시작으로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공직자가 '황운하 판례'를 악용해 정계에 진출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며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학의 불법 출금' 재판에 발목 잡힌 이규원 사표와 징계

이 대변인은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참여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막은 사건으로 2021년 4월 기소됐다.

이 대변인은 해당 사건 2심 재판 중이던 지난 3월 22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법무부에 사직원을 제출했지만 법무부는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한 법무부의 검사 징계 절차도 중단됐다. 국가공무원법과 검사징계법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제78조의 4는 형사 기소된 공무원의 퇴직을 제한하고 있다. 검사징계법 제7조의4는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경우 징계사유가 있는지 대검이 확인하게 돼 있다. 같은 법 24조는 징계 사유와 관련해 탄핵 소추 또는 공소 제기가 있을 경우 그 사건이 완결될 때까지 징계 심의를 멈추도록 규정한다.

공무원이 징계를 면하기 위해 사직을 하는 것을 막고, 법원의 유무죄에 대한 최종 판단을 근거로 징계를 내리기 위한 취지의 법안들이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순번 22번으로 출마했으나 국회 직행에 실패했다.

법무부는 이 대변인이 총선 당일까지 신청한 질병휴직의 만기를 앞두고 업무복귀명령을 내렸지만 이 대변인은 응하지 않았다. 그는 면직 처리가 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봉급은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대검은 최근 이 대변인이 현직 검사 신분으로 정치활동 하는 것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대검은 감찰에서 그간 이 대변인의 무단결근 등을 종합해 징계를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전망이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형사사건 있던 검사는 징계받고 사표가 나중에 처리됐지만 그렇다고 출근을 안 하진 않았다"면서 "이런 사례(이규원 사례)는 좀 특이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전 부부장검사 2021.10.15/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입법자도 상상 못했을 상황"…판례와 현행법 모순이 원인

이 대변인은 지난달 25일 법무부에 "지난 3월 국회의원 선거 입후보 목적으로 사직원을 제출했고 공직선거법 제53조 4항에 의거 사직원 수리로 간주돼 비례대표 후보 입후보했다"면서 "비례대표 후보는 22대 국회 임기 종료 시까지 후보자 명부에 등재된 후보자로 승계권이 보장되므로 제 선거는 계속 중"이라고 입장문을 전달했다.

비록 22대 총선에서 국회로 직행하는 것은 실패했지만 언젠가 비례대표 앞 순번이 의원직을 잃어 후순위로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거 후보자 신분이 유지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황운하 판례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했다"면서 "해당 판례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도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지, 낙선 이후 정당 비례대표 명단에 이름만 올리는 것만으로 사직 처리됐다고 생각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이 대변인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사직서만 내면 출마할 수 있다는 판례(황운하 판례)가 있고 아직 선거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 판례로 형사소추돼 사직 수리가 안 된 공무원의 출마를 막을 수 없고, 사실상 정치 활동을 계속 하고 있는 공무원의 사직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입법 공백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이 대변인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A 변호사는 "고의로 법망의 허점을 파고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과거 법을 만드는 사람도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 건 맞다"면서도 "형사소추 상태에서 사표를 내고 비례대표 후보에 올라 계속 선거 상태를 유지하는 사례가 더 안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판사 출신 B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에서 사표를 낸 날 수리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은 사표 수리를 전제로 하는 내용"이라면서 "사표 수리가 불가능한 공직자가 사직서 냈다는 이유로 출마할 수 있다는 건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의 충돌을 야기한다"며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oldenseagu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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