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은 저 때문에 못 채운거죠” 한화 출신 150km 파이어볼러가 KIA에서 환골탈태…2025년, 무르익는 기대감[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5이닝은 저 때문에 못 채운거죠.”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 KIA 타이거즈 우완 김도현(24)이 팀의 5선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역시 야구는 예상한대로 풀리지 않는다. 이의리가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고, 윤영철도 척추 피로골절로 재활 중이다.
올해도 토종 선발진에선 대투수 양현종만 익숙한 자리에서, 제 몫을 한다. 작년부터 대체 선발을 자주 맡아온 우완 황동하의 성장세는 구단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그러나 김도현이 이 정도로 해줄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30경기서 3승5패3홀드 평균자책점 5.44. 물론 성적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윤영철의 이탈 후 꾸준히 선발로 나서기 시작하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철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한 덕분에 패스트볼 스피드가 최고 150km까지 올랐다. 한화 이글스 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구속이다.
여기에 선발 등판을 거듭하면서 선발투수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조금씩 채워나간다. 정재훈 투수코치, 이동걸 불펜코치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도움도 받고, 김도현도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김도현은 패스트볼 평균 148km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투심을 고루 던진다.
16일 잠실 LG 트윈스전서 4⅓이닝 3피안타 5탈삼진 3사사구 1실점했다. 5회까지, 투구수 80개가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150km 패스트볼을 뿌렸다. 아직 경기운영능력, 완급조절 등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지만, 투박해도 빠른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5회에 주자가 나가자 김도현을 교체해 버렸다. 이범호 감독이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을 반 타이밍~한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가는 스타일이긴 하다. 더구나 이번 LG 3연전은 1위 사수에 중요하다. 이범호 감독은 웃더니 “5이닝은 저 때문에 못 채운거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범호 감독은 “5이닝은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 공 개수도 5이닝 던져도 1~2타자 더 던질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볼이 많아지는 느낌을 받아서 일찍 교체했다. 80구에서 내리게 했는데, 솔직히 너무 잘 던졌다”라고 했다.
경기상황에 따른 보수적 판단을, 이범호 감독은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김도현이 투구내용이 좋을 때 5이닝을 더 채워보는 경험을 했다면 미래를 위해 더 좋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KIA의 1위 수성이 가장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이범호 감독은 “LG를 상대로 저 정도 구위로, 잠실에서 많은 사람 앞에서 그 정도의 능력을 보여줬다면, 앞으로 훨씬 큰 선수로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80구가 다 됐는데도 150km 넘게 던졌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로 발돋움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의리는 내년 상반기 복귀를 장담할 수 없다. 윤영철도 현 시점에선 미래의 행보를 전혀 점칠 수 없다. 양현종은 언제 기량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점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서 미래의 희망을 밝힐 만한 우완 선발투수가 1명도 아니고 2명이나 나왔다. 2025년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KIA 마운드 최고의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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