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8일 ‘쌀의 날’…쌀 가공식품, ‘구원투수’로 제역할 하려면
밥쌀소비 줄고 가공품 수출 늘어
해외시장 맞춤형 상품개발 중요
원료곡 안정공급망 구축도 필요
공공부문서 연구·개발 지원해야
농가·업체간 계약재배 활성화도
2015년 제정한 ‘쌀의 날’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그간 국내 쌀시장 상황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2015년 62.9㎏이었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해 56.4㎏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처럼 소비부진이 심각한 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쌀 감산 정책도 걸음마단계이다 보니 매년 공급과잉이 되풀이되고 있다. 결국은 새로운 수요 창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마저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12일 농협 미래전략연구소가 주최한 ‘2024년 쌀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도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 신수요 확대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 해외에서 원하는 쌀 가공식품은 다르다=밥쌀용 소비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쌀 가공식품은 쌀산업의 구원투수로 불린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에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억1630만달러로 전년 대비 18.9% 증가했다. 올 상반기 쌀 가공식품 수출액 역시 1억369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680억달러) 대비 41.4% 뛰었다.
식품업계는 쌀 가공식품의 수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현지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단순히 한식을 통한 쌀 가공식품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김숙진 CJ제일제당 글로벌 상온 밀 카테고리 담당 상무는 “‘햇반’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선 백인들이 백미로 만든 ‘햇반’을 가장 즐겨 먹는다”며 “스테이크에 감자나 파스타 대신 흰 쌀밥을 곁들이는 등 현지식으로 먹는 비율이 60% 정도고, 쌀밥으로 아시안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토마토·커리맛 밥을 먹는 경우도 많아서 우리나라처럼 식감이나 향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며 “쌀을 건강한 탄수화물 공급원으로 여기는 인식이 미국에서도 늘고 있는 만큼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음식 스타일에 맞게 제품을 설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대 한국식품연구원 가공공정연구단 박사는 “쌀로 만든 영유아식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큰 베트남에서 현지 조사한 결과 소비자가 원하는 영양성분, 소비 성향 등이 우리나라와 다르게 나타났다”며 “수출 지역별·대륙별 소비층 분석을 통해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세한 쌀 가공식품업체가 많은 만큼 제품 연구·개발(R&D)에 공공부문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른다. 정광호 아이엔비솔루션즈 대표는 “(정부 지원 등으로) 쌀가공식품 소재 개발과 가공기술 고도화가 뒷받침돼야 쌀 가공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 들쭉날쭉한 원료 조달…산업 성장 막는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쌀 가공식품업체의 전체 쌀 구입량 가운데 정부양곡이 차지하는 비중은 69.8%에 달한다. 정부양곡은 쌀 수급 상황과 정부 재고량에 따라 공급 변동성이 큰 만큼 공급량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부양곡을 활용하는 업체들은 일정하게 제품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박민서 국순당 기업마케팅팀장은 “가령 1년에 막걸리를 생산하는 데 쌀 100㎏이 필요하다면 이 물량이 매년 일정하게 공급돼야 판매 계획을 세우고 시장 활성화에 집중할 수 있는데, 어떤 해는 60㎏만 공급된다”며 “원료곡 공급 감소로 제품 생산량이 줄어드는 일이 잦아지면 결국 제품 브랜드가 사장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탓에 정부양곡 공급체계를 보완하는 것과 더불어 민간양곡 공급체계를 구축·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승준호 농경연 곡물경제연구실장은 “원료곡을 적정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밀제품 대비 쌀 가공식품의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일본은 ‘쌀 신시장 개척 등 촉진사업’을 통해 농가와 쌀 가공식품업체 간 계약재배를 기반으로 가공용 쌀 조달체계를 구축하고 비용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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