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선조들도 일본여행 열풍...거금 들여 찾은 ‘핫플’ 보고 깜놀 [여프라이즈]
한 번씩 궁금할 때가 있지요. 옛날 여행. 그래서 갑니다.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이번 편은 백투더퓨처, 그 옛날 ‘여행 늬우스’ 입니다. 준비되셨나요? 벨트 매셨죠? 지금부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갑니다.
최초의 엘리베이터 경험기. 이것도 흥미롭다. 지금이야, 여행지 호텔마다 그저 이동수단으로 생활속에 스며들었지만, 처음 ‘엘리베이터’가 등장했을 당시, 공포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여행 늬우스’ 기록을 보면 주미공사로 파견된 박정양 일행이 생생한 첫 경험기를 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팰리스호텔에 도착했을 때다. 그 당시 상황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는 기록이 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 시작하자 우리 조상님들은 “지진이다!”를 외치면서 새파랗게 공포에 질려 알렌 선교사를 붙잡았다는 것. 그 후 다른 호텔에서는 항상 ‘엘리베이터’라는 ‘가마’가 필요 없는 낮은 층의 방을 달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2. 놀라운 세계일주 스토리
■ 배를 놓쳐서 하게 된 세계일주
배를 놓쳐서 계획에 없던, 말도 안되는 세계여행을 했다는 얘기, 들어보셨는지. 역사 속 여행은 이렇게 뜬금없이 우연처럼 이뤄진다. 러시아 황제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조선 대표로 파견된 민영환의 스토리다.
원래 코스는 이랬다. 중국에서 바로 러시아로 직행. 그런데 변수가 생긴다. 배를 놓치면서다. 이후의 일정은 그야말로 세계일주가 된다.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캐나다(!)도 가보고, 다시 대서양을 건너서 온 유럽을 지나 모스크바에 이르렀다는 것. 심지어 돌아갈 때는 지금도 살인적(?) 일정으로 유명한 ‘시베리아 열차’를 탔다고 한다.
민영환의 코스를 다시 한번 정리해 드린다.
민영환은 상해-요코하마-밴쿠버-뉴욕-런던-플러싱-베를린-바르샤바를 거쳐 모스크바를 방문했다.
귀국은 이르쿠츠크-바이칼호-치타-하바로프스크-아무르강을 거치는 시베리아 횡단노선을 택했다.(10월21일 귀국) 6개월 21일간의 긴 여정이었다.
지구를 동으로(1차), 서(2차)로 한바퀴씩 돌았으니 민영환은 한국 역사에서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인물이었던 셈. 그것도 지구를 두바퀴나 돈…. 외교성과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일주를 한 인물임은 틀림없다.
그거 아시는지. 남북 분단 전에는 열차를 타고 독일까지 오갈 수 있었다는 것. 지금 우리가 그렇게 꿈꾸는 유라시아 철도가 가능했던 시절이다.
1920년 결혼 후 27년에 유럽으로 떠났던 나혜석이라는 여성의 스토리도 놀랍다. 전세계 일주를 한 기록의 대한민국 여인으로 남아 있다. 남녀칠세 부동석인 시절. 경성역에는 부인용 대합실이 따로 있었다. 부부끼리도 따로 대합실에서 기다리던 시절. 나혜석은 신랑과 함께 부인 대합실을 이용, 유럽행 열차에 오른다. 당시 1년8개월23일간 세계일주를 마치고 미국과 유럽를 두루 돈 뒤 한국땅으로 컴백한다.
3. 최초로 영화를 접하다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떤 집에 들어갔는데, 별안간 벽에서 광선이 비치면서 사람이 갔다.”
영화를 본 최초의 조선인, 바로 민영환이다. ‘광선이 비치면서, 사람이 갔다’는 이 문장은 민영환이 ‘해천추범’이라는 책을 쓰면서 남긴 기록이다. 캄캄한 집에 광선이 비치면서 사람이 움직였다는 것을 보니 아마도 여행 중 영화관에 들렀던 모양이다. 이렇게 발전된 서구 문물을 접한 그는 조선으로 돌아와 개혁 정책을 추진하려 한다. 하지만 을사조약으로 인해 그 꿈은 물거품이 된다. 결국 ‘자결’로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엔저까지 겹치면서 요즘 최고로 핫한 여행지 일본. 100년 전의 사람들도 우리처럼 일본을 즐겨 갔다는 기록이 있다.
자세히 뜯어보니, 이게 놀랍다. 코스나 먹거리가 100년째 일치하고 있다는 것. 마치 평행이론처럼 겹친다. 신문 등 각종 기록을 종합하면 오사카, 교토, 도쿄 등 익숙한 도시들을 다녔고, 스시, 카레라이스, 우동, 커피 등을 먹었다고 한다.
물론 여행 비용은 천양지차다. 당시 일본을 한 번 방문하는데 드는 비용은 보통 120원가량. 현재 가치로 환산하자면 500만~6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5. ‘200원짜리’ 대만 여행도 스타트
“년말과 년시의 휴가를 리용하야 려행하려는 단체가 늘어가는 터인데…(중략)…째팬 투리스트 쀼로 주최의 대만시찰단은 일월이일 아츰 경성을 출발할 터인 바 회비는 일백팔십오원이오 십사일간 예정인데, 벌써 정원 이십오명은 확정되게 되엇다 한다.” ‘려행’ ‘째팬 투리스트 쀼로’. 옛날스러움이 폭발하는 1932년의 신문 기사 내용이다.
185원으로 14일의 대만 여행을 할 수 있다니 싸 보인다고? 185원. 현재 돈으로 환산하면 700만~900만원의 거금이 된다. 1930년대에 이르러 사설 여행사나 단체여행 상품들을 통해 제도화되었지만 일반인이 해외여행을 하기에는 많은 부담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6. 교수님의 세계여행
연희전문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였던 이순탁은 안식년을 맞아 세계 일주 여행을 떠난다. 이후 이 여행기를 조선일보에 기고하며 ‘최근 세계 일주기’라는 독특한 제목의 한국인 최초의 세계여행기를 펴낸다.
이순탁 교수의 여행 기간은 총 9개월. 콜롬보, 카이로, 케임브리지, 리버풀, 더블린, 보스턴 등등 지금 들어도 생소한 많은 나라를 두루 훑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식민지 지식인이자 경제학자였던 저자가 1930년대의 서구의 문화 및 대공황기의 세계사 현장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사진 넘길수록 선명하게 보이네”…황당 이혼설 지연 근황 ‘눈길’ - 매일경제
- “10억 내고 감옥서 풀려났다”…서장훈 앞에서 1200억원 자랑한 이 남자 - 매일경제
- 1133회 로또 1등 13명, 21억원씩…당첨 번호 ‘13 14 20 28 29 34’ - 매일경제
- “내가 빨래하러 온 건지”…‘안세영 사태’ 터지자, 김연경 발언 재조명 - 매일경제
- 암 예방효과 커피의 반전…하루 4잔 이상 마시면 ‘이 질병’ 걸릴 확률 쑥 - 매일경제
- 필리핀 여행 갔다 봉변…한국인 관광객, 2인조 노상강도 흉기에 부상 - 매일경제
- “아파트 한채 빌려 매춘부 집어넣더니”...믿기지 않는 비밀 프로젝트의 실체 [Books] - 매일경제
- “강남 엄마들 사이 인기 폭발”…필리핀 이모 100명 보낸 ‘이 남자’ - 매일경제
- “좋아 자연스러웠어”…포도 수확하는 노인, 알고 보니 서리였다 [영상] - 매일경제
- ‘개막전 개막포는 이강인이 쏩니다’…왼발 환상 감차로 3분 만에 시즌 1호골 쾅!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