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책] 파인으로 돌아온 ‘캐릭터 제조기’... 범죄도시 ‘마석도’·카지노 ‘차무식’ 만든 강윤성 감독

박용선 기자 2024. 8. 18.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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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과 현장서 캐릭터란 자식 낳고 길러”
‘파인’으로 도전...보물 도굴하는 착한 악당들 이야기
내년 7월 디즈니플러스서 공개...류승룡, 임수정, 양세종 출연
‘카지노 시즌3′는 현재 구상 중
영화감독이라는 하나의 꿈만 가지고 살아왔다. 이 꿈 하나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강윤성(53) 감독은 영화, 드라마 속 캐릭터를 잘 그려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7년 데뷔작 영화 범죄도시 1에서 ‘시원한 한방 액션’ 마석도와 ‘빌런’ 장첸이란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드라마 카지노 시즌 1, 2(2022, 2023년)에선 ‘최강 깡다구’를 지닌 차무식과 얍삽한 정팔 캐릭터를 그려냈다.

강 감독은 46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범죄도시(상업영화 기준)로 데뷔했다.

그는 “대학 2학년부터 각본을 쓰고 연출을 동시에 하는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약 25년이 지난 뒤에 범죄도시로 데뷔했다”고 말했다. (2006년 ‘신중현의 라스트 콘서트’로 데뷔했지만 다큐멘터리였다.)

강 감독은 “범죄도시 이전까지 각본을 쓰고 영화를 제작하려 했지만 투자를 받지 못하고 엎어지는 게 반복됐었다”며 “40대 초반이 되니 현실의 벽이 부딪혔다. 구두, 옷 장사를 하며 당장 먹고살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심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범죄도시도 2013년부터 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당시 그에겐 범죄도시가 마지막 도전이었다. 범죄도시는 누적 관객 688만명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기준 ‘내부자(2015년)’, ‘친구(2001년)’에 이어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드라마 ‘파인’으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강 감독은 “캐스팅한 배우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다”며 “배우와 끊임없이 논의하며 캐릭터를 변화시키고 만들어 나간다”고 말했다.

이번 파인에서 강 감독이 어떤 캐릭터를 그려낼지 기대되는 이유다.

파인은 1970년대 전라남도 신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보물선 사건을 모티브로 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범죄 드라마다.

보물을 도굴해 돈을 벌려는 악당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악당들이 바로 배우 류승룡, 임수정, 양세종이다. 강 감독은 아직 파인을 촬영 중이라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살짝 ‘스포’는 했다. “그들은 착한 악당들이다. (청순한 이미지의) 배우 임수정의 새로운 변신도 있다.”

파인은 오는 10월 촬영을 마무리하고, 내년 7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된다. 다음은 강 감독과의 일문일답.

강윤성 감독

―'파인’은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범죄 드라마로 보물을 찾는 성실한 악당들의 이야기다. 사실 부제가 ‘촌뜨기’였다. 부제는 빼기로 결정했지만, 드라마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대변한다. 드라마 배경인 1970년대는 대부분 사람이 먹고살기도 어려운 시대였다.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나쁜 악당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 악당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캐릭터에 집중하면 좋겠다. 류승룡, 임수정, 양세종 배우 등 각 인물이 보물을 탈취하려는 목적이 다 다르다. 각 인물이 지닌 스토리를 보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양세종, 임수정, 류승룡 등 ‘파인’에서 보물을 도굴하는 악당들로 출연하는 배우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3명의 주연 배우는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나.

“아직 촬영 중이라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10월 촬영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더 많은 배우가 출연해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기대해 달라.”

―캐릭터를 잘 그려내는 감독으로 유명한데, 비결은.

“대본에 있는 내용보다 배우의 성격을 관찰하고 캐릭터를 그려내려고 한다. 시나리오상 캐릭터를 이미 만들었지만, 캐스팅한 배우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고,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촬영 현장에서도 대본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대본 리딩 단계 전까지도 배우들과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지 등을 논의한다.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조연, 단연 모두 마찬가지다. 배우들과 함께 캐릭터란 자식을 낳고 기른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사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 아니다. 배우의 감정과 배우가 현장 그 장면에서 하는 말이 더 중요하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가 옷을 입고 섰을 때 그 상황 속 감정에 맞게 자기 언어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카지노’ 최민식의 깡다구 캐릭터를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나.

“카지노 각본을 쓸 때 취재한 인물이 그랬다. (강윤성 감독은 각본과 연출을 모두 한다.) 이름도 ‘무식하게 돌진한다’는 뜻으로 차무식으로 지었다. 그런 캐릭터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최민식 배우와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 물론 최민식 배우와 본인의 스타일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이동휘 배우가 연기한 카지노 정팔의 경우, 원래 내가 구상했던 캐릭터는 묵직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역에 이동휘 배우를 캐스팅하고 배우에 맞게 캐릭터를 다시 탄생시켰다. 특히 차무식과 정팔의 ‘티키타카’가 재밌을 거로 생각해 묵직함보다 다소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로 바꿨다.

영화, 드라마 속 캐릭터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그 캐릭터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이야기가 전개되고 촬영을 하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범죄도시의 강력반 형사 마석도(마동석), 범죄 조직 두목 장첸(윤계상)도 배우와 끊임없이 논의하며 촬영 현장에서 만들어낸 캐릭터다.”

강윤성(오른쪽) 감독이 '카지노' 촬영 당시 현장에서 배우 최민식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파인도 캐릭터가 계속 성장하나.

“그렇다. 이미 각본은 다 썼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상상 속 인물이 형상화된다.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실제로 그 인물이 성장한다. 시나리오의 방향이 있고 그대로 가긴 하지만, 촬영하며 시나리오 속 사건 등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그러면서 캐릭터도 성장한다.”

―배우 임수정의 변신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기존 청순한 이미지가 강했는데, 파인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미지,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카지노 시즌 3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현재 구상 중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글을 쓰진 않고 있다. 개봉 등 시기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파인을 먼저 잘 마무리하겠다.”

―영화, 드라마 소재는 어떻게 찾나.

“영화, 드라마의 이야기를 만들 때 누군가의 증언,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에 속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이런 세상, 이야기가 있구나’라며 궁금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카지노, 범죄도시 모두 그랬다.

파인의 경우 과거 웹툰을 너무 재밌게 봐서, 이야기를 내가 다른 식으로 바꿔서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영화, 드라마를 만들며 관객에게 뭔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보다 새로운 세상,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강윤성 감독이 각본·연출한 ‘범죄도시’. 사진은 주연 배우 마동석.

―파인은 범죄도시 이후 카지노에 이은 두 번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드라마다. 코로나19 이후 OTT가 콘텐츠 시장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 이런 콘텐츠 플랫폼 변화는 어떻게 보나.

“음악 시장에서 카세트테이프가 디지털 기반 저장 매체인 CD로 넘어간 것처럼 콘텐츠를 유통하는 미디어, 플랫폼도 변하고 있다. 극장용 영화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온라인 기반의 OTT로 그 시대 흐름이 넘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을 역행할 수 없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OTT에 적합한 시리즈물을 연출하고 동시에 극장에 적합한 영화도 연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 변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

―영화, 시리즈 드라마를 연출할 때 차이가 있다면.

“가장 큰 차이는 이야기의 길이감이다. 영화는 약 2시간 안에 임팩트 있게 이야기를 기승전결로 전개해야 한다. 드라마는 긴 이야기를 매회에 마무리하는 거라 호흡이 길다. 장점도 다르다. 시리즈물은 인물을 깊이 있게 보여줄 수 있고, 영화는 사건 위주로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다.”

―끊임없는 도전, 인내 등 배운 것도 있을 것 같은데.

“겪어봐라. 쉽지 않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늦게 데뷔를 하니,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 때 뚜렷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했던 젊었을 때와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사실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게 됐다. 이는 과하지 않고 진짜 같은 연기, 캐릭터에서 시작된다. 이를 통해 관객을 이야기에 집중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음악, 미술, 촬영 기법 등이 이야기를 방해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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