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인다" 협박 당했는데…"한글 모르면 고소도 못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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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서울의 한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청했지만 "한글로 본인이 직접 고소장을 쓰라"는 경찰의 말에 결국 고소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C 경찰서 과장은 "조사 시에는 통역을 지원하고 있지만 고소장은 외국어 가능 직원을 붙여주고 한글로 쓰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D 경찰서 형사과에서는 "한글 고소장을 제출하라"는 경찰 말에 외국인이 도와달라고 하자 "본인이 알아서 하셔야 한다"고 거절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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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긍긍' 외국인들 지인·번역기 동원…"홍보·교육 필요"
(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1 해외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귀국한 A 씨(75). 그는 지난달 아래층에 사는 50대 남성으로부터 물이 샌다며 "XX 년, 죽여버린다" "감옥 보내줄게" 등의 협박 문자 20여개와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서울의 한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청했지만 "한글로 본인이 직접 고소장을 쓰라"는 경찰의 말에 결국 고소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A 씨는 "외국에선 변호사지만 한글로 고소장은 못 쓴다"며 하소연했다.
1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범죄 피해를 본 외국인이 한국어를 몰라도 외국어로 고소장을 쓸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217조에는 외국인이 고소, 고발할 때 외국어로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어가 서툴 수밖에 없는 외국인이 피해 사실을 한글로 작성하기 어려우니 자기 나라 말로 쓸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외국인은 이 같은 제도의 존재를 모른 채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인과 동행하거나 번역기를 사용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작년 말 성범죄 피해를 본 중국 국적 주 모 씨는 "그나마 의사소통이 가능한 동생을 경찰서로 불러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레바논 국적의 한 30대 여성은 "한국에 11년 살았는데도 법적 용어는 거의 모른다"면서 "경찰서에서 '위임' 뜻을 몰라 번역기에 의존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경찰은 한국어 고소장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시 외국어 가능 직원이나 통역인을 붙여 주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C 경찰서 과장은 "조사 시에는 통역을 지원하고 있지만 고소장은 외국어 가능 직원을 붙여주고 한글로 쓰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D 경찰서 형사과에서는 "한글 고소장을 제출하라"는 경찰 말에 외국인이 도와달라고 하자 "본인이 알아서 하셔야 한다"고 거절한 일도 있었다.
외국인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마중외국인센터 부대표 김주형 변호사는 "한국인은 고소장을 자유롭게 내는데 외국인은 그렇지 못하다"며 "외국인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현장 경찰들은 외국어로 고소장이 접수될 될 수 있는지 모를 것"이라며 "외국인 인구가 지금처럼 많아진 게 얼마 되지 않아 인지가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문화 사회를 맞이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홍보, 교육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외국어 고소장 접수 등으로 경찰 업무 과다도 우려하고 있다.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국인 법률 지원 인력 및 서비스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민센터에서 법률 상담을 하는 이제호 변호사는 "외국어 고소장 접수 시 경찰이 또 번역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상당히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려 경찰 업무가 과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은 통역만 있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는데 보다 전반적인 법률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우 교수는 "특정 언어가 가능한 외사 경찰을 채용하거나 일부 경찰서는 자체적으로 민간 통역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활성화가 안된다"며 "신청하면 서비스를 받기까지 기간도 오래 걸리고, 일부 경찰은 모르는 경우도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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