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잃는 흡연자"…금연구역 확대, 흡연부스 설치 '동상이몽'
업계 "지자체·개별 소유주 협의…신규 설치 반발 부담"
(서울=뉴스1) 김명신 기자 = "흡연자들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네요."
술과 담배는 나라의 주요 세원이기도 하지만 '국민건강'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정부 차원의 책임론을 둘러싼 딜레마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특히 담배를 둘러싸고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상반된 목소리는 여전히 사회적 어젠다(agenda)가 되고 있는데요. 담배 규제를 두고 또 한 번의 잡음이 예상됩니다.
바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인데요. 실외 흡연장 존폐를 두고 '흡연구역'에 대한 공론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17일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시설 경계선 10m에서 30m 이내로, 초중고교 시설 30m 이내 등 교육 시설 중심으로 금연 구역이 확대됐습니다. 전국 주요 오피스 거점을 중심으로 직장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이 마련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30m' 제한으로 실외 흡연장이 줄줄이 폐쇄됐습니다.
개정을 둘러싸고 SNS상에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한데요. 정부 취지에는 찬성한다는 의견과 비흡연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도 공감한다는 내용이 다수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설 곳을 잃은 흡연자들에 대한 대체 흡연장 없이 폐쇄만 강행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온라인 게시판 등에는 "세금은 많이 내는데 흡연구역을 마련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흡연자가 죄인도 아니고, 너무 내모는 거 아닌가요" 등 성토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담뱃값 세금을 활용한 흡연 부스 마련 등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입니다.
현재 담뱃값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개별소비세 2885원에 폐기물 부담금, 연초안정화기금 등이 포함된 3300원이 세금입니다.
일각에서는 담배 제조사들이 흡연 부스를 마련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나옵니다. 그러나 담배 업체들은 난색을 표합니다. 흡연 장소 축소에 따른 담배 판매량 감소도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흡연 부스를 자체적으로 설치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현재는 지자체에서 특정 운집장소나 다중이용시설 등을 특정해 실외 흡연 부스 설치를 요청할 경우, 회사는 유동인구나 밀집도 등을 고려해 공익 차원에서 검토 후 설치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즉, 업체들의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ESG 경영에 따른 공익적인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죠.
이는 현실적인 장벽 때문입니다. 지자체에서 흡연 부스 설치를 요청하거나 해당 장소가 공공건물 혹은 장소의 경우에만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지자체 운영 시설이 흡연 부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자체 협의를 통한 승인이 필요한 부분인 셈이죠.
공공장소가 아닌 경우에는 개별 장소나 건물의 소유주와 각각 조율에 나서야 합니다. 법 개정으로 (위치상)폐쇄 조치되는 공간을 보수해 이용할 수 없으며, 신규 흡연 부스 설치 역시 주변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흡연 부스도 우후죽순입니다. 서울 성동구의 경우 현재 자체적으로 9개 부스를 운영하고 있는 반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강남구는 한 곳도 없습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담배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흡연 부스는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으며 회사 측이 (부스)설치하고 문제가 생기면 과태료만 부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승인이나 절차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강남구의 흡연 장소는 각 집합물 소유주의 운영 권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담배업체들이 쉽게 흡연 부스를 마련할 수 없는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흡연 장소가 줄어든다고 해서 흡연자가 즉각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그에 앞서 흡연자 권리에 대한 문제 제기나 비흡연자 간 갈등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내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큰 만큼, 국민건강부담금의 투명한 관리를 통한 '세금 권리'를 느낄 수 있는 합법적 중재안이나 현실적인 조치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lil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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