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80%는 중국"…미국의 제재 속에 커진 파운드리 업체[차이나는 중국]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 상무부가 거래제한 리스트에 올리면서 대만 TSMC와의 거래가 중단됐고, 세계 1위 삼성전자를 위협하던 스마트폰 사업을 몇 년간 접다시피 했다.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0월에는 △18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6/14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히면서 대중 반도체 제재를 본격화했다.
같은 해 미중 양국의 AI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자 미국은 인민해방군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H100 등 엔비디아 AI 칩의 중국 수출을 막았으며 엔비디아는 사양을 낮춘 중국 전용 AI칩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첨단반도체 개발이 어려워진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서 제외된 구형(레거시)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자, 지난 5월 미국은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 관세도 현행 25%에서 50%로 올린다고 밝혔다. 미국은 첨단기술 경쟁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의 숨통을 막으려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숨구멍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중국 1위 파운드리업체 SMIC다. 지난해 8월말 화웨이는 7나노칩을 탑재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하며 스마트폰 업계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 7나노칩도 SMIC가 생산했다.
아직 트렌드포스가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순위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SMIC는 UMC와의 격차를 약 0.5%포인트로 확대하며 3위를 지킨 것으로 보인다. 각 사의 2분기 실적발표를 확인한 결과 SMIC의 매출은 19억130만달러로 UMC(17억5000만달러), 글로벌파운드리스(16억3200만달러)를 앞질렀다.
1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넘사벽이지만, 중국 파운드리업체가 3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건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중국의 화홍반도체도 점유율 2.2%로 6위를 기록했다. 화홍반도체의 주력 공정은 28나노 이상인 레거시 반도체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는 SMIC가 전담하고 있다.
2분기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자. SMIC는 이달 9일 자오하이쥔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석한 가운데, 2분기 실적 발표 및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매출은 앞서 언급한 대로 19억13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8.6% 증가했으며 매출 총이익(gross profit)은 2억7000만달러로 10.6% 늘었다. 매출 총이익률은 13.9%로 작년 동기(20.3%) 대비 6.4%포인트 하락했다. 회사는 매출 총이익을 강조했지만, 각종 수익과 비용을 반영한 후의 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9.1% 급감한 1억6500만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없는 SMIC가 수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화웨이 등 중국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의 재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7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SMIC는 한 단계 낮은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활용해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7나노 칩을 생산하고 있지만, 높은 비용으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제재 이후 SMIC가 중국 고객사에게 집중하고 있음은 지역별 매출 비중을 봐도 잘 나타난다. 2분기 중국 비중이 80.3%에 달했으며 미국이 16%, 유럽·아시아가 3.7%를 차지했다. 제품별 매출 비중은 소비전자 제품 비중이 35.6%로 가장 높고 그 다음은 스마트폰(32%), PC·태블릿(13.3%)순이다.
중국 정부의 지원 없이는 이런 수준의 설비투자는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가 SMIC를 지원하는 이유는 SMIC가 없으면 화웨이가 설계한 첨단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화웨이가 내놓은 AI칩 '어센드(Ascend) 910C'를 생산하는 기업도 SMIC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IT기업들은 7만개가 넘는 어센드 칩을 주문했으며 금액은 20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들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3위를 굳히고 있는 SMIC는 앞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컨퍼런스 콜에서 자오하이쥔 CEO는 3분기 매출은 13~15% 증가, 매출 총이익률은 18~20% 구간으로 전망치를 제시했다.
자오 CEO는 근거로 "지정학적 영향으로 인해 현지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주요 제품 분야에서 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12인치(300㎜) 웨이퍼의 생산량이 부족해서 가격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영향'과 '현지화 수요'가 핵심 키워드다.
결국 SMIC의 성장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말미암은 측면이 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화웨이가 TSMC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나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자르려는 미국과 반도체 자립을 꿈꾸는 중국의 쫓고 쫓기는 게임은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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