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신인왕'은 김택연…이제는 KBO 新 역사까지 단 2SV 남았다, 두산 슈퍼루키의 '위대한 도전'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니퍼트, 오승환 다음이다"
두산 베어스 김택연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 3-2로 근소하게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동안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5세이브째를 손에 넣었다.
두산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순위의 지명권을 김택연에게 행사했다. 인천고 시절부터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린 것은 물론 2023 WBSC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에서는 혹사 의혹에 휩싸일 정도로 중용을 받았던 만큼 두산은 큰 고민 없이 김택연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계약금으로 전체 1순위 황준서(한화 이글스)와 같은 3억 5000만원을 안길 정도로 큰 기대를 품었다.
아직도 1년차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 김택연의 재능은 '진짜'다. 프로 무대를 밟기도 전부터 일본 퍼시픽리그 1위로 우승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4번 타자' 야마카와 호타카를 비롯해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김택연은 시범경기 3경기에서도 2개의 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양의지는 소프트뱅크와 스페셜매치가 끝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택연이가 마무리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는 말들이 많은데, 나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한다.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할 것 같다. 구단에서 좋은 선수를 뽑아줬다. 아직 어린데, 잘 성장한다면 큰 무대에도 갈 수가 있는 선수인 것 같다. 자신의 공을 (오)승환이 형처럼 던진다. 그냥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가는데, 최근 본 신인 중에 최고의 투수가 아닌가 싶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의 모습은 조금 아쉬웠다. 김택연은 데뷔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1이닝 2피안타 3사사구 2실점(2자책)으로 부진하는 등 3월 3경기에서 아쉬운 투구를 거듭한 끝에 4월 일정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한차례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복귀 후 김택연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보여주던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되찾았다. 김택연은 4월 한 달 동안 8경기에 등판해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펄펄 날아올랐고, 5월에도 1승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9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셋업맨'으로서 차곡차곡 경험을 쌓은 김택연은 6월부터 본격 두산의 '뒷문'을 담당하기 시작했고, 더 눈부신 임팩트를 남기기 시작했다. 김택연은 6월 12경기에서 1홀드 5세이브 평균자책점 0.84라는 압권의 성적을 남기며 마무리로 자리를 잡았고, 7월에도 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0.90의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17일 경기 전까지 8월 4경기에서 1승 3세이브를 수확하는 등 올해 49경기에서 3승 1패 4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1.88로 신인왕에 '김택ㅇ'까지 썼다.
김택연이 승승장구의 길을 걷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똑같은 150km의 공을 던지더라도 다르다는게 양의지의 설명이다. 양의지는 "(김)택연이는 자세히 보면 코너에다가 정말 정교하게 던진다. 어린 선수 같지 않게 노련미가 있다. 다만 공이 몰리면 맞는 경우가 있지만, 보더라인에 들어오는 어렵게 던지는 피칭을 하기 때문에 상대 타자 입장에서 직구를 노리더라도 치기가 어렵다. 알고도 못 친다"며 "직구는 내가 받아 본 니퍼트, 오승환에 다음이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17일 김택연은 신인왕은 물론 KBO 역사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서는 경기를 선보였다. 두산이 3-2로 근소하게 앞선 9회말 당연히 경기를 매듭짓기 위해 김택연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택연은 이닝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오재일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후속타자 황재균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이때 김택연은 김상수를 상대로 3루수 방면에 땅볼을 유도하며 병살타로 이닝을 매듭짓는 것처럼 보였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김상수의 타구가 위즈파크의 조명에 들어가면서 3루수 이유찬이 낙구 지점을 파악하지 못하면서 1, 2루 위기 상황에 놓인 것. 급기야 김택연은 배정대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를 자초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흔들림은 없었다. 김택연은 신본기를 상대로 1B-2S에서 4구째 152km 직구를 뿌려 삼진을 뽑아내며 한숨을 돌렸고, 이어 나온 박민석도 4구째 150km 직구를 통해 체크스윙 삼진을 뽑아내면서 1점차의 리드를 지켜내며 15세이브째를 손에 넣었다. 양의지가 극찬한 직구를 통해 'KK'로 이닝을 매듭지은 것.
이 세이브로 김택연은 이제 KBO 고졸 루키 새역사를 앞두게 됐다. 역대 고졸 신인 최다 세이브 기록은 16세이브로 前 롯데 자이언츠 선수이자 現 1군 매니저 나승현이 보유하고 있는데, 김택연이 1개 차이로 좁혀내는데 성공한 것. 남은 경기에서 1세이브를 보태면 '타이', 2개를 추가할 경우 KBO 역사가 새롭게 쓰인다. 아직 정규시즌 일정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신기록 작성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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