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한 한인, 사건 당시 영상 공개돼
조울증을 앓던 미국 뉴저지의 한인 여성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장면이 담긴 보디 캠(body cam·경찰관 몸에 부착하는 카메라)이 공개됐다. 약 3분가량의 영상에는 경찰이 여성에게 경고한 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총을 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때 피해자가 손에 칼을 들고 있었는지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16일 뉴저지주(州) 법무장관 매튜 플래킨은 서로 다른 각도에서 찍은 영상 4개와 맨 처음 911에 들어온 신고 녹음을 공개했다. 4개 영상은 모두 지난달 28일 새벽 경찰이 뉴저지 포트리의 빅토리아 이(26)씨 집에 진입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공개된 자료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해보면 이 날 새벽 이씨의 오빠는 911에 “여동생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데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신고했다. 이씨 가족에 따르면 이씨는 2017년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당시 교환원은 “구급차와 경찰관이 갈 것”이라고 했는데 오빠는 “구급차만 보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교환원은 “정신 건강 관련 신고에는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경찰도 함께 보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첫 통화가 끝났다. 오빠는 다시 전화를 걸어 “출동을 취소해달라”고 했지만 “정신 건강 관련 전화는 취소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이씨 오빠는 “여동생이 작은 칼을 갖고 있지만 그 칼로 누구를 위협하지는 않다”고 상황을 설명하며 “접이식(foldable) 칼이고 그냥 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과잉 대응을 할까 봐 염려한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급박하게 흘러갔다. 오전 1시 25분 포트리 경찰서에서 나온 토니 피켄스 주니어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는데 집 안에는 이씨가 어머니와 있었다. 이씨는 “문 닫아”라고 소리쳤고, 곧이어 문이 닫혔다. 이어 최소 4명의 다른 경찰이 도착했다. 피켄스는 큰 소리로 “문을 부순다. 문 열어라”고 했지만 이씨는 집 안에서 “해봐라. 당신을 찌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쏘고 싶으면 쏘라”고 했고 경찰은 “우리는 당신을 쏘고 싶지 않다. 당신과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피켄스가 몸으로 문을 열었을 때 이씨는 19L (5갤런) 짜리 물병을 들고 있었다. 경찰은 “칼을 버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고 이후 총이 한발 발사됐다. 이씨는 가슴에 총을 맞고 신음 소리를 내며 쓰러졌고 경찰은 이씨를 문밖으로 끌어내 구급조치를 취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이씨는 오전 1시 58분 사망판정을 받았다.
영상에는 총이 발사된 뒤 한 경찰이 “칼이 어디에 있느냐”고 외쳤고 다른 경찰이 “여기”라고 답하는 장면은 나온다. 하지만 경찰이 문을 열었을 때 이씨가 칼을 손에 들고 있었는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검찰은 “현장에서 칼이 회수됐다”고 했지만 경찰 진입 시 이씨가 칼을 들고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유가족 측은 칼은 아파트 현관문에서 약 2미터(7피트)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CNN은 “네 개 영상에는 이씨가 총에 맞았을 때 칼을 들고 있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뉴저지주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공권력에 의한 사망이 발생할 경우 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 법에 따라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마크 소콜리치 포트리 시장은 “주 법무부 장관이 정한 절차가 있으니 여러분 모두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시길 부탁한다”고 했다. 현지에서는 “경찰이 정신 건강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출동했을 때 대응하는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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