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면 입원, 금주 각서' 쓴 남편…왜 아내 살해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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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마시기로 약속했잖아요."
A 씨(63)는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이 한마디에 33년 넘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아내를 살해했다.
평소처럼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술에 취해 귀가하는 A 씨를 보고 각서를 보여줬다.
아내는 아파트 계단까지 뒤쫓아와 80곳이 넘는 흉기 부상을 입힌 A 씨의 참혹한 범행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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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후 은폐 시도…1심 징역 12년→2심 17년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술 안 마시기로 약속했잖아요."
A 씨(63)는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이 한마디에 33년 넘게 부부의 연을 맺었던 아내를 살해했다.
지난 1월 16일 오후 7시쯤 광주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일이다.
공무원이었던 A 씨는 약 30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언어장애가 생겼다. 일을 그만둔 그는 점차 술에 의존하는 삶을 살아갔다.
아내는 묵묵히 남편과 자녀들의 생계를 홀로 책임졌다.
아내는 A 씨가 잦은 음주로 알코올성 간경화 증세를 겪고, 암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는 생업마저 제쳐두고 남편을 간병할 정도로 가정에 헌신했다.
그러나 A 씨의 음주로 인한 폭력적 언행이 더욱 심각해졌다.
가족들은 A 씨의 건강을 생각해 음주 문제에 대한 병원 입원치료를 권유했다. A 씨는 입원을 완강히 거부했다. '다시 술을 마시면 병원에 입원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각서 작성일로부터 약 2개월간 술을 끊었던 A 씨는 사건 당일 인근 식당을 찾아가 다시 술병을 땄다.
평소처럼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아내는 술에 취해 귀가하는 A 씨를 보고 각서를 보여줬다.
A 씨는 곧장 흉기를 휘둘렀다. 아내는 아파트 계단까지 뒤쫓아와 80곳이 넘는 흉기 부상을 입힌 A 씨의 참혹한 범행에 세상을 떠났다.
A 씨는 현장을 그대로 방치했다. 아내에 대한 아무런 구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과 검사는 각각 양형부당을 이유로 즉각 항소, 2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2형사부는 지난 13일 원심을 파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생명은 한 번 잃으면 다시는 회복될 수 없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하고 존엄한 가치로, 살인죄는 대상이나 이유를 불문하고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범행은 잦은 음주로 자필 각서까지 작성했던 피고인이 또다시 술을 마시고 귀가하자 배우자인 아내를 추격해 살해한 것"이라며 "피해자는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공포 속에 약 33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남편의 손에 생을 마감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처참한 모습 그대로 방치했고 유족들은 가정에 헌신했던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고통에 있다. 양형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책임에 비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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