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격증 없어도 '자공고' 교장 된다…교원단체, 일제히 반대
지역 기관 임직원 자녀 우선선발엔 '현대판 음서제'
(서울=뉴스1) 권형진 기자 = 정부가 교장 자격증은 물론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교장이 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교원단체가 일제히 반대 의견을 밝혔다. 자공고에 지역 기관이나 기업의 임직원 자녀를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자공고에 개방형 교장 공모제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는 자공고 공모교장에 기존 내부형뿐 아니라 개방형을 추가한다는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지난달 1일 입법예고하고 12일까지 의견을 받았다. 현재 자공고는 '내부형 교장 공모'를 할 수 있는데 이를 '개방형'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둘다 교장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지만 내부형은 교사 자격증은 있어야 한다. 개방형은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교장이 될 수 있다. 직업계고인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공립 일반고 중에서 지정하는 자공고에 개방형 교장 공모제를 도입하겠다는 교육부 방안에 보수·진보 교원단체 모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교조는 교육부에 낸 의견서에서 "단순 실무 경력 3년만 보유한 사람을 교장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자공고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매우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자공고는 자율성이 보장되는 학교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국가교육과정과 공교육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일반계 고등학교"라며 "자공고 교장 직위에는 교육활동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높은 이해도, 풍부한 학교 현장 경험, 교원으로서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자공고는 마이스터와 다르게 대학 진학과 입시에 관심 있는 학생이 진학한다"며 "2억 원이나 되는 예산 지원, 특목고·자사고 수준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부여하는 특례를 적용하므로 교육과정 및 학교 교육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종합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적 식견이나 경험보다 명성과 인지도에 의존해 교육적 마인드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개방형 교장으로 임용될 경우 학교 행정 경험 부족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교사 출신이 아닌 외부인, 일반직의 교장직 진출을 위한 도구화도 우려된다"고 했다.
교사노조는 "지역자원 활용을 이유로 개방형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 초보자에게 자율적 교육과정 운영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을 맡기는 것"이라며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교육과정 이해가 지역자원 활용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학교 특성에도 맞지 않는 자공고의 개방형 교장공모제 시도는 교육부의 몰이해와 무책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지역 기관·기업 임직원 자녀 우선선발도 '특혜입학' 우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공고 입학정원 중 일부를 지역 기관이나 기업의 임직원 자녀로 우선 선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특혜 입학', '현대판 음서제'라며 우려했다.
교사노조는 교육부에 낸 의견서에서 "자공고에 지역기관 임직원 자녀의 특혜입학을 제공하는 것은 '현대판 음서제'와 다름 아니다"며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국가 교육 재정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 일부를 자공고로 지정하는 동시에 특정 직업을 지닌 부모의 자녀에게 특혜를 주겠다는 것"이라며 "단순히 특정 기업 직원의 정주 여건 개선이나 지역 기관 지원의 성격을 넘어서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직결되는 과도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교총은 따로 의견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검토에서 "특례입학 또는 현대판 음서제라는 우려와 비판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협약기관의 자격 등에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교육감 승인 및 교육부 동의 절차 마련, 입학 비율 상한선 제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in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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