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한채 빌려 매춘부 집어넣더니”...믿기지 않는 비밀 프로젝트의 실체 [Books]
강압적 설득기술 세뇌 파헤쳐
중세부터 현대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온 세뇌
SNS가 퍼뜨리는 가짜뉴스도
악마의 얼굴 감춘차 여론 왜곡
신간 ‘세뇌의 역사’는 미국의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조작하는 강압적 설득 기술인 세뇌의 역사를 파헤친 책이다. 잔혹한 고문부터 수면 박탈, 사상 주입, 기억의 제거와 복원, 납치, 사이비 종교의 집단 자살, 오늘날 가짜뉴스와 소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세뇌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그러면서 비인간적이고 구시대적 방식으로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인 세뇌가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조명한다.
‘세뇌(brainwashing)’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놀랍게도 제2차 세계대전 때다. 당시 중앙정보국(CIA)에서 심리전 선전 전문가로 일했던 기자 에드워드 헌터는 그의 보도에서 세뇌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헌터는 중공군의 구금에서 풀려난 중국인과 서양인들을 인터뷰하면서 세뇌의 과정을 ‘외부에 잔악행위를 드러내지 않고 수감자를 살아 있는 꼭두각시, 분별없는 공산주의 자동 인형, 이른바 인간 로봇으로 변환시키는 과정’으로 봤다. 이 용어는 뇌리에 쏙 박힐 정도로 자극적이었고 덕분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1950년대부터 1960년대에 걸쳐 진행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프로젝트 중에는 아파트 한 채를 빌려 매춘부를 고용하고, 고객들을 대상으로 몰래 약물을 탄 음료를 복용하게 하거나 공중에 에어로졸 형태로 약물을 뿌리는 실험도 있었다. 원하는 정보를 캐내는 데 환각물질인 LSD가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중국과 북한에 억류된 미군 포로들 중 자유세계로 귀환하지 않은 군인들이 등장하면서 공산 진영의 세뇌 공작에 대항해 꺼낸 특단의 프로젝트였다.
1978년 11월 18일, 가이아나의 외딴 개간지에서는 미국 시민 908명이 단 4시간 만에 한꺼번에 사망했다. 10세 미만의 유아도 약 300명이나 됐다. 인민사원의 집단 자살 사건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녹음 테이프에는 모두가 ‘아버지’ 또는 ‘아빠’라고 부르는 인물 짐 존스가 그의 추종자들에게 청산칼리 혼합물을 마시도록 타이르는 음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시길 거부하거나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부모가 주사기로 입안에 독극물을 주입했을 정도로 극악무도했지만 이 모든 과정은 사이비종교 광신도들이 자발적으로 자행한 일이었다. 역시 끔찍한 세뇌의 결과다.
신경과학의 발전도 세뇌의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높다. 이제 신경과학자들은 기술을 활용해 기억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을 넘어 기억을 조작할 수도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사람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가짜 기억을 뇌 기억 저장 공간에 이식하는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영화 속 상상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개인의 뇌에서 특정한 기억을 제거하는 일도 가능한 시대가 됐다. 기억은 컴퓨터 암호나 다이얼 자물쇠처럼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탓이다. 이를 역이용하면 기억은 과학의 힘을 빌려 충분히 조작될 수 있다.
저자 조엘 딤스데일은 “인터넷 사용으로 우리는 이제 훨씬 더 빠르게 ‘귀를 거짓 보고들로 틀어막을 수 있게 됐다”며 “21세기의 신경과학과 소셜 미디어의 발전이 훨씬 더 강력한 설득 도구를 만들어낼까봐 두렵다. 그 위험을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경고했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기억이 왜곡되거나 사라지고, 세뇌의 위험에서 자신을 지키려면 넘쳐나는 정보를 끊임없이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당신이 SNS 등에서 보고 듣고 믿고 있는 세상은, 어쩌면 가랑비에 옷 젖듯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꾸며진 것일 수도 있다.
조엘 딤스데일 지음, 임종기 옮김, 에이도스 펴냄,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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