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폴] ‘동결’ vs ‘인하’ 엇갈린 전문가들… 소수의견 등장 주목

최온정 기자 2024. 8. 1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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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73% “동결”… “수도권 집값 급등세 주목”
27%는 “인하”… “내수 부진·고금리 피로 심화”
전문가 11명 중 9명은 ‘소수의견 1~2명 등장’ 예상
年 GDP 2.4~2.5%, 물가 2.4~2.7% 조정 가능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증권사 전문가 11명 중 3명은 한국은행이 오늘 22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보다 25bp(1bp=0.01%포인트) 낮은 3.25%로 낮출 것으로 예측했다. 여전히 과반수(8명)는 동결을 전망하고 있지만, 지난 금통위를 앞두고 전문가 전원이 동결을 전망한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2명에 불과했다. 전문가 대다수는 금통위의 결정과는 다른 소수의견이 1명 이상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가파른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금융 불안 위험은 커졌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낮아지면서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나온다.

한은이 이번에 발표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물가 전망치를 수정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제각각이었다. 전문가 10명 중 6명은 한은이 종전 성장률 전망치였던 2.5%를 유지할 것으로 봤고, 나머지 4명은 2.4%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봤다.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2.4%부터 2.7%까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 응답자 72.7% “금리 동결”… 인하의견 올해 첫 등장

조선비즈가 18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1명 중 72.7%(8명)는 오는 22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연 3.5%로 동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머지 27.3%(3명)는 기준금리가 연 3.25%로 인하될 것으로 봤다. 과반수 전망대로 금리가 결정된다면 기준금리는 지난해 2·4·5·7·8·10·11월과 올해 1·2·4·5·7월에 이어 이번까지 13회 연속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에 주목했다. 최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중 46%는 종전 거래가격과 비교해 높은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은 상승거래 비중이 6월 50.3%에서 7월 51.7%로 오르면서 2개월 연속 절반을 넘겼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꺾이지 않는 가계대출도 동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12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5조5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월별 증가 폭은 4월 5조원, 5월 6조원, 6월 5조9000억원에 이어 4개월 연속 5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집값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을 자극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수경기 부진과 대외 통화정책 기대 급변으로 완화 압력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2분기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를 기반으로 한 수도권 부동산 가격상승 같은 금융안정 요인을 이유로 이번 달에는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금리 동결을 전망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세는 정부가 공급대책을 내게 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조선비즈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인하 의견이 등장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6%)이 통화당국이 설정한 기준금리 인하 가능 영역(2%대 중반)에 진입하는 등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장기간에 걸친 고금리로 인한 경제 주체들의 피로감이 높아진 데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0.2%)를 기록하면서 내수 부진이 확인됐고, 지난 7월 회의에서 한은이 물가 안정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만큼 금리 인하 명분은 충족됐다”면서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제적 금리인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 소수의견 등장 유력… 年 GDP·물가 전망 조정 가능성

동결과 인하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 만큼, 소수의견 등장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전문가 9명이 소수의견 등장 가능성을 예상했는데, 그중 금리 동결을 예상한 6명은 인하를 요구하는 소수의견이 1명 나올 것으로 봤다. 금리 인하를 점친 3명은 동결을 요구하는 소수의견이 1~2명 등장할 것으로 봤다. 나머지 2명은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의견 1명이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면서 “연초부터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3개월 후 금리 수준에 대한 금통위원의 전망을 취합한 것)를 통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지난번 회의에서 이창용 총재가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하락했다고 지적했으므로, 시장의 기대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만장일치 동결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연말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11명 중 6명은 3.25%를 예상했다. 25bp씩 금리를 내린다고 할 때 한은이 올해 총 1회 금리를 낮추리라고 본 것이다. 나머지 5명은 한은이 연말까지 2회 금리를 낮춰 최종금리가 3.00%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정서희

이번 금통위에서는 올해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전망 수정치도 공개된다. 한은은 지난 5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을 2.5%, 물가 상승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2분기 GDP가 -0.2%를 기록하면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생겼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로 유지하거나 2.4%로 낮출 것으로 봤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수출 회복세를 감안해도 내수 부진 영향 등으로 성장률은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내수 부진 등으로 인해 한은이 성장률 눈높이를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물가 전망에 관해서는 판단이 엇갈렸다. 일부 전문가는 물가 상승률이 2.4%까지 낮아질 것으로 봤고, 또 다른 전문가들은 2.7%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가 상승률 둔화를 예상한 백윤민 연구원은 “물가 상방 요인들이 일부 남아있지만, 예상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물가가 상승했던 작년 하반기의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하방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물가 상승률 확대를 예상한 김성수 연구원은 “가스·전기 등 공공요금이 올라가고 소비가 개선되면 수요가 세질 것”이라면서 “이번에 수해로 농작물 공급이 줄어든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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