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수달, 서울에도 살아…“한국 수달 유전자 알아야 일본도 복원”
일본 학자 통해 수달 접한 뒤 보호협회 설립
수달 배설물의 DNA 분석해 개체 수 확인
“대마도 수달은 한국 유전자 계통, 복원 모색”
하늘이 유달리 맑던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로의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행사였다. 이날 등장한 아기 수달 2마리는 2022년 각각 대전 유성구와 부여군에서 생후 1개월 때 구조됐다.
아기 수달들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기 어렵다는 전문가 판단에 따라 서울어린이대공원 수달관에 자리 잡았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1호 수달 박사인 한성용 한국수달보호협회 대표도 참석했다. 어린 수달 한 쌍이 건강을 되찾고 대공원에 안착하기까지 모든 단계에 관여한 ‘수달 아빠’다.
한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우연한 계기로 수달을 접했다고 말했다. 대학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던 중 수달을 조사하겠다고 한국에 온 한 일본 학자를 만난 것이다. 수달은 일본에서 이미 멸종한 상태였다. 그는 일본 학자를 따라다니다가 한국은 아직 수달이 살고 있지만 국내 연구나 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대표는 한국 수달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연구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수달에 대한 관심은 연구로 끝나지 않았다. 한 대표는 1999년 수달 관리단체인 한국수달보호협회를 설립했고, 이후 수달 서식지의 보존을 맡는 한국수달연구센터의 센터장도 맡았다. 이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수달 전문가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대체 불가능한 수달 전문가가 됐다.
–한국에 사는 수달은 얼마나 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체 수를 측정할 수 없다. 수달을 포함한 포유류는 대부분 은신성 동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는 단위 면적 당 하늘을 나는 개체를 세는 방식으로 전체 개체 수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지만, 포유류는 숨어 지내는 데다 물과 땅, 하늘처럼 다양한 서식지를 오가며 살기 때문에 파악하기 어렵다.”
–자주 미디어에 나오다 보니 다들 수달이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동물들은 땅에 살다 보니까 개체 수가 많을 수 있지만, 수달은 강이나 하천을 따라 선 형태의 서식지에 산다. 만약 강원도와 전라남도 섬진강에서 수달이 발견되면 일반적으로는 강원도부터 섬진강까지 모든 지역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달은 그 사이 하천에만 살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개체 수가 적다.”
–그래서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건가.
“하천에서만 살 수 있는 종이라 생태적으로 취약하다. 하천이라는 영역은 사람들이 자꾸 개발해서 사용하려고 하는 공간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서식지 상황이 좋지 않으면 주변 360도 중 어느 쪽을 선택해 이동할 수 있지만, 수달은 서식지가 선 형태라 선택지가 두 방향뿐이다.”
–개체 수를 파악할 방법은 없나.
“현재로서는 수달 배설물에 남은 DNA를 분석해 특정 서식지의 개체 수를 알아낼 수 있다. 이를테면 대청댐에서 배설물을 수집해 유전자를 분석하면 그 일대의 개체 수와 가계도를 확인할 수 있다. 단 유전자가 잘 보존된 신선한 배설물이 있어야 가능하다”
지난해 2월 한국수달보호협회는 유전체 분석업체인 마크로젠과 함께 서울 한강 일대에 수달 15마리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배설물 속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해 개체 수와 성별, 개체들의 가족 근연관계를 확인했다.
–후속 연구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지난해 서울에서 수달 개체 수를 확인한 뒤에 서울시에 수달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축소해 달라고 제안했다. 서울시 자문위원으로서 보호 조치의 기본적인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서식지 개선 사업을 시작해 시공하는 단계가 남아있다.”
–한국수달보호협회는 또 어떤 일을 하나.
“국가유산청과 협력하면서 구조된 수달을 치료해서 자연으로 방사한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수달 구조나 치료는 한국수달보호협회가 많이 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현재는 전국 14개 지회가 지역별로 나눠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이외에 수달과 관련해 교육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주요 서식지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고, 서식지를 어떻게 하면 수달을 살릴 수 있을지 복원 기법을 연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인간이 하천 주변에 살지 못하게 규제하기는 너무 어렵다. 인간이 수달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수달에게는 어떤 질병이 있는지, 한국 수달의 유전자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한국 수달의 유전자 정보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2017년쯤 대마도에서 수달 한 마리가 관찰된 적이 있다. 일본은 2012년 수달이 멸종했다고 선언했는데, 수달이 발견된 적이 없었던 대마도에서 수달이 나타난 거다. 일본 수달의 배설물을 분석하니 한국 수달의 유전자와 비슷한 부분이 나왔다. 부산에서 대마도를 오가는 배를 타고 수달이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 쪽 데이터가 부족해 자세하게 파악하긴 어렵다. 대마도에 몇 없는 수달을 보존하려면 외부에서 다양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들을 이동시켜 번식하도록 해야 한다. 대마도에서 수달이 있는 곳은 한국이 가장 가깝지 않나. 결국 한국 수달의 유전자가 명확히 밝혀져야 어떤 개체를 넣어 복원할지 결정할 수 있다.”
–12일 열린 서울어린이대공원 전시도 관련이 있나.
“수달 유전자 보존의 중요성 때문이다. 유사시 종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번에 전시된 수달 한 쌍은 각각 부여와 대전에서 생후 1개월 때 구조됐다. 부모 없이 발견돼서 인공 포육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건강한 상태지만 야생을 거의 접해보지 못해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기 어려웠다. 다행히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물범이 있던 장소에서 수달을 전시할 수 있었다. 보존의 목적도 있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국민들이 천연기념물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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