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나달 20여 년 후원 기아, 호주 판매 12위→4위 껑충”

이코노미조선=이용성 국제전문기자 2024. 8.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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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호주오픈 후원으로 질주하는 기아 호주법인 데이미언 메러디스 법인장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특히 내가 테니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후원해 준 기아에 정말 감사합니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로저 페더러(스위스·은퇴)와 함께 남자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하나로 꼽히는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2022년 1월 30일(현지시각) 호주오픈 남자 단식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기아는 그의 우승 소감 중 유일하게 언급된 기업이었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빅 매치는 수많은 기업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치르는 전선과 비슷하다. 기업의 후원을 받는 스타급 선수는 대리전을 수행하는 용병과 이미지가 겹친다.

데이미언 메러디스 기아 호주법인 법인장 호주 그리피스대 경영대학원 국제금융 석사, 전 폴크스바겐 호주법인의 영업 총괄, 전 현대차 호주법인 영업이사 사진 기아

기아는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나머지 셋은 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중 하나인 호주오픈의 가장 오래된 후원사다. 2002년 대회부터 23년째 후원을 이어왔다. 호주오픈 대회 경기장 곳곳에서 기아의 로고를 볼 수 있다. 2024년 1월 열린 호주오픈 대회 기간에는 EV9 15대, EV6 10대, 쏘렌토 95대, 카니발 10대 등 총 130대의 기아 차량을 참가 선수, VIP, 대회 관계자 등의 이동과 원활한 행사 운영을 위해 지원했다. 호주에서 열리는대회지만 4대 메이저 대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전 세계 테니스 팬을 통한 브랜드와 제품 노출 효과도 상당하다.

기아는 또 18세 때 피로골절로 인한 부상 후 슬럼프를 겪고 있던 나달의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2004년 이후 20년째 후원을 이어왔다. 2022년 나달의 호주오픈 우승은 ‘후원하는 대회에서 후원하는 선수가 우승했다’는 점에서 기아에 의미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나달도 기아의 글로벌 마케팅 활동에 힘을 보탰다. 2015년에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가 후원한 대회에서 우승 상품으로 벤츠 최고급 모델을 받고 난 뒤 “나의 스폰서 회사 기아만큼 좋진 않네요”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호주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오픈을 활용한 기아의 스포츠 마케팅 전략도 그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데이미언 메러디스(Damien Meredith) 기아 호주법인 법인장(CEO)에게 이메일을 보내 호주오픈을 활용한 기아의 스포츠 마케팅에 관한 생각을 들었다. 2023년 6월 취임한 메러디스 법인장은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호주법인장이다. 법인장 취임 이전까지 9년 동안 기아 호주법인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고, 그전에는 현대차 호주법인에서 9년 동안 근무하며 영업이사를 역임했다. 현대차그룹 합류 이전에는 폴크스바겐 호주법인의 영업 총괄 임원을 지냈다.

호주오픈의 메인 경기장인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 사진 기아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의 양적, 질적 성장에 호주오픈 호원이 얼마나 기여했나.

“후원 성과는 기아의 판매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호주오픈 후원 직전인 2002년 호주 시장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12위에 불과했던 기아의 판매 순위는 2023년 4위로 급상승했다. 호주오픈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가장 먼저 열린다. 1월(남반구에 있는 호주의 계절은 북반구와 반대다) 한 달 동안 대회가 열리는 멜버른 시내 곳곳에서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데, 이는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의 즉각적인 증가로 이어진다.”

호주연방자동차산업협회(FCAI)가 발표한 브랜드별 5월 판매 순위를 보면, 기아는 총 7504대를 팔아 도요타(2만3400대), 포드(8806대), 마쓰다(8002대)에 이어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6495대)와 기아의 판매 대수를 합치면 도요타에 이은 2위가 된다.

대회 기간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노출 효과도 클 것 같다.

“호주오픈 기간 기아 웹사이트 트래픽은 25%가량 증가한다. 2024년 호주오픈이 열린 1월 한 달 동안 주요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호주오픈 관련 게시물에서 기아의 언급 비중은 58%를 차지했다. 공식 스폰서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호주 자동차 시장의 특징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호주 자동차 시장은 대형 차량, 특히 픽업트럭과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의 인기가 높다. 가장 많이 팔린 차량 다섯 대 중 세대는 SUV, 나머지 두 대는 픽업트럭일 정도다. 경차가 빠르게 사라지고 세단과 해치백 모델의 선택 범위도 줄어들었다.”

기아 차량 중에서는 어떤 모델이 인기가 많은가.

“기아는 호주에서 가장 작은 피칸토(‘모닝’ 의 현지 수출명)부터 가장 비싼 모델인 EV9까지 다양한 모델을 제공한다.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스포티지다. 카니발과 피칸토도 각각의 영역에서 매달 판매 선두를 지키고 있다. EV6, EV9, 니로 EV 그리고 곧 출시될 EV5와 EV3 등 전기차 제품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기아의 플래그십 전기 SUV EV9과 포즈를 취한 라파엘 나달. 사진 기아

호주에서 테니스 외에 다른 스포츠 종목도 후원하는지 궁금하다.

“호주에서는 테니스 외에 럭비와 크리켓, (필드)하키 등이 인기가 많다. 기아는 호주 ‘내셔널 럭비 리그(NRL)’ 팀 중 하나인 브리즈번 브롱코스를 후원하는 등 테니스 외에도 다양한 스포츠의 성장을 돕고 있다. 브롱코스 후원으로 정규 시즌 내내 방송 매체를 통해 NRL 팬들과 소통한다. 이를 통한 브랜드와 차량 홍보 효과도 상당하다.”

스포츠 이벤트를 홍보·마케팅 기회로 활용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 활동 외에 ‘틈새 마케팅’ 기회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호주오픈 및 NRL 같은 스포츠를 통한 파트너십을 통해 해당 스포츠의 팬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아 딜러 네트워크와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라이프스타일을 주로 다루는 매체와 접점도 넓힐 수 있다.”

호주 시장에서 기아의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나.

“2024년 호주의 전체 신차 판매량은 약 12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기아는 약 8만 대를 판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공식 발표 이전이지만 6월 누계 기준 호주에서 기아의 완성차 판매는 4만13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기아와 호주오픈의 글로벌 파트너십은 앞으로도 호주에서 신차 구매자에게 기아 차량, 그중에서도 특히 성장하는 전기차 제품군을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기아는 2023년 1월 호주오픈 최상위 후원사(Major Partner) 지위의 후원 계약을 5년 연장했다. 이를 통해 기아는 2002년 첫 후원 이후 2028년까지 최소 27년 동안 호주오픈을 후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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