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지 않아도 日 문화 즐기게… ‘구독 박스’로 세계 누빈다”

이코노미조선=이은영 기자 2024. 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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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치카모토 아유미 이치고그룹 대표
치카모토 아유미 이치고그룹 대표 와세다대 인문과학부, 전 리쿠르트홀딩스 근무 사진 이치고

“구독 박스에 담기는 모든 상품은 우리가 직접 엄선하고 발굴한다.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도, 구독자가 일본 전통문화와 현대 트렌드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구성품을 꾸리고 있다. 이를 통해 구독자가 일본에 오지 않고도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치카모토 아유미(近本あゆみ) 이치고(Ichigo)그룹 대표는 “다른 곳에서는 찾기 어려운 독특하면서도 취향에 맞는 상품으로 구독자를 놀라게 하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상품 영업과 기획을 담당하다, 2015년 다양한 테마 상품을 발굴해 ‘구독 박스’ 형태로 판매하는 이커머스 기업 ‘이치고’를 창업했다. 구독 박스는 특정 분야의 상품이 담긴 박스를 주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형태의 구독 모델이다.

이치고는 한정판 과자(도쿄트릿), 캐릭터 상품(유메트윈스), 전통 과자(사쿠라코), 화장품(노메이크노라이프) 구독 박스를 판매한다. 월 구독료를 내면 엄선한 상품으로 채워진 상자를 매달 배송받을 수 있다. 이치고의 구독 박스는 북미와 유럽뿐만 아니라 멕시코, 인도, 호주 등 전 세계에 이용자를 두고 있다. 치카모토 대표를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구독 박스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약 10년 전 도쿄의 긴자 거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의 과자나 화장품, 캐릭터 상품 등을 쇼핑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자신의 나라에 있으면서 이곳 상품이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5년에 이치고를 설립하고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 과자 구독 박스 서비스 도쿄트릿이다.”

전통적인 소매 방식이 아닌 구독이라는 방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창업 당시 미국 시장에서 구독 박스라는 키워드가 빈번히 쓰이는 것을 발견해 아이디어를 얻었다. 구독 모델은 전통적인 소매 방식보다 장점이 많다. 먼저 소비자는 상품 큐레이션을 통해 보다 개인화된 경험을 할 수 있고, 몰입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직접 쇼핑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편리함도 있다. 또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가 이어지며, 구독자 간 커뮤니티 구축도 용이해 고객 충성도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기업 운영 측면에서는 고객 수요와 수익 흐름을 예측할 수 있어 재고 관리, 현금 흐름 관리, 상품 공급원 확보, 성장 계획 구축이 용이하다. 다만, 전통적인 소매 방식에 반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각각 장단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더 많은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다.”

구독 서비스 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이며, 이치고그룹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을 잃지 않고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치고는 지속적인 혁신과 개인화, 강력한 구독자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고객 충성도를 키워 나가고 있다. 고객 피드백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구독자 취향에 꼭 맞는 고품질의 독특한 상품을 제공해, 매번 기억에 남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독 박스 구성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먼저 품질이다. 현지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장인이나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고품질을 유지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고객 선호이고, 다양성도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다. 구독 박스에는 많은 사람에게 두루두루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상품과 이치고가 발굴한 다양한 상품이 모두 포함된다.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상품으로 구독자를 놀라게 하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다. 계절과 휴일 등 시기성도 고려해, 구독자에게 몰입감 있는 소비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구독 박스를 통해 일본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치고의 목표라고 했는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각각의 구독 박스에는 상품에 대한 설명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책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문화에 대한 이해만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가 문화적 맥락을 파악함으로써 상품을 더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게 한다. 이에 더해 내부 마케팅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본의 전통 축제에서 현대의 트렌드까지 다양한 일본 문화를 탐구하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구독자에게 일본 상품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문화유산을 탐구하는 게이트웨이(관문) 역할을 하고자 한다.”

향후 5년 계획이 어떻게 되나.

“일본의 문화와 상품을 좋아하는 외국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다각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구독 박스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운영을 확대하고, 해외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성장을 가속할 계획이다.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과자나 잡화보다 더 전통적이면서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상품을 취급하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음식, 애니메이션, 서브 컬처(하위문화), 전통 공예품 등을 통해 일본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선두 기업이 되고 싶다.”

Plus Point

K팝 굿즈, 강아지 장난감… 美 Z 세대 사랑받는 ‘구독 박스’

K팝 굿즈, 한국 간식 구독 서비스 업체인 클루트(KLOOT)가 제공하는 구독 박스 예시. /클루트

‘구독 박스’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미국 1020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 오프라인 쇼핑이 제한되면서 급부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엑스퍼트 마켓리서치(EMR)에 따르면, 전 세계 구독 박스 시장 규모는 2021년 231억8000만달러(약 32조1808억원)로 추정된다. 이후 연평균 18% 넘게 성장해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628억9000만달러(약 87조3102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구독 박스를 통해 구매하는 상품은 의류, 식음료, 위생용품, 화장품 등으로 다양하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아마존의 ‘아마존 프라임 워드로브(Amazon Prime Wardrobe)’가 있다. 소비자가 관심 있는 옷을 선택해 배송받아 입어본 뒤 원하는 것만 최종 구매·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1000여 개 브랜드 상품 가운데 소비자의 체형과 취향, 예산에 맞춰 스타일을 제안하는 스티치픽스(Stitch Fix)도 대표적이다. 이밖에 밀키트 구독 박스 ‘블루에이프런(Blue Apron)’, 반려견 용품 구독 박스 ‘바크박스(Barkbox)’, 가전제품 구독 박스 ‘브레오박스(BREO BOX)’ 도 인기다.

K팝 인기가 높아지며 최근에는 한국 문화 상품을 다루는 구독 박스도 생겨나고 있다. ‘클루트(Kloot)’ 는 K팝 굿즈와 한국 간식을 3개월마다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3개월에 49.95달러(약 6만9346원) 또는 1년에 179.92달러(약 24만9783원)를 내면 구독자가 좋아하는 K팝 가수의 굿즈와 한국 간식을 함께 보내준다. 해외에서도 구매 가능한 기획사 공식 굿즈가 아니라 국내 팬이 제작해 판매하는 인형, 티셔츠, 열쇠고리, 문구류 등 비공식 굿즈가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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