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마흔셋에 자폐증 진단을 받고 마침내 깨달은 것 [PADO]
[편집자주] 자폐증(ASD)이나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어린이나 청소년 만의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성인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자폐증은 실제 ASD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ASD의 공식 명칭은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로 그 '스펙트럼' 또한 사람마다 크게 다릅니다. 국내에도 작품이 소개된 바 있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매리 HK 초이가 뉴욕매거진(프린트판으로는 2024년 7월 1일 간행)의 버티컬 더컷(The Cut)에 팬데믹을 거치면서 남편과 갈등을 겪은 후 ASD 진단을 받은 일을 그린 이 에세이는 아시아계 미국 이민 2세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부터 ASD 당사자만이 포착할 수 있는 지점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게도 숨어있는 '스펙트럼'의 일말을 감각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것 또한 문학의 묘미 중 하나일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6년 전, 현재 내 남편인 샘이 나의 아버지에게 나와 결혼해도 되냐고 물었다. 둘은 텍사스 샌안토니오에 있는 부모님 집 진입로에 주차된 아버지의 볼보에 앉아 있었다. 비가 오고 있었다. 샘에게 아버지는 나에게 공유했던 어떤 통찰보다도 훨씬 더 표현력 있고 사려 깊은 지혜를 전했다. 여기엔 서로 성격이 잘 맞는다는 점과 샘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나는 그들 사이에 내가 결코 알 수 없을 친밀감이 있다고 느꼈다.
아버지는 일중독자였다. 쉽게 화를 내곤 했다. 내 남편이 등장하면 그는 누그러졌다. 온화해졌고, 쉽게 웃었다. 그는 노인들이 그러는 것처럼 끊임없이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샘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샘을 껴안았다. 나는 경악했다. 이 사람은 몇 달 동안 떨어져 있다가 만나도 마치 내가 사업상 동료이기 때문에 억지로 그 존재를 참고 있는 것처럼 악수로 인사하던 사람이었다.
차 안에서 아버지는 샘에게 그가 자신을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었는지 말했다. 그는 샘과 내가 마음가짐과 사랑으로 우리의 삶을 차근차근 쌓아갈 것이며, 우리가 다른 누구의 행복이 아닌 우리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에 시간은 우리의 편이라고 말했다.
둘이 차에서 내리자,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샘을 멈춰 세웠다. 그는 존경과 명예, 상호 배려를 나타내기 위해 양손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알겠지만 그 아이, 성격이 까다롭네." 그가 경고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게."
"그 아이가 누구야? 나?" 나중에 샘이 그때 있었던 일을 털어놓자 나는 폭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서 뭐, 우리 아빠가 당신한테 A/S를 해준다는 거야? 우리 아빠가 애플케어인 줄은 몰랐네."
"내가 실제로 아버님께 전화했다면 어땠을지 상상이 가?" 우리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은 여러 번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반응했을지?"
샘과 나는 이제 9년째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여러 면에서 매우 잘 맞는다. 우리 둘 다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둘 다 민감하고, 쉽게 불안해하며, 바보같을 정도로 공항에 일찍 도착하는 사람들이다. 한번은 인기 있는 해변 마을에서 휴가를 보내다가 사흘째 되는 날 그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그도 역시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기뻐했다.
다시 말해, 우리 둘 다 특별히 성격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엄숙함이 있다. 그는 작곡가이고, 나는 작가다. 우리의 일은 본질적으로 고독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며, 각자의 변덕스러운 영감에 휘둘린다. 코로나19 봉쇄 기간 동안, 우리는 뉴욕 아파트의 인접한 방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길 건너편 건물에서 우리를 엿보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둘 다 책상 앞에서 똑같이 일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만족스러워 보일 게다.
하지만 샘에 따르면, 우리의 분리에는 불안한 톤이 있었다. 팬데믹이 터지고 1년이 지나자, 그는 내가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산책이나 화창한 날의 외식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내가 심지어 마감에 쫓기지 않을 때도 그랬다는 것이다. 그는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지만, 내가 그를 피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게지. 내가 일중독 성향이 있어서 말야. 솔직히 말하자면, 그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대부분의 날에는 그의 존재를 그냥 잊어버렸다고 고백했다. 듣기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고 한다면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은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종종 나는 내가 벽 너머에서 그의 움직임을 듣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와 마주치지 않으리라 확신할 때만 화장실이나 간식을 먹으러 나왔다.
(계속)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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