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려는 청춘의 초상 ‘Ho!’[오늘도 툰툰한 하루]
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대학생 김원이는 생활비를 벌려고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학원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 윤호를 만납니다. 윤호는 후천적 청각장애인입니다. 학원에선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김원이는 윤호를 ‘Ho’(호)라고 부르며 필담으로 열심히 가르칩니다. ‘Ho 덕분에 의미 있는 인간이 된 것 같았다. 고마웠다.’ 김원이는 나이를 먹어가며 첫사랑의 아픔도 겪고, 군 복무도 마치고, 짧은 회사 생활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날 김원이 앞에 Ho가 다시 나타납니다. 이번주 소개할 웹툰은 억수씨 작가의 <Ho!>입니다.
<Ho!>는 김원이와 윤호가 만나 결혼하기까지를 그린 로맨스 웹툰입니다. 어른과 아이였던 둘이 결혼한다니 질겁하실 독자도 있으실 겁니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일곱 살입니다. 확실히 현실에서 흔한 일은 아니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는 자극적이거나 착취적인 방향으로 흐르기 쉽다는 걱정도 됩니다. 그런데 사실 <Ho!>는 실화에 기반한 작품입니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 ‘2ch’의 한 이용자가 자신의 경험을 적은 글을 한국 문화에 맞게 각색한 작품입니다. 청년들이 취업이란 벽 앞에서 겪는 피로와 우울,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혐오가 담겼습니다.
<Ho!>는 주로 김원이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차분한 독백이 이어지는 심리묘사 장면이 많습니다. 김원이는 마냥 멋진 주인공은 아닙니다. Ho를 만난 스무살부터 Ho와 결혼하는 스물여뎗 살까지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구질구질할 만큼 지질한 모습도 보입니다. <Ho!>는 로맨스라기보다 김원이의 인격적인 성장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적어도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뭉클하게 와닿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부끄럽지 않은 인간이 되려고 안간힘을 썼다.’
실화의 감동적인 힘이 있는 작품입니다. 맑고 귀여운 그림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단단하게 영글어가는 김원이와 윤호의 관계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대사들은 사람을 올바르게 대하는 태도를 다짐하게 합니다. “얼굴 보고 말해요. 무슨 말이라도, 나쁜 말이라도, 얼굴 보고 말해요. 들을 수 없지만, 느낄 수 있어.” 다만 작가가 창작한 에피소드들은 다소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특히 돌연 등장하는 캐릭터 곽윤호가 굳이 필요했을지 의문입니다.
<Ho!>는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돼 전체 46편으로 완결됐습니다. 2015년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았습니다. 3권짜리 단행본으로도 출간됐습니다. 일본으로 ‘역수출’되었다는 점이 재미있죠. 다만 원작인 2ch 게시물에선 글쓴이와 결혼한 여성의 이름이 ‘유우’였기 때문에 제목도 <Yu!>로 바뀌었습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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