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트럼프, 다른 인플레 해법...심각한 부담은 공통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경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정책 대결이 시작됐다.
해리스 부통령은 정부의 권한을 동원해 폭리를 취하는 기업들을 옥죄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겠다고 밝혔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발상을 '공산주의'식 발상이라면서 미국을 배급제 사회로 몰고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해리스,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인플레이션에 관한 해법에 오류가 있다면서 미 경제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리스는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을 꼽고 있다. 시장을 장악해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는 식품 대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 해리스의 이 같은 분석에 일부 좌파 경제학자들이 동의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류 경제학자들은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팬데믹 기간 각국 정부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대규모 돈을 풀면서 시중에 돈이 넘쳐났고, 이 와중에 생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수급 불균형 속에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 주류의 해석이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 속에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 역시 어불성설은 아니다.
지난달 미 식료품 가격은 팬데믹 전인 2019년에 비해 여전히 26% 높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고, 이 기간 기업 순익 마진은 큰 폭으로 늘었다.
해리스는 기업들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정부 규제와 단속을 강화해 이 같은 바가지 씌우기를 근절하면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큰 정부가 필요하다.
아울러 해리스는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녀 소득 공제, 근로소득 공제 확대, 의료보험 보조금 지급, 주택 건축 장려 등을 약속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인플레이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없지만 물가를 잡는 방법으로 해리스와 반대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큰 정부를 원하는 해리스와 달리 작은 정부를 원한다. 정부 역할을 줄이고 시장에 더 큰 힘을 주자는 신자유주의에 기울어 있다.
트럼프는 정부가 경제에 간섭하는 것을 줄이면 물가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규제를 철폐하고, 사회보장기금을 비롯한 세금을 줄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는 세수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고, 관세율도 그가 애초에 제시했던 10%의 2배 수준인 최고 20%를 물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해리스가 주장한, 기업들의 바가지 씌우기 근절을 위한 가격 제한 공약은 미국을 사회주의 사회로 몰고 갈 것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해리스 주장대로 하면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생산이 줄고, 재화 부족 속에 미국은 배급제로 연명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해리스와 트럼프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리스의 정책 제안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저소득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 경제가 그 부담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있는 연방재정 위원회(CRFB)'는 트럼프 제안대로 사회보장기금을 위한 세금을 없애면 기금 고갈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면서 이를 정부 재정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10년간 정부 재정적자가 1조6000억달러(약 2167조원)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CRFB는 해리스의 각종 소득 공제와 주택 지원금이 현실화하면 미 재정적자는 10년간 1조7000억달러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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