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꾸라진 건설업 취업자…정부 대책 내놨지만 효과는 '글쎄'

이중삼 2024. 8.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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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고용 한파…전년比 8만명 줄어
정부, '건설업 일자리 지원 방안' 발표
시민단체 "건설업 위기 원인 정확히 진단해야"

건설업 일자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건설업 일자리가 가파르게 줄고 있다.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지자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는 매월 고꾸라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의 경우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건설업 일자리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전체 고용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유독 건설업 분야에서는 고용시장이 살아나지 못하자 칼을 빼든 것이다. 그러나 건설 수주 부진 등 여파로 당분간 이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8일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5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7만2000명 늘었다. 지난 4월 26만1000명에서 5월(8만명)·6월(9만6000명) 두 달 연속 10만명을 밑돌다가 7월 보건복지·정보통신 등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며 10만명대로 회복했다.

전체 고용은 회복세에 접어든 모양새지만 건설업 분야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201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8만1000명 줄었다.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감소 폭 흐름은 석 달 연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건설업 일자리 감소 원인에 대해 건설경기 침체에 더해 폭염·폭우 등 날씨 영향도 작용했다고 봤다. 특히 조성중 기획재정부 인력정책과장은 "건설 수주 둔화가 시차를 두고 건설업 고용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건설업 일자리 반등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의 '2024년 하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 발표'에 따르면 건설업은 건설비 상승·건설 투자 감소 등 여파로 하반기 고용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5만8000명(2.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고금리 유지·부동산 PF 부실 우려, 민간 분양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건설 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업 수요·투자 감소로 건설업 고용은 전년 같은 달과 견줘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85만7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만2000명 늘었다. /남윤호 기자

◆ 위기감 느낀 정부…건설근로자 취업지원 강화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적을 것이라는 전망도 건설업 취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에 전국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민간·공공·임대를 포함해 24만8713가구다. 올해 입주(약 35만5000가구)보다 30.1%가량 감소한 수치다. 이는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특히 건설업 청년층 이탈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종학교 졸업자 가운데 취업자는 307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4000명 감소했다. 건설업만 놓고 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취업자는 13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8000명) 보다 3만7000명 줄었다. 건설 관련 학과 학생들의 건설 분야 취업·대학원 진학 희망 비율도 각각 22%, 9%에 그쳤다.

이에 정부는 건설업 전직·생계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를 열고 '건설업 일자리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방고용노동관서·건설공제회 등이 '건설업 지원팀'을 꾸려 취업지원·직업훈련 등 고용서비스를 안내하고, 건설업자의 고용보험 가입(가입률 약 18.8%) 유도를 위해 과태료를 면제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또 건설 일용근로자가 원하는 훈련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내일배움카드 한도를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한시적(오는 9월~12월)으로 올린다. 올해 말까지 건설 일용근로자 대상 훈련 생계비 대부 한도를 1500만원으로 확대하고 퇴직공제금을 활용한 생계비 무이자 대부도 300만원 한도 내에서 요건을 완화한다. 건설업에 계속 근무하기를 원하는 경우, 신속취업지원 TF(전국 14개소) 등을 통해 건설업 빈 일자리에 취업을 지원한다.

전문성 향상·다른 업종으로의 전직을 희망하는 근로자를 위해서도 맞춤형 훈련과정 공급과 훈련비 지원을 강화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청년 근로자 절반 이상이 현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이 가장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제공

◆ "건설현장 불법다단계 하도급부터 근절해야"

시민단체들은 이번 정부 지원 방안이 실효성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노총 전호일 대변인은 "현재 건설업의 심각한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번 방안은) 건설근로자의 다른 업종 전직 지원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도 "건설업에서 계속 일할 건설근로자를 위한 방안보다는 다른 업종 전직지원 방안이 중심을 이룬다. 건설업 위기 원인을 정부가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며 "건설 실업자를 다른 사업으로 밀어내려는 발상이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부터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청년 근로자 절반 이상은 현장에서 장기간 일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용안정 보장'을 꼽았다. 지난달 25일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따르면 토목건축분과위원회 소속 35세 미만 청년 노동자 14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9일~22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5.7%가 '건설 현장 일을 계속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현장에서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고용안정'(75.7%)이 절실하다고 했다.

건설노조 소속 청년 노동자 40여명은 지난달 2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들의 건설 현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는 고용의 불안정성"이라며 "안정된 고용과 고용 경로, 적정한 임금, 사회적 인식 개선, 노동시간 단축, 안전한 현장, 기능 인력 양성 등 건설현장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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