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배터리가 문제야…전기차 장려해왔는데 책임은?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앵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는 가장 큰 피해를 낸 사례로 기록됐는데요. 잇단 전기차 화재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책과 갈등 양상,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웅희 기자입니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안전 문제 넘어 '공포 수준'으로 / 한웅희 기자]
[기자]
지난 1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순식간에 번진 불은 차량 87대를 태우고 783대를 그을린 뒤 8시간여 만에 꺼졌습니다. 주민 800여명은 한여름 난데없는 피난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불이 난 차량은 중국 파라시스 사의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 전기차. 지하주차장의 스프링클러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국내 전기차 화재 중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사례로 남았습니다.
전기차 화재 진화가 어려운 건 하부에 탑재되는 리튬배터리 탓입니다. 닷새 뒤 충남 금산의 한 주차타워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역시 일반 소화장비로는 불을 끌 수 없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차 아래쪽을 향해 물을 뿌리는 대도 불길이 잡히지 않습니다.
<현장음> "2차 열폭주 시작. 대원들 안전에 유의해서 진압하겠음."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 전기차에서 충전 중 불이 난건데, 다행히 추가 피해는 없이 진화됐습니다.리튬배터리는 불이 나면 고온과 함께 불길이 지속되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내연기관차보다 진화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2018년 3건에 그쳤던 전기차 화재는 해마다 늘어 5년 사이 24배나 증가했습니다.
전기차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인천 연수구에서 열린 모의 진화 교육에는 주민 수백 명이 몰렸습니다.전기차 화재 상황을 가정해 우선 물을 뿌리면서 최대한 열을 식힌 뒤 일사분란하게 '질식소화 덮개'를 덮습니다. 곧바로 물이 새지 않는 이동식 특수 수조를 차량 위로 씌운 뒤 물을 채워 배터리를 식힙니다. 소화기 역시 리튬배터리 전용 소화기를 사용해야 하는 등 전기차 화재 진화를 위해선 특수장비가 필수입니다.
<이승후 / 인천 송도소방서> "(출동 시) 전기차 화재라고 지령이 내려오는데요. 오늘 시연드렸던 전문적인 장비들을 추가 차량을 배치해서 거기에 장비를 싣고 같이 출발해서 바로 진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방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지하주차장의 경우 전기차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배터리 손상을 막기 위한 보호장치까지 있어 진화가 더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승후 / 인천 송도소방서> "하부 관창이나 다른 진압 장비로 차 밑에 물을 뿌려도 쉽게 진화되지 않습니다. 물이 배터리까지 도달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가 사실 어려운 실정이고요."
잇단 전기차 화재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전지차 관련 안전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한웅희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이광빈 앵커]
인천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의 지하 주차를 두고 아파트 주민 간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전기차를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고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차승은 기자가 상황을 짚어봤습니다.
[전기차 공포, 주민 갈등으로…지상 주차도 난항 / 차승운 기자]
[기자]
갑자기 주차돼 있던 전기차 차체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폭발과 함께 치솟은 불길이 손 쓸 새도 없이 주변으로 옮겨 붙습니다.
인천 전기차 화재에 놀란 건 정전과 단수 피해까지 본 해당 아파트 주민뿐만은 아닙니다.
전기차 차주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민들이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을 절감한 겁니다.
지하주차장은 밀폐된 특성 탓에 전기차 화재 발생 장소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장소로 꼽힙니다.
지난 10년 동안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자동차 화재는 600여 건. 이 중 절반 이상은 전기적 요인으로, 통상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는 전기차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번 화재가 부른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는 새로운 님비 현상을 낳으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 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민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일부 아파트에서는 아예 지하 주차장의 전기차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과 전기차 차주 간 다툼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위험성만 따지고 보면 초기 진압이 수월한 지상 주차가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채 진 /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 "노상에다가 주차하는 것이 아니고 주차 시설을 갖춰야 되겠죠. 지상에다가도. 루프탑을 올린다든지 그렇게 주차 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국의 전기차 60만 대를 한꺼번에 지상으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 요즘 같은 폭염에는 지상 주차가 화재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결국, 소방 안전 규제 강화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됩니다. 스프링클러만 잘 설치돼도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전기차 충전소에 소방 안전 설비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채 진 /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 "스프링클러 헤드라든지, 소화기, 또 옥내소화전, 소화 질식포 이런 다양한 소방 시설들이 설치가 돼서 안전성이 확보돼야…"
관련 법안들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수 차례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모두 폐기됐습니다.
최근 인천 화재를 계기로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다시 부랴부랴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내 무사히 통과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연합뉴스TV 차승은입니다.
#전기차 #충전소 #인천_전기차_화재
[진행자 코너]
전기차. 정부가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판매를 장려해왔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이 보조금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수소차 시대로의 전환은 거역할 수 없고, 거역해서는 안 되는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2015년 독일에서의 이른바 '디젤게이트'와 이로 인한 유럽연합(EU)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등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친환경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온 전기차는 최근 판매 증가율이 둔화하는 일시적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대세화의 흐름은 견고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런데, 인천 서구의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를 둘러싼 갈등의 양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파트에선 전기차 주차 또는 충전소 설치 문제로 입주자들 간에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지상주차장이 거의 없는 신축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주차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지는 건데요.
아무런 대안 없이 "전기차 주차는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실제 일부 오피스텔 등의 건물에서는 전기차 주차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전기차의 배터리 잔량이 90%를 넘어서면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는 대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전기차 차주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90%라는 충전 기준을 설정해 전기차주에게 모든 피해를 떠넘긴다는 식의 비판이 나오는데요.
온라인에선 "예비 살인마나 다름 없다" 등의 전기차주를 비난하는 글들이 난무합니다. 불필요한 갈등 유발은 줄이고 현실적 대책과 기술적 개선에 더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이광빈 앵커]
인천에서 화재가 난 전기차에는 중국 파라시스사의 배터리가 사용됐습니다. 소비자에게 다소 낯선 회사 제품이어서 배터리 불안도 커졌는데요. 배터리 정보를 밝히는 실명제는 물론 전 생애주기 이력을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수강 기자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실명제'는 부족…"이력제 도입해야" / 김수강 기자]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는 60만대를 돌파해 공식 통계가 시작된 2017년 이후 7년 만에 24배 가량 성장했습니다.
전기차 전환이 수년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면서 배터리와 관련된 제도 정비도 최근에서야 본격화하는 모습입니다. 해외에선 핵심 부품인 배터리 정보 공개가 추세입니다.
중국은 2018년부터 '배터리 이력 추적 플랫폼'을 통해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고, 미국도 부분적으로 캘리포니아주에서 2026년부터 '배터리 라벨링'을 통해 제조사와 용량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다만 전기차 화재를 낳은 배터리 결함이 배터리의 제조 및 이송, 주행과 충전, 충돌 등 어떤 과정에서 발생하고 화재로 이어졌는지 규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배터리 실명제'에 더해 배터리의 모든 생애주기 이력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입니다.
<이호근 /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것만 가지고 모든 정보를 알 수는 없거든요. 어느 공장에서 생산됐는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정보가 고객에게 알려져야 되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배터리의 생산부터 폐기, 재사용 등 전 주기의 정보를 기록하는 '배터리 여권'의 도입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일본도 배터리 이력을 추적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내년부터 시행합니다. 아울러 운전자의 주기적인 배터리 관리도 권고됩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여러 개의 셀로 구성되는데 셀 사이 전압과 온도가 균일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특정 셀 하나에 과부하가 걸리고, 배터리 안정성을 해치면서 화재 위험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김성태 /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 "전기차 배터리 용량이 20% 미만일 때 100%까지 완속 충전으로 한 달에 한 번…이 '셀 밸런싱'은 매뉴얼에 이렇게 하라고 권고사항으로 적혀있습니다."
정부가 뒤늦게 배터리 정보 공개를 권고하고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다음달 공개될 종합대책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수강입니다.
#전기차 #배터리 #셀밸런싱 #열폭주 #배터리여권
[이광빈 앵커]
전기차 화재 비율은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낮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진단했듯이 전기차에 난 불은 '배터리 열폭주' 등 때문에 끄기 어렵다는 점인데요.
미국 테슬라 리포트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진압 시간은 내연기관차 대비 8배, 소요 인력은 2.5배, 필요 수량은 110배가 더 들어갑니다. 그만큼 전기차 주차장에 스프링클러 등의 장치가 갖춰져야 할 텐데요.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은 속도의 문제일 뿐 이뤄질 텐데요.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 개선이 이뤄져야 그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폭발 위험을 현저히 낮추는 전고체 배터리가 하루빨리 양산되어야 할 텐데요. 그전까지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책도 면밀히 이뤄져야겠습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PD 임혜정 AD 최한민 송고 이광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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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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