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또 연기…선고만 7번 미루다 가버린 판사
[앵커]
지난해 말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해결 과제로 재판 지연을 꼽았습니다.
그런데, 한 법원에서 선고가 일곱 번이나 연기됐는데, 정작 재판 당사자들은 왜 선고가 연기됐는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백인성 법조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춘천시의 한 토지.
국가로부터 이 땅을 빌린 A씨는 계약 해지를 놓고 다툼이 생기자 지난해 2월 말 소송을 냈습니다.
두 차례 재판을 했고 소송 제기 6개월도 안 된 지난해 8월 초 1심 선고 기일이 잡혔습니다.
그런데 판사가 갑자기 직권으로 선고를 미뤘습니다.
8월에서 9월로 한 달 밀린 선고는 다시 9월 말로 연기됐고, 그러다 매월 연기가 되더니 지난 2월까지 모두 일곱 번이나 미뤄졌습니다.
원고와 피고 모두 연기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판사가 직권으로 선고를 연기한 겁니다.
[A씨 법률대리인 측 : "재판부에서는 판사님께서 기록 검토를 위해서 이렇게 하셨다고만 얘기를 해주시고 더 이상 다른 얘기는 안 해주셔서 저희도 그냥 마냥 기다리고만 있었습니다."]
선고를 미뤘던 이 판사는 올해 초 인사가 나면서 다른 법원으로 떠났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선고를 미룰 수 있지만 이렇게 수차례 날짜를 미루는 건 매우 이례적입니다.
해당 판사는 최대한 빨리 선고를 하려 노력했지만 더 오래된 사건과 신속히 처리해야 할 다른 사건들이 많아 판결문 작성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지난 5월 소송 접수 15개월 만에 새로 온 판사가 1심 선고를 내렸습니다.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이 사건 같은 민사 단독은 1심 선고까지 평균 7.6개월, 민사합의 사건은 평균 14개월이 걸리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소송을 내 대법원 판결까지 받는 기간은 36개월을 넘겼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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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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