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눈높이? 용산 눈높이?…'채상병 특검' 한동훈의 선택은

유지혜 2024. 8. 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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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에서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는 (채 상병) 특검을 발의하겠다.” (6월 23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최근 드러난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당 내외 의견을 반영하여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 (8월 16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이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한 대표가 특검 추진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 대표가 특검법 발의 절차에 착수해 ‘국민의 눈높이’에 다가설지, 미묘하게 입장을 선회하며 ‘용산의 눈높이’에 맞출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세계일보 자료사진
◆‘제3자 추천안’ 받겠단 野, 침묵 깬 韓 “제보공작 넣자”

한 대표는 지난 6월23일 당대표 출마 선언 당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공약하며 “그것이 우리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 민심을 거스를 순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도 조건으로 달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7·23 전당대회에서 63%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면서도 관련 발언을 자제해 왔다. 한 대표는 지난 13일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 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 없이 자리를 떴다.

대신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입을 통해 부정적 기류가 전해졌다. 장동혁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제3자 특검법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일 뿐,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발의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문제에서 나타난 한 대표의 ‘선택적 침묵’이 채 상병 특검법에도 적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랬던 한 대표가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제3자 추천안 수용 의사를 밝히자마자 ‘제보공작 의혹’을 추가한 특검법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은 위헌적 특검법안이 저지되자마자 더욱 위헌성이 강해진 특검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특검안을 수용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갈팡질팡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韓 추진 의지 있나…“말·행동 달라” “속도 조절”

침묵을 깬 한 대표에게 제3자 특검법 추진 의지가 있느냐를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의 반응은 원론적인 반응이다. (특검 추진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보다는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부분에 방점이 있다”면서 “제3자 특검을 논의할 만한 내용의 진전이 있다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게 없다. (민주당 박 직무대행이) 툭 던져서 당 내부 분열을 획책하는 듯한 말장난에 저희가 계속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16일 JTBC 유튜브 방송에서 “누구든 발의하는 순간 보수 진영에서 배신자로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면서 “실제로 자기 밑에 측근들 시켜 10명 발의하자니 그로 인한 보수 진영의 역풍이 감당이 안 되고 그러니까 말과 행동이 계속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반발이 여전한 만큼 한 대표가 제보공작 의혹을 조건으로 걸며 입장을 선회할 구실을 만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권성동 의원이 제기한 해당 의혹은 4·10 총선 민주당 예비후보 출신 김규현 변호사가 민주당, 언론사와 공작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는 내용이다. 당은 제보공작 의혹 규명을 위해 장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한 ‘사기탄핵공작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다만 한 대표 측은 물밑 설득을 이어가며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까지도 계속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 절차를 진행해나갈 것이고, 제보공작 의혹을 포함하는 것도 그 과정에서 나온 얘기”라고 말했다.

특검법 발의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당내 부정적 기류가 많은 상황에서 당장 발의하겠다고 하는 건 오히려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지금 의원총회에 바로 올리는 것도 안 될 걸 알면서 반대해달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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