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파된 레닌 동상 얼굴… 러 방공호엔 “민간인뿐, 군인 없다” 손팻말
“거리에는 방치된 시신들이 썩어가고, 총에 맞은 차량들이 늘어서 있다. 마을 광장의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은 얼굴의 절반이 날아갔다. 주민들은 방공호에 모여 있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 군이 러시아 본토로 진격을 감행한 지 열흘 째인 지난 16일, 미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군과 동행해 방문한 러시아 쿠르스크주의 작은 마을 수자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수자는 우크라-러시아 국경에서 불과 10km정도 떨어진 마을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5일부터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 중인 곳이기도 하다.
CNN에 따르면 현지 거리는 대부분 텅 비어 있고, 치열한 교전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지평선에 이따금씩 폭발로 인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소총 사격 소리와 포병 부대의 출격 소리가 폭풍처럼 울려 퍼졌다고도 전했다.
CNN은 한 건물의 지하실에 몸을 숨기고 있는 주민들을 영상에 담았다. 건물 입구에는 큰 골판지에 펜으로 “지하실에는 민간인들만 있습니다. 군인은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한 68세 여성 주민은 취재진에게 “지하에는 60명 정도가 있다. 우크라이나 군이 많은 음식과 상자들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민은 지하실 생활에 대해 “도저히 삶(life)이라고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저 연명하고(existing) 있다”고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고령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74세의 여성 주민은 산산조각 난 상점 거리를 헤매며 약을 찾고, 90대의 남성 주민은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자녀와 손주들에게 연락을 취할 길이 없어 애를 태웠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서울 면적(605㎢)의 약 1.65배에 달하는 1000㎢ 상당의 러시아 영토를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점령 지역에는 군 지휘 통제소도 설치했다. 반면 러시아는 국경에서 약 18㎞ 떨어진 마르티노프카 마을을 되찾았다며 영토를 점차 회복해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AP·AFP 등은 쿠르스크주 외곽에서 수자 도심으로 향하는 길목에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가 늘어서 있는 모습을 잇따라 보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군에 의해 러시아군의 전략 물자 수송 주 통로인 세임강 다리도 파괴됐다. 러시아 당국은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모두 12만명 이상의 민간인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병력 수천 명을 이곳 지역 방어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여럿 나왔다. 우크라이나 군은 진격 과정에서 러시아군 최소 100명 이상을 포로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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