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베란다에서 갑자기 불이 났는데"…원인이 '황당' [이슈+]
일상생활 속 반사되는 물건, 화재 위험 커
폭우·폭염 반복에 비닐하우스도 '위험'
"물건 배치 시 직사광선 피해야"
"얼마 전 이웃집 베란다에서 불이 났어요. 화재 원인이 어이없게도 베란다에 둔 캡슐 세제라네요."
최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숏폼 영상이 올라와 화제다. 이 영상을 올린 작성자 A씨는 "날이 덥다 보니 투명한 비닐에 쌓인 캡슐 형태 세제가 직사광선을 받아 그랬던 것 같다"며 "세제 보관통은 항상 그늘에 보관하고 직사광선을 받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누리꾼들도 "투명한 비닐에 빛이 굴절돼 자연 발화가 일어난 것", "캡슐 세제 보관통 위에 항상 천을 덮어두어야 한다" 등의 의견을 덧붙였고, 지난달 말 게재된 해당 영상은 107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실제 2022년 7월 산청군의 한 딸기 비닐하우스에서 발생한 화재를 분석한 결과 '돋보기 효과로 인한 수렴화재'가 원인으로 판명된 바 있다. 햇볕이 강한 낮 시간대 비닐하우스 천장에 고인 물이 볼록렌즈 역할을 하면서 내부 박스 등 가연물에 불이 붙은 것이다.
이외에도 최근 폭염이 이어져 스테인리스 대야 속 마늘이 불에 타거나, 거울이 원인이 되는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모두 돋보기 효과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소방당국도 최근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태양광을 집중시키는 '돋보기 효과'로 인한 화재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돋보기 효과란 빛을 통과시키는 물체가 볼록·오목 렌즈처럼 햇빛을 굴절시켜 한 곳에 빛을 모으면서 열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 자연 발화로 이어져 화재가 발생한다. 유리 건물과 스테인리스 구조물, 페트병, 어항, 부탄가스통, 반사경 등이 돋보기 효과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물질이며 비닐하우스 위에 고인 물도 돋보기 효과를 일으켜 화재의 원인이 된다. 비 온 뒤 바로 해가 들면 물도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러한 돋보기 효과로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158건이다. 12일 경남소방본부가 계절별로 돋보기 효과 화재를 집계한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이 화재의 57%가 6~8월인 여름에 발생했다. 이 화재로 3명이 다치고 14억원가량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특히 158건 중 70%인 111건이 최근 3년 내에 발생해, 돋보기 효과 화재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남소방본부가 돋보기 효과가 나타나는 물질에 신문지로 초점을 모아 발화 여부를 확인하는 재현실험을 한 결과, 어항이 1분 23초, 부탄가스통 1분 42초, 페트병 3분 30초, 유리병 4분 5초, 스테인리스 그릇 7분 30초 만에 발화까지 이어졌다. 햇빛이 모이는 지점의 온도는 1분도 안 돼 400도까지 치솟았다.
돋보기 효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창가 또는 발코니에 물이 담긴 페트병이나 스테인리스 대야, 거울, 장식물 등 반사되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 상부에 물 고임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설물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여름철에는 곡면 형태의 반사 재질 조형물과 건축물 근처에는 주차도 피하는 것이 좋다. 산과 들판에 물병이나 캠핑용품을 함부로 버려두거나 방치하는 것도 산불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김정학 법안전 과학수사 연구회 회장은 "돋보기 효과 화재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 천장에 빗물이 고이지 않게끔 수시로 확인하고 비닐하우스 안에 가연물이 없게끔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포장지의 투명도에 따라 위험성의 차이는 있겠으나 캡슐 형태의 세제를 포함해 빛을 한곳에 오래 모을 수 있는 형태의 물건이라면 모두 직사광선 밑에 오래 뒀을 때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농가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빛이 반사돼 장시간 열을 받을 수 있는 물건들은 항상 그늘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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