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잃고 천만 원 포상금"...안세영, 올해 초 협회에 건의서
[앵커]
올림픽 금메달 직후 '작심 발언'에 나선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가 올해 초 협회에 이미 다양한 문제의식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4용지 13장 분량의 건의서를 통해 턱없이 부족한 포상금과 부조리한 선후배 문화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고 합니다.
조은지 기자입니다.
[기자]
'천재 소녀'로 불린 안세영은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17년, 역대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습니다.
발랄한 춤 세리머니는 온라인을 달궜고, 말끝마다 언니를 찾던 앳된 모습도 풋풋했습니다.
[안세영 / 배드민턴 국가대표·단식 세계 1위 (지난 2018년) : 언니들이랑 놀다 보면 요즘 유행하는 거 따라 한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겸손이 최고니까, 겸손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열다섯에 시작한 선수촌 생활은 외로움과 불편함을 넘어, 부조리했습니다.
안세영은 올해 초 A4용지 13장, 무려 만5천 자 분량의 건의서를 써서 협회 측에 공유했습니다.
진천은 학생 선수가 혼자 버티기엔 너무도 외로운 곳이라고 적었습니다.
같은 국가대표 선수인데 본인 방 청소와 빨래는 직접 해야 하지 않나,
막내로서 어디를 나가야 하면 단체 대화방 대신, 1번부터 끝번까지 개인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등 대표팀의 잘못된 선·후배 문화를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또 아시안게임 2관왕에 세계선수권까지 처음 우승했는데, 특별 포상금은 천3백만 원,
다른 종목이 협회에서만 몇억을 받는 동안 무릎을 잃고 얻은 포상금이 천만 원 정도라며, 이게 최고 성적 선수단에 대한 최고 격려냐고도 반문했습니다.
선수 자율성이 없는 후원사 장비 사용과 상한선이 정해진 계약금과 연봉 제도 등 다양한 문제의식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안세영 선수 부모는 이 내용을 들고, 2월 협회와 스폰서 관계자 등과 만나 3시간 반 면담했습니다.
온전히 재활과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골자였는데, 협회는 엿새 뒤 내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고 느낀 안세영은 파리 금메달 직후, 협회 시스템 전반을 비판하는 '작심 발언'에 나섰습니다.
[안세영 / 배드민턴 국가대표·단식 세계 1위](지난 5일 금메달 직후) : 7년 동안 많은 걸 참고 살았던 것 같아요, 억누르면서. 악착같이 달렸던 이유 중에 하나가 제 목소리에 힘이 좀 실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이렇게 정말 힘들게 바쁘게 살았던 것 같습니다.]
안세영은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을 하자는 게 아니라, 발전할 수 있는 합리적 시스템을 진솔한 대화로 만들어보자고 손 내밀었습니다.
협회는 안세영 얘기를 듣는 게 문제 해결의 핵심 포인트라며, 조만간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조은지입니다.
영상편집;서영미
디자인;박유동
YTN 조은지 (zone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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