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교 배구부의 해체 선언, 한국 배구 뿌리가 흔들린다

오해원 기자 2024. 8. 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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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구의 '뿌리'가 흔들린다.

하지만 이번 해체로 그간 한국 남자배구의 선수 배출에 공이 컸던 화성시 배구 역사에도 분명한 위협이 생겼다.

이에 지난 15일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과 박용규 경기도배구협회장, 박종선 화성시체육회장, 김종수 화성시배구협회장, 남양초·송산중·송산고 선수 및 학부모 등 많은 경기도와 화성시 배구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송산고 배구부 해체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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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배구선수 출신 장윤창(첫줄 오른쪽) 경기대 교수 등이 15일 경기 화성시 송산중학교 세미나실에서 송산고 배구부 해체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발리볼코리아 제공

한국 배구의 ‘뿌리’가 흔들린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고등학교는 최근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배구부 해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송산고는 이 자리에서 내년도 신입생을 뽑지 않겠다는 뜻과 함께 동시에 기존 선수에게는 전학을 알아보라는 뜻을 전했다.

송산고는 오랫동안 팀을 이끌던 지도자 A씨와 관련한 문제가 불거졌고 이와 관련해 지난해부터 해체 가능성이 제기됐다. A씨가 물러난 뒤 새롭게 지도자를 선발하며 배구팀 운영 정상화가 추진되는 듯했으나 결국 송산고는 배구부 해체를 결정했다.

송산고는 지난 2009년 4월 창단해 꾸준히 고교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2015년 정동근(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현역 국가대표인 세터 황택의를 비롯해 홍상혁(이상 국군체육부대), 박경민(현대캐피탈), 홍동선 (국군체육부대)등 다수의 V리그 선수를 배출했다. 더욱이 송산고는 과거 송산초, 현 남양초에 송산중을 거쳐 실업팀 화성시청까지 이어지는 연고지 배구선수 연계 육성의 ‘허리’였다. 하지만 이번 해체로 그간 한국 남자배구의 선수 배출에 공이 컸던 화성시 배구 역사에도 분명한 위협이 생겼다.

이에 지난 15일 이원성 경기도체육회장과 박용규 경기도배구협회장, 박종선 화성시체육회장, 김종수 화성시배구협회장, 남양초·송산중·송산고 선수 및 학부모 등 많은 경기도와 화성시 배구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여 송산고 배구부 해체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화성시체육회의 지원을 통한 체계적인 배구부 육성을 도모하는 가운데 명분도, 대책도 없는 배구부 해체는 정답이 될 수 없다"며 "선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배구부 해체 결정을 전면 철회하라"고 입을 모았다. 학교가 자리한 화성시 송산면 지역에도 배구부 해체를 반대하는 지역민의 목소리가 담긴 플래카드가 설치되는 등 여론도 배구부 해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송산고는 배구부 해체를 논의하고 결정할 수밖에 없는 실질적 문제를 언급했다. 송산고 관계자는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교원 중에 아무도 배구부를 맡으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학부모 중 일부가 배구부를 담당하는 교원을 형사 고발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자 현재는 아무도 배구부를 맡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배구부 인원이 전체 학생의 5%도 되지 않는데 학폭 등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은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배구부와 관련한 민원, 신고가 계속되다 보니 학교에서는 배구부와 관련한 문제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었다"고 해체 추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송산고는 이 밖에 불법찬조금 모금과 경기도교육청의 운동부 운영 매뉴얼 위반 등 민원과 신고, 감사요청 등 배구부와 관련한 갈등, 문제가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중고배구연맹에 등록된 남고부 팀은 총 23개뿐이다. 이 가운데 경기도 내 학교는 송산고를 비롯해 송림고(성남), 수성고, 영생고(이상 수원)가 전부다. 송산고는 배구부를 해체하는 대신 소속 선수들에게 이들 학교로 전학을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산고에 앞서 송림고도 배구부가 해체될 위기를 겪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최근 한, 두 학교가 겪는 문제는 아니다. 학령 인구 감소와 학습권 보장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해결하기 쉽지 않은 모두의 고민이다.

한국 남자배구가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한국 배구의 위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열매’인 대표팀이 아닌 ‘뿌리’에 해당하는 학교체육이다. 뿌리가 썩고 있는 나무는 절대 튼튼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한국 배구의 위태로운 현실은 비단 대표팀만의 고민은 아닌 듯하다.

오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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