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박항서 찾아라”...올림픽 2회 연속 노메달에 전국민 분노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4. 8. 1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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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태국 태권도대표팀 감독(왼쪽)이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파니팍 웡팟타나낏과 맞절을 하는 모습. <태국태권도협회>
[신짜오 베트남 - 306] 베트남의 전설적인 사격 선수 중에 호앙 쑤언 빈(Hoang Xuan Vinh)이란 선수가 있습니다.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베트남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당시 그는 남자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금메달을, 50m 권총 종목에서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했을 당시, 베트남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베트남 현지에서는 호앙 쑤언 빈의 성과를 베트남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합니다. 그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준 전설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베트남 엘리트 스포츠는 침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베트남은 메달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무메달 행진을 이어간 것입니다. 반면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인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베트남의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태국의 파니팍 웡파타나낏(Panipak Wongpattanakit)은 여자 태권도 49kg급에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도쿄 올림픽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이 선수는 한국인 최영석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타이거 최’라 불리는 최 감독은 혹독한 훈련으로 선수들의 실력을 올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파니팍은 최 감독의 지도 아래 도쿄 올림픽에 이어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금메달을 확정 짓자, 파니팍은 최영석 감독에게 큰절을 했고, 최 감독도 맞절을 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전세계 이목을 끈 바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베드리크 레오나르도(Vedrick Leonardo)는 남자 스피드 클라이밍에서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이와 같은 성과들은 베트남과는 대조적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경쟁 국가들에 비해 여력이 부족한 베트남의 스포츠 침체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드러났습니다. 태국이 금메달 12개로 8위, 인도네시아는 금메달 6개로 13위를 차지하는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꾸준히 메달을 획득하며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은 총 3개의 금메달에 그치며, 동남아시아 주요국들에 비해 뒤처진 성적인 21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로 인해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서는 실망과 함께 국가 스포츠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몇 년간 베트남 스포츠의 부진이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도 베트남은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습니다. 리우 올림픽 당시 23명이었던 선수단 규모가 도쿄에서는 18명,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16명으로 줄어드는 등 선수단 규모도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감소는 베트남 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선수 육성과 훈련 환경 개선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베트남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성적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은 베트남 스포츠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더 많은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노이 출신의 한 현지인은 “동남아 경쟁 국가들이 메달을 따는 동안 우리는 뭘 하고 있는 거냐. 요즘은 축구도 태국에게 밀리는 통에 별 재미가 없다”고 속내를 털어놓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호앙 쑤언 빈이 닦아놓은 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베트남 스포츠가 이대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재임 시절, 베트남 국민들은 축구에 열광하며 ‘스포츠광’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다른 스포츠 역시 실력만 올라오면 환호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베트남 일각에서는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도 한국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출신 태권도 감독을 데려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태국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베트남 체육계가 ‘제2의 박항서’를 다른 종목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상황이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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