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모기, 주민들이 직접 ‘특공대’까지...모기와의 전쟁 참가해보니

구아모 기자 2024. 8. 17. 15: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7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고인돌근린공원에서 주민들로 구성된 모기 방역 요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해마다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 더운 날이 일찍 찾아오자 모기 등장도 빨라졌다. 서울시 ‘모기예보’에 따르면 지난 6월 7일 ‘모기 활동 지수’는 78.3으로 ‘불쾌’ 단계를 기록했다. 때 이른 모기에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모기와 전쟁’까지 벌여왔다. 불과 한 달 만인 7월에 최고 수치인 100을 기록, 지난 1일까지 내리 100을 기록했다. 날이 일찍 더워지고, 비가 조금씩 자주 온 탓이다.

모기 관련 민원도 폭증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모기 특공대’까지 꾸렸다. 서울 서초구 및 서울 중구, 부산 동구 등 지자체에서 시행 중이다. 방역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골목 사이에 들어가 웅덩이와 하수구 등에 소독약을 친다. 현장에서 시민 민원을 직접 접수해 처리하기도 한다. 지긋지긋한 모기와의 전쟁, 끝낼 수는 없을까. 서초구 모기 특공대원들과 함께 모기와의 전쟁에 참여해봤다. 모기의 습성을 공부하고, 가정에서 모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배웠다.

◇그늘진 물가에 매복한 모기들

7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고인돌근린공원에서 주민들로 구성된 방역 요원들이 모기 방역 작업을 하기 위해 출발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찾은 서울 양재2동 주민센터에 ‘모기 특공대원’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곧 특공대원 9명이 노란 조끼를 입고 살충제를 실은 수레를 끌기 시작했다. 이 동네 거주 기간만 평균 30년인 토박이들이다. 동네 곳곳의 모기 출몰 지역을 속속들이 아는 보안관들은 인근의 14곳 근린 공원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울 서초구에서 운영하는 모기 특공대원들은 방역 사각지대를 메우는 게 목적, 어린이공원과 빌라 화단 등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역을 돌아다닌다. 기간은 7월부터 11월까지. 한 달에 약 24만원의 활동비를 받는 자원봉사활동이다. 총 123명의 특공대원들이 주3회 방역 소독 작업에 나선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특공대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기의 습성도 공부했다. 모기가 좋아하는 곳만 잡아내 살충제를 뿌려야 하기 때문이다. 모기의 생활사는 물론 국내 주요질병 매개모기 증상, 방역 약품의 종류, 모기 서식지 박멸 방법, 모기 유충 서식지 조사 등 강의자료를 숙지하고 또 숙지한 뒤 출격한다.

7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고인돌근린공원에서 주민들로 구성된 모기 방역 요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모기들이 좋아하는 곳은 어둡고 습한 물가, 하수구가 대표적이다. 키가 낮은 나무 등의 뿌리도 모기의 쉼터다. 모기에게도 햇볕은 뜨거운 탓일까. 물 웅덩이와 하수구에 약품을 뿌리자 매복하고 있었던 모기들이 안개처럼 솟아오르기도 했다. 고인돌공원, 동산어린이공원 같이 지역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공원의 수풀 뿌리에 약을 치자, 숨어 있던 모기들이 떼로 날아올랐다. 서초구의 특공대 총괄 담당자인 김영철(66)씨는 “물이 고여있는 곳, 정화조와 저류지 바닥 등, 물 웅덩이가 있는 곳엔 모기가 번식한다”고 했다.

동네 토박이인 주민들은 고맙다며 인사를 하거나, 약을 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고생이 많다며 요구르트 음료나 박카스 음료를 건네주는 동네 주민도 있었다. 양재2동에서 47년째 거주 중인 김기자(68)씨는 “동네 지리는 토박이인 우리가 누구보다 잘 아니까 직접 방역 작업에 나섰는데, 돌아다니면서 발생하는 즉석 현장 민원도 처리한다”고 했다. 양재2동 주민센터 특공대를 총괄하는 김경연(69)씨는 “우리 동네는 어린이공원 등만 관내에 총 14곳이 넘고, 옛날 빌라들의 정화조나 화단 등에서 모기가 번식한다”고 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모기와의 전쟁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는 ‘모기 잡는 드론’을 날리기도 한다. 드론에 살충제 탱크를 달아 방역 차량이 가기 어려운 곳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이다. 서울 중구에선 ‘찾아가는 모기 방역 소통폰’을 통해 모기 처리 요원들을 급파하기도 한다. ‘디지털 모기 측정기’를 활용하거나 모기 유충을 잡아먹는 미꾸라지를 물가에 풀어놓기도 한다.

◇구멍을 막고 물을 없애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8일 오전 대구 남구 무궁화어린이공원에서 남구청·남구보건소 합동방역반 관계자들이 각종 감염병 매개체인 모기 등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가정집의 모기를 막기 위해서 구멍과 물을 차단하라고 조언한다. 모기는 단 2mm 크기의 구멍만 있어도 들어올 수 있다. 모기가 유독 많아진 것 같다 싶으면 주변의 물 웅덩이도 세심히 살피거나 건물 관리인·지자체에 방역 작업을 요청해야 한다.

‘모기박사’로 통하는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가정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틈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곳이 방충망 밑에 배수용으로 뚫린 구멍이라고 한다. 주로 틀 아래 구석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데, 테이프나 방충망 조각 등을 생활용품점에서 구입해서 막아야 한다. 오래된 방충망은 틀이 휘어지거나 마모되기도 하는데, 방충망을 갈거나 생활용품점에서 조각 방충망을 덧대어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배수구, 환풍기 등도 모기의 침입 경로가 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주변에 부쩍 모기가 많아진 것 같다면 건물 관리인에게 정화조 및 지하실 등 모기가 자라기 좋은 최적의 조건인 장소들을 점검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건물에 모기가 평소보다 많다고 느낀다면 이런 곳에서 모기가 자라나서 내부로 침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