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합 안되는 ‘광복절 공방’…여 “이념 갈등 부채질” 야 “친일 세력이 제 세상 만나”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이 정부와 독립운동단체 두 쪽으로 갈려 따로 열린 가운데 여야의 ‘광복절 공방전’은 이틀이 지난 17일에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반발해 광복절 기념식에 불참한 이종찬 광복회장을 겨냥해 “이념 갈등을 부채질한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친일을 넘어 숭일 역사관을 가진 자들을 임명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이종찬 광복회장이 ‘일제 밀정’이란 철 지난 용어로 반일 감정을 조성하고, ‘반역자’라는 비이성적 용어로 이념 갈등을 부채질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으로 실체 없는 유령과 싸우는 딱한 모습”이라며 “지하에서 지켜볼 우당 이회영 선생(이 회장의 조부)이 혀를 찰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 회장이 과거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와 우남 이승만 모두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발언한 것을 들어 “이 인식을 회복하는 것이 바람직한 역사관이고, 국민통합의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에 대해 “철 지난 이념 잣대로 재단하는 건 시대착오적 행태이자 불필요한 역사 논쟁”이라며 “자리를 탐한다는 지적 역시 사회원로가 경계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광복절을 앞두고 뉴라이트 성향으로 해석되는 영상을 튼 부산의 한 중학교와 해당 교사에게 교육 당국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누가 대한민국을 일본의 강제 침탈 미화 교육을 하는 나라로 만들었나”라며 “부산시교육청은 이런 참사를 벌인 학교와 교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광복절 전날인 지난 14일 부산 남구의 한 중학교에선 일제가 구한말 조선의 위생·의료·식량 문제를 해결했다는 주장이 담긴 영상이 상영돼 부시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한 대변인은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일제를 미화하는 만행이 벌어진 것”이라며 “친일 세력이 제 세상을 만나 역사 쿠데타를 자행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필두로 친일을 넘어선 숭일 역사관을 가진 자들을 대한민국 국가 기관에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때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당장 친일 행보를 멈추고 친일 인사들을 국가기관에서 퇴출하라”고 했다.
한편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정부 경축식엔 독립운동단체·야당과 국회의장이 불참했고, 광복회는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기념식을 따로 열었다. 독립기념관은 이날 공식 기념 행사를 취소하고 천안시가 별도 행사를 가졌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1948년 8월15일 건국을 옹호한 강원도 기념식에선 광복회 회원이 항의·퇴장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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