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도 즐거워 소품숍 투어
대학생 조성연씨(21)는 주말마다 ‘소품숍 투어’를 떠난다. ‘소품숍 투어’란 굿즈, 문구류부터 가게 운영자의 취향을 반영한 아이템까지 각양각색의 매력을 품은 소품숍을 둘러보는 여정을 일컫는 말이다. 동시에 최근 MZ세대 사이 떠오르는 데이트 코스이자 쇼핑·여행 트렌드다.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소품숍 투어’를 검색하면 약 25만건의 피드가 이어진다. 틱톡, 유튜브에도 ‘유니크한 연필이 가득한 문구류 끝판왕 소품숍’ ‘99%가 모르는 강남 해리포터 소품숍’ ‘○○(지명) 여행 시 꼭 들러야 할 소품숍 투어 코스’와 같은 콘텐츠가 쏟아진다.
아주 작지만
기분이 좋아져
자, 떠나 볼까
나만의 취향 찾기
소품숍 투어는 크게 세 가지로 코스로 나뉜다. 스티커, 캐릭터 상품을 주로 다루는 문구류 소품숍 투어, 식기류나 패브릭 상품을 주로 다루는 리빙 소품숍 투어, 빈티지 소품숍 투어다. 일부 소품숍은 이를 모두 망라한 상품을 전시, 판매하기도 한다.
서울 홍대권과 연남동 일대는 ‘투어객’의 필수 코스다. 일본 여행을 떠나온 듯 이국적인 아이템으로 가득한 ‘수바코’,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에 소꿉놀이하는 기분이 드는 ‘그날 봄’, 합리적인 가격에 고급스러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돌체까사’ 등 30여곳의 소품숍이 분포돼 있다. 양말, 그릇, 비누, 액세서리 등 판매하는 물품도 다양해 ‘잡화점’과 ‘백화점’의 경계를 오간다.
투어의 가장 큰 매력은 재미다. 조씨는 “처음엔 쇼핑이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둘러보는 시간 그 자체를 즐긴다. 마치 어른들의 놀이터 같다”고 전했다. 소품숍 카페 ‘사부작 상점’을 운영하는 박소라 대표의 의견도 흡사하다. 박 대표는 “요즘 세대는 나를 위한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며 “소품숍에서 좋아하는 캐릭터를 발견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는 모습에서 ‘행복 중독’의 모습을 보곤 한다”고 분위기를 묘사했다.
대량 생산 제품이 아닌 희소성이 높은 독특한 아이템으로 어필한다는 점 역시 소품숍 투어의 묘미다. 직장인 박혜령씨(23)는 “의류나 인테리어 소품에 국한했던 편집숍이 개성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MZ 세대를 만나 영역을 확장했다”고 풀이했다. 박씨는 주로 ‘키링 수집’을 위해 투어를 나선다. 아이돌 멤버들이 럭셔리 브랜드 가방에 저마다의 키링을 매치하는 것을 보면서 “아주 작은 소품으로도 패션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문구류·리빙·빈티지…
독특한 것 구경하는 ‘재미’에다
적은 돈으로 수집하는 ‘가심비’도
먹방 투어처럼 ‘소품숍’ 여행
“트렌드 읽고 영감 얻는 데 도움”
고물가 시대, 소품숍 투어는 ‘가심비’ 면에서도 만족도가 높다. 고등학생 김이현양(18·가명)은 “친구들과 함께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와 ‘백꾸(가방 꾸미기)’를 위해 투어를 시작했다”며 “아이템에 따라 다르겠지만 5000원 남짓한 금액으로 유행을 챙기고 기분 전환을 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때때로 소품숍 투어는 트렌드를 읽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소품숍 ‘후카후카 스튜디오’에서 만난 프리랜서 디자이너 도이현씨(20)는 키링이 담겨 있는 서랍을 마치 아파트처럼 연결한 이곳만의 시그니처 인테리어를 으뜸으로 꼽았다. 그는 “흔한 서랍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디어로 구현해낸 감각이 놀라웠다”며 “개인적으로는 소품숍 투어가 트렌드를 읽고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돼 즐기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투어’라는 이름답게 여행 일부로 소품숍을 찾는 이들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맛집’을 찾는 여행 트렌드에 이어 소품숍을 둘러보기 위한 여행도 떠난다. 여행 블로거 오은성씨(25)도 그중 하나다. 오씨는 이달 중순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계획하며 전포역 일대 소품숍 투어를 일정에 추가했다. 그는 “해수욕이나 ‘먹방’ 투어 외 또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히 대구는 투어객 사이 ‘성지’로 꼽힌다. 연예인들이 착용해 유명해진 키링숍 ‘모남희’부터 사적인 공간을 위한 사려 깊은 물건을 소개하는 ‘사사로운’, 전시회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인테리어 포스터 전문 소품숍 ‘해리하스’까지 샛별처럼 떠오르는 곳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어디부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소품숍 투어 정보를 기록하는 인스타그램 ‘나무리키(@namuriki)’의 운영자 김서정씨의 조언을 들어봐도 좋겠다. 김씨는 “처음에는 트렌디한 곳을 먼저 탐방하고 그중 가장 만족했던 곳과 비슷한 분위기의 소품숍을 찾아다녀 보길 바란다”며 “그 과정에서 나만의 취향, 유독 끌리는 곳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로그 ‘오뉴오뉴(@5new5new)’에 전국 소품숍 투어 일기를 기록하는 ‘키덜트’ 여행가 김온유씨 역시 ‘지도 앱’을 활용해 ‘지역 이름+문구숍’ ‘지역 이름+인테리어 소품’과 같은 방식으로 검색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으라고 말한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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