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서 퇴출된 뒤 그 겨울, KBO리그 역대 첫 대업이 싹 텄다… 어떤 마법이 있었나

김태우 기자 2024. 8. 17.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KBO리그 역사상 첫 2년 연속 30홀드 대업을 수립한 노경은 ⓒSSG랜더스
▲ 한때 변화구 투수로서의 변신도 꾀했던 노경은은 부단한 자기 노력과 철저한 관리로 후배들 못지않은 구위를 뽐내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누가 봐도 ‘지는 해’였다. 1차 지명의 화려한 타이틀, 2년 연속 10승(2012~2013)의 화려한 시절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승리보다는 패전이 더 익숙한 투수였고, 나이도 30대 후반으로 가고 있었다. 성실한 자기 관리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 관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투수의 구위를 평가하는 척도 중 하나인 구속은 노경은(40·SSG)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제외)에 따르면 노경은의 2020년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1.3㎞였다. 그런데 2021년은 139.6㎞까지 떨어졌다. 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140㎞조차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옆구리 투수도 아니었다.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 같았다.

롯데가 오랜 기간 공을 들이고 미련을 뒀던 노경은을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방출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 선택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너무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노경은은 오히려 그 퇴출 시점을 즈음해 변신을 꾀하고 있었다. 원래 스타일대로 돌아가야겠다고 결심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총력을 다하던 시점이었다. 단지, 그 결과가 단기간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었다.

노경은은 2021년 포심패스트볼 구속 저하에 대해 “2021년은 내가 변화구 투수로서 성공을 해보겠다고 스타일을 바꿨던 해다. 한번 스피드를 내려놓고, 팔을 내리고 변화구 위주로 갔었다”면서 “구속에 자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도 계속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나도 나이를 먹었고, 이제 어린 친구(타자)들도 다들 140㎞대 중·후반을 때리지 않나. 여기서 내가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고 곰곰이 되돌아봤다.

그래서 변화구를 돌파구로 삼았다. 노경은은 “그때부터 너클볼을 던지고, 커브, 서클체인지업을 던지고 했을 때다”고 말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라는 힘 있고 빠른 계통 구종을 주로 던졌던 노경은은 팔을 내리고 팔색조가 되려고 했다. 노경은은 “개인적으로는 터닝 포인트를 줬던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구속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시각이 있었다. 노경은은 “아직 우리나라는 구위가 있는 투수를 원하더라. 그것을 뒤늦게 알고 다시 스타일을 바꿨다. ‘아직 이 야구판은 변화구 투수를 원하지 않는구나’라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노경은은 2021년 변화구 투수로 변신을 꾀했다가 시즌 중반부터는 다시 예전의 힘 있는 스타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낮췄던 팔은 다시 올렸다. 팔 스윙도 짧게 바꿨다. 그리고 몸무게도 불렸다. 노경은은 “채식으로 몸무게를 늘렸다”고 했다. 사실 당시 구단에서는 이 선택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었다. 보통 몸무게를 늘리려고 하면 탄수화물 섭취, 육식을 생각하지만 노경은은 그렇지 않다고 자신했다. 오히려 지금 모든 재기의 시작이 채식에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몸무게가 10㎏ 가량 늘었고, 다시 구위가 조금씩 올라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방출 통보를 받았다. 노경은은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을 때 롯데에서 나왔다”고 했다.

모두가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자신이 있었다. 구위가 살아나고 있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팔꿈치나 어깨가 너무 멀쩡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다고 생각했다. SSG의 테스트에 응한 배경이다. 이미 그해 겨울 구속은 시속 147㎞까지 돌아와 있었다. SSG는 노경은을 연봉 1억 원에 영입하기로 했고, 이는 구단 역사와 KBO리그 역사를 한꺼번에 바꾼 신의 한 수가 됐다.

▲ 성실한 자기 관리와 좋은 성적으로 SSG뿐만 아니라 모든 후배 투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노경은 ⓒSSG랜더스

노경은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22년 144.8㎞까지 수직 상승했다. 전년 대비 5㎞ 이상이 빨라졌다. 구속만 오른 게 아니다. 분당 회전수(RPM)도 100회 가량 늘어났고, 리그 평균 수준이었던 수직무브먼트는 평균 이상으로 좋아졌다. 나이 마흔을 앞두고 패스트볼의 종합적인 경쟁력이 더 좋아진 것이다. 그런 노경은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구속을 유지하고 있다. 불펜으로 완전 전업한 2023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5.7㎞, 올해도 145.5㎞를 기록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이 등판하는 불펜 투수임을 고려하면 경이로운 경기력 유지다.

그런 노경은은 지난해 30홀드 고지를 밟은 것에 이어 15일 창원 NC전에서 홀드를 기록하며 KBO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30홀드를 기록한 주인공이 됐다.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며, 구위가 떨어졌다며 방출됐던 이 베테랑은 자신의 몸 상태와 한계치, 그리고 무엇보다 심장에서 속삭이는 야구에 대한 의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재기에 성공했다. 울림이 있는 대기록은 후배들에게도 시사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