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적시 치료로 환자 삶의 질 높인다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순천향대 부천병원 희귀질환 클리닉이 전문 진단 장비와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갖추고 희귀질환 환자의 적시 치료와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고 있다.
생후 14일 된 A 환아는 선천성 대사이상 스크리닝 검사에서 양성 소견으로 순천향대 부천병원 희귀질환 클리닉으로 의뢰됐다.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후 아미노산‧유기산 분석 및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결과, 유기산혈증 중 하나인 ‘프로피온산혈증’으로 진단됐다. 프로피온산혈증은 선천적으로 특정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 부족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처짐, 구토, 식욕부진, 탈수 증상이 나타나고 심각한 경우 경련과 혼수상태에 빠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A 환아는 저혈당과 고암모니아혈증이 생겨 입원 치료를 시행했으며, 현재는 특수 분유와 저단백식이를 통한 엄격한 식이조절과 고가의 치료제 ‘카바글루’로 치료하고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순천향대 부천병원 희귀질환 클리닉의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 덕분에 현재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영림 교수(희귀질환 클리닉장)는 “신생아 선별검사 급여 확대로 여러 신생아가 의심 증상으로 희귀질환 클리닉을 찾고 있으며,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다수의 희귀질환은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거나 원인을 빨리 찾지 못하고 있으며, 조기 치료가 늦어져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이 1,248개가 지정되었다. 희귀질환은 80% 이상이 유전성 질환이고 대부분 소아청소년기에 증상이 시작되고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정확한 조기 진단과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이에 순천향대 부천병원 희귀질환 클리닉은 진료 의뢰부터 진단, 치료 계획 수립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진료협력센터‧콜센터를 통해 진료를 의뢰하면 바로 희귀질환 전담간호사가 환자 및 보호자와 상담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안내한다. ‘심층진찰 시범사업 기관’으로서 복잡한 증상으로 진단의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도 초진부터 체계적이고 정밀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강점은 맞춤형 통합 치료 접근법이다. 의료진과 간호사, 영양사로 구성된 전문팀이 각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건강 관리 지침과 영양 상담을 제공한다. 단일 질환에 국한되지 않는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내과, 피부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전문 의료진이 협력해 다학제 진료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풍부한 진료 경험과 노력은 희귀질환 환자들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은 2016년 경기 서북부 권역 최초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희귀‧극희귀‧기타 염색체 이상질환 진단 요양기관’으로 지정받았다. 선천기형, 신경계 및 근골격계 이상을 동반한 질환, 대사이상질환 및 여러 장기들을 침범해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 등 극소수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각 질환에 따라 전문적인 치료 및 다학제를 통한 체계적인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신영림 교수는 “희귀질환 환자들은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환자와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환자 상태를 세심히 살피고, 때로는 정서적인 지지자가 되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선별검사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이중질량분석기를 이용해 아미노산‧유기산‧지방산 대사이상, 중증 복합면역결핍과 X-연관 부신백질이영양증 등 70종 이상의 희귀 대사질환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면역측정장비를 이용해 선천 갑상선기능저하증, 선천 부신과형성증, 갈락토스혈증 등도 선별하고 있다. 더불어 리소좀 축적질환 스크리닝, 첨단 염색체 검사, 유전체 검사, 효소분석검사 등을 통해 거의 모든 종류의 희귀질환을 원활히 진단할 수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이용화 진료과장은 “희귀질환 클리닉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선별검사에서 비정상 결과를 보이면 즉시 재검사 및 추가 검사를 통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림 교수는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지만 최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 많아졌다. 앞으로도 진료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희귀질환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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