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구멍’은 희망의 출구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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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재미있는 건 아니다.
일본에서 거대한 구멍 7개가 발생한다.
다음 생이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토피아는 없을까? '그럴 리 없다' 속 사람들은 구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다.
지금 내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는 구멍 안이든 밖이든 상관없이 그저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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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재미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눈에 띈다. 내용과 형식이 독특해서다. 드라마인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은 세트장에서 연극 무대처럼 보여준다. 분할 만화로 설명하기도 한다. 지난 4~6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일본드라마 ‘그럴 리 없다’(8부작)다. 각 25분으로, 일본 엠비에스(MBS)에서 방영했다.
일본에서 거대한 구멍 7개가 발생한다. 처음에는 이 구멍을 두려워했던 사람들은 점차 구멍이 내 삶을 구원해줄 미지의 존재라고 여긴다. 구멍이 또 다른 세상과 연결됐다고 믿는 집단이 생기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드라마는 구멍 안으로 들어가려는 8명이 한집에 모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먼저 구멍에 들어가는 순으로 매회 한사람씩 사연과 비밀을 털어놓는다.
우리는 뭔가를 꿈꾸고 이루려고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탈출구를 찾는다. 이 드라마는 그런 인간의 마음을 제대로 찌른다. 극 중 인물들도 구멍 안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다르지만 현실 도피라는 점은 같다. 누군가는 50살이 넘도록 가족에게도 짐만 되는 자신을 한탄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구멍에 들어가는 것을 매일 상상하며 잠들기도 한다. 다음 생이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루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토피아는 없을까? ‘그럴 리 없다’ 속 사람들은 구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다.
다채로운 형식이 내용의 무거움을 덜어준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천국 일본이지만 드라마에서 실험적인 시도는 드물었다. ‘그럴 리 없다’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현실과 과거를 명확히 구분한다. 화면만 봐도 이야기의 시점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성인 배우가 옷을 갈아입고 모자를 바꿔 쓰고 아역을 연기하기도 한다. 밴드가 나와서 공연도 한다.
아쉬움은 있다. 회차별로 한사람씩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 반복되면서 지루할 때도 있다. 연극적인 요소가 어색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매회 주인공의 사연에 따라 각기 다른 형식의 연출을 시도했다면 주목도가 높았을 것도 같다. ‘런치의 여왕’ 등 일드를 통해 한국에서도 유명한 쓰쓰미 신이치와 ‘기생수’로 알려진 소메타니 쇼타 등 익숙한 배우들이 이런 단점을 조금은 덜어주기는 한다.
어쨌든, 드라마가 말하려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누군가는 구멍으로 직진하지만, 누군가는 입구에서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아주 사소한 이유로 발길을 돌리기도 한다. 지금 내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는 구멍 안이든 밖이든 상관없이 그저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아닐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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