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다리에 나타난 포도송이, ‘하지정맥류’의 신호?
최근 지속된 폭염 속에서 반바지를 입은 남성들이 거리에서 자주 보입니다. 날씬한 다리부터 근육질의 다리, 허벅지와 종아리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일체형인 다리까지. 다양한 체형이 눈에 띄지만, 그중에서도 마치 포도송이처럼 다리에 돌출된 무언가가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하지정맥류입니다. 오늘은 남성 다리에 나타나는 하지정맥류의 원인과 관리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건장한 남성이라면, 다리에 혈관이 튀어나오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근육질의 남성이라면 다리뿐만 아니라 팔이나 어깨 등의 부위에서도 혈관이 튀어나와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병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증상이 아니라, 꾸준한 체력 단련을 통해 체지방이 줄어들고 혈관이 튼튼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소위 말하는 몸짱 남성의 신체에서 나타난 혈관 돌출은 지극히 정상이며, 건장한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운동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젊은 시절에는 혈관 돌출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다리에서 혈관이 튀어나와 보이기 시작했다면, 이는 하지정맥류와 같은 혈관 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특히 정상 체중을 넘어선 비만 체형의 경우, 지방에 가려져 혈관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비만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다리에 구불거리는 혈관 돌출이 관찰된다면, 하지정맥류를 강력히 의심해야 합니다.
2. 직선 형태가 아닌 구불거리는 혈관이 튀어나온 이유는?
혈관은 튜브 형태의 고무줄을 연상하면 됩니다. 고무줄을 그대로 펼쳐 놓으면 직선 형태가 되지만, 이를 구부리거나 변형시키면 다양한 각도로 모양이 바뀔 수 있습니다.
혈관도 이와 비슷합니다. 서 있을 때는 혈관이 직선 형태로 보이지만, 관절이 구부러지면 그에 맞춰 혈관도 변형됩니다. 그러나 정맥에 이상이 생겨 확장된 정맥, 즉 하지정맥류(下肢靜脈瘤)가 발생하면, 걷거나 움직일 때마다 혈액이 정맥에 쌓이게 됩니다. 정맥은 벽이 얇고 신축성이 있어 혈액이 더 많이 저장되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다리의 길이는 일정하므로,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혈액을 저장하려다 보니 혈관이 구불구불한 형태로 변형됩니다. 이로 인해, 직선으로 돌출된 정상적인 혈관과 달리, 하지정맥류로 인한 구불거리는 혈관이 관찰되는 것입니다.
하지정맥류로 인한 혈관 돌출인지, 아니면 정상 혈관의 돌출인지를 판별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 있을 때나 운동 후 일시적으로 일직선 형태의 돌출이 나타난다면, 지방이 적고 근육질 체형에서 나타난 정상 혈관의 돌출
● 평소 살짝 비춰 보이거나 약간 돌출된 형태로 보이다가 활동 전후로 구불구불한 형태의 혈관 돌출이 나타난다면, 하지정맥류로 인한 혈관 돌출
3. 이러한 문제는 어떤 남성에게 더 잘 나타날까?
직선의 혈관은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체형이나, 체질적으로 지방이 적은 마른 체형의 남성에게 주로 관찰됩니다. 하지만 혈관이 성인 남성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구불거리는 정맥류는 특정 대상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물론 하지정맥류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은 유전이지만, 이외에도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종의 근무자, 쪼그려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직종의 남성에게서 높은 발병률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요식업 종사자 △서서 강의하는 교육자 △쪼그려 앉아서 일하는 용접공 등이 해당됩니다.
신체 접촉이 잦은 운동, 특히 과격한 종목을 즐기는 남성에게서도 비교적 높은 발병률을 보입니다. 이는 외상으로 인한 하지정맥류 발병 원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비만으로 인해 다리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국소적인 복부 비만이나 변비도 복압을 증가시켜 하지정맥류 발병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전이 아니더라도 중력이나 외상, 복압 상승 등에 영향을 받는 일이 잦은 남성이라면, 하지정맥류 발병 위험이 높으므로 평소 혈액 순환 개선 및 예방을 위한 보존요법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다리에 나타난 포도송이, 그냥 두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하지정맥류란 정맥 내 판막(Valve) 기능의 이상으로 인한 역류 및 혈관 확장으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걷고 움직일 때마다 혈액이 역류하게 되며, 많이 움직일수록 역류량이 증가하고, 정맥 고혈압 상태로 발전하여 주변 조직을 압박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남성은 일부 고장난 판막만으로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근력이 약한 사람은 순환장애 및 조직 압박으로 인해 다리의 중압감, 당김, 통증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각 증상뿐만 아니라, 장시간 방치하면 심각한 혈관 돌출, 색소 침착, 궤양 등의 합병증과 함께 만성정맥부전이 나타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심부정맥혈전증으로 발전해 폐색전증을 동반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
5.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붉은색이나 보랏빛의 실핏줄 형태(거미양정맥류)나 푸른색 혈관이 드러나 보이는 정도(망상정맥류)의 하지정맥류가 단독으로 발생한 경우, 정도에 따라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설령 치료가 필요하더라도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류가 심하게 진행되어 피부 밖으로 이미 포도송이처럼 혈관 돌출이 나타난 상태라면, 외과적 수술이 가장 적합한 치료법입니다.
심한 혈관 돌출이 나타난 경우, 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초기 증상이라 생각해 자가 관리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희망일 뿐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맥 내 판막이 망가져 완두콩만한 혈관이 튀어나오기까지 약 2~3년이 걸리며, 포도송이 같은 혈관 돌출이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5~8년 정도가 걸립니다. 따라서 질병을 늦게 발견한 것을 초기로 오판해서는 안됩니다.
이미 피부 밖으로 돌출된 상태라면 중증 이상의 하지정맥류 단계로 볼 수 있으며, 이때는 전통적 외과 절개수술(광범위정맥류발거술), 레이저요법, 고주파요법, 베나실요법, 클라리베인 등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글 = 하이닥 의학기자 반동규 원장 (흉부외과 전문의)
반동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전문가 대표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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