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의 스포츠시선] ‘김도영의 시대’가 의미하는 것
2024시즌 KBO리그 흥행을 이끄는 여러 선수 중 가장 으뜸은 김도영이다. 2022시즌 데뷔할 때부터 KIA를 대표하고, 한국 야구를 대표할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프로 3년 차에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잠재력을 터뜨렸다. 지금 프로야구는 ‘김도영 신드롬’에 빠져있다.
김도영은 지난 15일 고척 키움히어로즈전에서 30-30 기록을 달성했다. 전날까지 29홈런, 33도루를 기록 중이던 그는 이날 시즌 30번째 아치를 그렸고, 시즌 34호 도루까지 신고했다.
2003년 10월 2일생인 김도영은 20세 10개월 13일의 나이로 30-30 종전 최연소 기록인 1996년 박재홍의 22세 11개월 27일을 갈아치웠다. 아울러 종전 30-30 최소 경기 기록도 세웠다.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다이노스)의 112경기를 한 경기 줄인 111경기 만에 기록을 달성했다.
김도영은 지난달 23일 NC다이노스전에서 4타석 만에 단타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등 센세이셔널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아직 경기가 남아 있기에 2015시즌 테임즈가 세운 40홈런-40도루 기록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달성하게 된다면 국내 선수로는 최초가 된다.
소속팀 KIA가 정규시즌 1위를 질주 중이라 아직 이른 시점이긴 하지만 김도영의 MVP 수상을 점치는 예상이 많다. 16일까지 타율 0.346(4위), 30홈런(공동 2위), 34도루(5위), 150안타(3위), 110득점(1위) 등 타격 부문에 골고루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이 선두를 달리는데도 김도영의 활약이 크다. 여러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김도영이기에 팀의 우승과 MVP 수상은 2020년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다는 의미와도 같다.
지난 42년간 프로야구는 숱한 슈퍼스타를 배출해왔다. 초창기 1980년대 고 최동원, 선동열(전 KIA 감독) 등 에이스들의 활약과 해태(KIA의 전신)의 검빨(검정생 하의+빨간색 상의) 유니폼이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1990년대는 해태 이종범(전 LG 코치)이 프로야구의 상징이었다. 이후 ‘라이온킹’ 이승엽(현 두산베어스 감독)이 등장하며 국민타자 반열에 올랐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들이 주축으로 자리잡았고,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아직 현역으로 마운드에 오르는 류현진(한화이글스)도 2000년대와 2010년 한국 야구를 상징하는 이들 중 하나이다.
다만, 김도영은 위 선배들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흔히 MZ세대라 불리는 김도영 또래의 20대 초반이 당찬 특징이 돋보인다. 대표팀에 선발돼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부상을 당했던 김도영은 최근 다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해 주변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KIA는 김도영의 부상 이후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것에도 벌금 1000만원을 걸었다. 그러나 김도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경기에 대한 몰입, 승리에 대한 열정, 갈망이 느껴지는 플레이였다.
30-30을 달성하고 난 뒤 인터뷰도 화제이다. 김도영은 “(스스로 생각해도) 슈퍼스타로서의 삶이 어울린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는 한국 사회, 특히 더 보수적인 스포츠 현장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멘트이다. 스포츠 현장에서는 스스로 슈퍼스타라고 얘기하는 것이 터부시되어왔다. 그럼에도 김도영의 당당한 슈퍼스타 선언은 불편하지 않다. 비록 실책 25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그라운드를 질주하는 김도영의 플레이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김도영의 시대’가 주는 의미가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하며 성과를 내는 게 어색하고, 불편하지 않은, 오히려 많은 박수와 응원을 받는 것이 당연한 그런 분위기 말이다.
SH2C 연구소장(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스포츠팀 (sp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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