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빠진 자리, 39세 베테랑이 채웠다…“이제 내가 굴러야할 때”
[스포티비뉴스=창원, 최민우 기자] “내가 이제 굴러야 다른 선수들에게 보답하는 거다.”
삼성 라이온즈 임창민(39)은 16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전에서 1⅓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을 기록. 삼성 이적 후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임창민의 활약 속에 삼성은 NC를 7-3으로 꺾고 주말시리즈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아울러 삼성은 시즌전적 61승 2무 52패를 기록하며 2위 LG 트윈스(60승 2무 50패)와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임창민은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8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첫 타자 서호철을 9구 접전 끝에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임창민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9회초 타선이 3점을 더 뽑아내자, 다시 임창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임창민은 도태훈을 유격수 땅볼, 권희동과 김휘집을 삼진처리하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를 마친 후 임창민은 “워낙 요즘 불펜이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이닝보다는 타자와 승부하는 것만 생각했다.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공만 잘 던져보자’는 생각으로 투구했던 게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 기쁘다”며 소감을 남겼다.
타선이 추가점을 낸 가운데, 임창민은 멀티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임창민은 “점수가 나면 9회에도 공을 던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워낙 관리를 잘 받고 있다. 멀티이닝을 던진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나도 이제 굴러야 한다. 그래야 다른 선수들에게 보답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삼성은 오승환을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직전 경기였던 대구 kt전에서 홈런 두 방을 맞는 등 부진했기 때문이다. 박진만 감독은 오승환이 구위를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2군행을 지시했다. 삼성 선수단 분위기도 좋을 리가 없었다.
임창민은 “승환이 형은 삼성의 상징적인 선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야구인으로 봤을 때도 정말 대단한 선수다. 그런 승환이 형이 말소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팀이 많이 흔들렸다. 그래도 승환이 형이 오히려 웃으면서 ‘나는 괜찮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말해줬다. 아무래도 경기 시작 전까지도 분위기가 이상했었다. 항상 함께 했던 선수가 없으니까 더 그랬다. 잠깐 위기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승환이 형이 없는 첫 경기를 잘 풀어서 다행이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승환이 빠진 가운데, 임창민은 삼성 투수진에 최선참이 됐다. 그리고 팀 승리를 지켜내는 데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임창민은 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임창민은 “다행히 오늘 경기는 내가 지켜냈다. 나 혼자 한 일이 아니다. 포수 강민호도 많이 도와줬고, 내 뒤에서 야수들도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모두가 함께 한 일이다”며 자신을 낮췄다.
임창민은 자신 보다 앞서 등판했던 불펜 투수들의 공도 잊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선발 투수 황동재가 5이닝을 소화한 후 내려갔고, 김태훈(1이닝 1피안타 1피홈런 1실점)과 우완 이승현(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최채흥(⅔이닝 무실점) 등이 차례로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책임졌다. 임창민은 “다른 불펜 투수들도 등판 전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불펜 투수들은 시즌을 치르면서 퍼포먼스 보다는 서로에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 지가 중요한데, 오늘은 그런 부분이 잘 됐다”고 말했다.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체력 문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 임창민은 “너무 정신 없이 시즌을 치러왔다. 어느 시점이 넘어가면 내 컨디션이 좋은지, 안 좋은지 모르겠더라. 컨디션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냥 마운드에 올라가서 내 공을 던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컨디션에 대한 판단은 코칭스태프가 할 일이다. 우리는 내 상태를 생각하기 보단, 경기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임창민은 삼성과 2년 총액 8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입단 후 임창민은 “외부에서 삼성을 하위권으로 평가하더라. 우리가 그 예상을 깨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임창민의 말대로 삼성은 시즌 내내 상위권 랭크됐다.
임창민은 “다른 팀 소속이었을 때 삼성에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충분히 상위권에 오를 수 있는 팀이었다. 내가 여기에 힘을 더 보탠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전혀 놀랍지가 않다. 남들이 모르는 저평가주를 혼자 찾아낸 느낌을 받기도 한다”며 웃었다.
삼성은 이제 2위 탈환을 바라본다. 하지만 임창민은 LG의 결과를 의식하기 보단,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창민은 “LG도 너무 좋은 팀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른 팀과 경장하기 보단, 우리가 가는 길을 걷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다른 팀을 신경 쓰지 말고, 우리의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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