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탈환 아프리카TV 1위 뺏긴 네이버, '스트리밍 전쟁' [IT+]
네이버와 경쟁한 아프리카TV
접전 끝에 MAU 1위 탈환
콘텐츠 집중 결실로 이어져
e스포츠·올림픽 특수 누려
하반기에도 성장세 이어갈까
스트리밍 플랫폼 '아프리카TV'가 네이버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7월 아프리카TV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221만명으로 전월 대비 38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플랫폼 '치지직'이 203만명에서 207만명으로 변동이 없었던 걸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다.
사용자 총 시청시간에선 아프리카TV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했다. 총 9억6000분으로 4억4000분인 치지직의 2배를 넘어섰다. 1인당 평균 시청시간도 아프리카TV가 436.5분으로 치지직(215분)을 비슷한 차이로 앞질렀다. 거대 기업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아프리카TV에 의미가 크다.
■ 전쟁의 시작=두 플랫폼의 경쟁은 8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프리카TV와 업계 1위를 놓고 다투던 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다. 지난해 말 트위치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업계의 이목은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치지직으로 쏠렸다.
네이버가 사용자인터페이스(UI)부터 세세한 디자인까지 트위치를 빼닮은 플랫폼으로 치지직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치지직이 트위치 이용자를 그대로 흡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치지직은 네이버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해가 바뀐 올 3월에 MAU 216만명을 기록하며 론칭 4개월 만에 아프리카TV(196만명)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이대로 굳어질 줄 알았던 두 플랫폼의 순위가 이번 7월엔 뒤바뀐 셈이다.
■ 아프리카TV의 질주=두 플랫폼의 희비를 가른 건 '콘텐츠'다. 아프리카TV 운영사인 숲(SOOP)은 각종 e스포츠 경기와 올림픽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지난 7월 3일부터 8월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 2024(EWC 2024)가 시작점이었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e스포츠팀 'T1'이 게임 종목 중 하나였던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 부문에서 우승해 큰 관심을 받았다.
EWC 2024가 끝난 직후엔 '파리 2024 올림픽'으로 재미를 봤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중에서 홀로 온라인 중계권을 따낸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효자종목인 양궁 외에도 배드민턴· 펜싱·사격 등에서 금메달이 쏟아지면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를 보려는 시청자들이 아프리카TV에 쏠렸다. 기존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아프리카TV와 치지직의 동시 시청자 수가 올림픽 개막식 때는 24만명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아프리카TV가 콘텐츠 생산자인 BJ(인터넷 방송인)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숲이 최근 공개한 '2023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BJ에게 배분한 금액은 4761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했다.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활동 중인 BJ 수는 3만여명에 달한다. 이들 BJ가 저마다 만들어 내는 콘텐츠가 아프리카TV의 차별화 포인트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 덕분인지 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 2분기 숲의 매출은 10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36억원에서 333억원으로 41.1%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숲의 최대 실적이다.
■ 치지직의 반격=관건은 아프리카TV가 콘텐츠 경쟁력을 얼마나 오래 끌고 갈 수 있느냐다. 역전의 발판이 됐던 주요 e스포츠 경기와 올림픽은 모두 막을 내렸다. '게이머들의 축제'로 불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이 하반기에 열리긴 하지만 이 리그는 아프리카TV뿐만 아니라 치지직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네이버 서비스 중 하나인 '네이버 e스포츠'에서 이 리그를 생중계로 진행하는데, 치지직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도 시청자와 함께 볼 수 있어서다.
치지직도 서비스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운영사인 네이버의 서비스들과 연계해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 카페에 생성된 스트리머 팬카페에서 라이브 방송 여부와 VOD 영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건 대표적인 사례다.
시청자의 방송 참여를 유도하는 기능도 개발 중이다. 스트리머의 목소리를 학습한 인공지능(AI) 보이스를 통해서다. 이 기능을 쓰면 후원을 할 경우 AI가 스트리머의 목소리로 후원 내용을 읽어준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TV는 네이버의 추격을 따돌리고 업계 1위 자리를 굳힐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