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없이 서서 연주…고잉홈프로젝트의 새로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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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등 뒤로 연주자 대기실 문이 열리면서 악장이 들어왔다.
지난 2022년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주도로 해외 각국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고잉홈프로젝트에는 따로 지휘자가 없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오는 12월 6번째 공연에서 베토벤의 '불멸의 교향곡'인 '합창'(교향곡 9번) 연주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베토벤 전곡 시리즈' 공연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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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악기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등 뒤로 연주자 대기실 문이 열리면서 악장이 들어왔다. 박수로 악장을 맞은 관객들은 지휘자의 등장을 기다렸지만, 대기실 문은 더는 열리지 않았다.
대신 악장이 수석 단원들과 한 차례 얘기를 나누더니 바이올린 활을 들어 단원들에게 연주 시작 사인을 보냈다. 어리둥절한 관객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명명축일 서곡' 연주를 시작했다.
1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의 '베토벤 전곡 시리즈' 5번째 공연의 시작 모습이다.
지난 2022년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주도로 해외 각국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고잉홈프로젝트에는 따로 지휘자가 없다. 단원들이 지휘자 역할까지 수행하면서 쌍방향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수평적 관계 정립이 바로 고잉홈프로젝트 결성 취지이기 때문이다.
포디움도 없이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어지는 낯설고 위태로운 모습이었지만,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베테랑 단원들의 연주는 흔들림이 없었다. 악장으로 나선 불가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가 수시로 단원들과 소통하며 연주의 조화를 이끌었다. 수석 단원인 첼리스트 김두민과 플루티스트 조성현, 클라리네티스트 조인혁도 단원들과 눈으로 소통하며 박자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악장을 도왔다.
이날 공연에서는 베토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1811∼1815년 작곡된 작품들이 연주됐다.
첫 곡인 '명명축일 서곡'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데도 고잉홈프로젝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호른과 트럼펫 연주로 시작하는 장엄한 분위기의 도입부와 바이올린 등 현악기의 화려한 끝맺음이 대비되는 곡이었다. 조성현과 조인혁이 이끄는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앙상블 연주도 돋보였다.
이어 선보인 '교향곡 8번'은 베토벤의 작품답지 않게 아기자기한 선율이 특징인 곡이다. 베토벤 교향곡 중 가장 짧은 25∼28분대 곡으로, 초연 당시 베토벤이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상태인데도 직접 포디엄에 올라 지휘할 정도로 아꼈던 작품이다. 이날 고잉홈프로젝트 무대에선 호른과 클라리넷의 절묘한 조합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교향곡 7번'이 연주된 2부 공연에선 1부보다 더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첼로를 제외한 모든 악기 연주자가 의자를 치우고 서서 40분 넘게 연주했다. 빠르고 힘 있는 연주가 필요한 곡 특성상 원활한 소통을 위해 아예 서서 연주하기로 한 것이다.
고잉홈프로젝트의 새로운 시도는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웠다. '8분의 6박자'의 생소한 리듬의 1악장과 묵직한 화성이 특징인 2악장, 상승과 하강이 반복하는 3악장, 야성적인 활기를 띠는 4악장까지 정신없이 몰아치며 관객을 무아지경에 빠지게 했다.
고잉홈프로젝트는 오는 12월 6번째 공연에서 베토벤의 '불멸의 교향곡'인 '합창'(교향곡 9번) 연주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한 '베토벤 전곡 시리즈' 공연을 마무리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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