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것은 달콤한 슬픔”이라는 이 대통령[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재선 도전 포기한 바이든 대통령
됫모습이 멋있는 리더의 고별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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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lieve it is in the best interest of my party and the country for me to stand down and to focus solely on fulfilling my duties as President for the remainder of my term.” (사퇴해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임무를 완수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당과 나라를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다) |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지도자가 권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데는 두 가지 심리적 이유가 있습니다. ‘mission’(임무)과 ‘stature’(지위)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여겼습니다. 29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이후 50년 동안 고위 정치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런 지위를 포기한다는 것은 정체성 상실을 의미합니다. 이런 이유로 버텼지만, 동료 정치인들의 압력, 트럼프 대통령 피격 후 인기 급상승을 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이제 몇 개월 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를 끝냅니다. 임기 말이 불안한 한국 대통령들과 달리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국민 고별연설(farewell address)을 하고 폼나게 퇴장합니다. 고별연설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재선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그의 심경을 밝히는 고별연설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고할만한 고별연설을 알아봤습니다.
Old soldiers never die, they simply fade away.”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
맥아더 장군은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도 거부했습니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참았지만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참지 않았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한국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중국과의 전면전을 주장하자 제3차 세계대전을 우려한 트루먼 대통령은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1951년 그를 해임했습니다. 전쟁 중에 총사령관을 해고하는 유례 없는 조치였습니다. 맥아더 장군은 일주일 뒤 의회에서 고별연설을 하고 은퇴했습니다.
노병 구절이 감상적이어서 전체적인 연설 내용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 구절만 그렇고 나머지 내용은 자신을 해고한 트루먼 대통령에 대한 불만, 자신이 옳았다는 주장으로 가득합니다. “Efforts have been made to distort my position. It has been said in effect that I was a warmonger. Nothing could be further from the truth”(내 입장을 왜곡하려는 노력들이 있다. 내가 전쟁광이라는 식의 주장이 있는데 완전히 사실과 다르다). ‘monger’(멍거)는 ‘신봉자’라는 뜻입니다. ‘fear-mongering’(공포 유발)이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
In the councils of government, we must guard against the acquisition of unwarranted influence, whether sought or unsought, by the military-industrial complex.” (정부 운영에서 우리는 원하건 원하지 않건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을 이겨내야 한다) |
1947년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이 제정되면서 육해공군 통합체계가 수립되고 미국은 군사 초강대국이 됐습니다. 냉전 체제에서 군사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지만 군사화된 사회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은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에만 쓰이도록 국민이 감시해야 한다는 숙제를 주고 떠났습니다.
People ask how I feel about leaving. And the fact is, parting is such sweet sorrow.” (사람들은 나에게 떠나는 기분을 물어본다. 사실을 말하자면 떠나는 것은 매우 달콤한 슬픔이다) |
‘부분’이라는 뜻의 ‘part’는 원래 가른다, 헤어진다는 의미에서 출발했습니다. “Where do you part?” 머리 가르마를 어느 쪽으로 타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솔직한 고별연설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냉전 종식, 레이거노믹스 등 업적은 이미 증명됐으니까 일일이 열거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
워싱턴 대통령은 1796년 8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차기 대선을 10주 앞둔 시점에 수도 필라델피아의 ‘아메리칸 데일리 애드버타이저’ 신문에 32장짜리 고별연설을 기고했습니다. 단순히 물러나는 이유가 아니라 국가가 나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제목은 ‘The Address of Gen. Washington to the People of America on His Declining the Presidency of the United States’(워싱턴 장군이 국민에게 대통령을 사양하는 이유에 대해 밝힌 연설). 독특하게 ‘워싱턴 대통령’이 아니라 ‘워싱턴 장군’이라고 했습니다. 겸손한 성격을 보여줍니다. 자신은 대통령 자격이 없으며 임기를 잘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국민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The Spirit of the Party agitates the community with ill-founded jealousies and false alarms, kindles the animosity of one part against another, foments occasionally riot and insurrection.” (당파주의의 망령은 질투와 허위경고로 결속을 흔들고, 서로의 적대감을 키우며, 폭동과 반란을 조장한다) |
실전 보케 360
밴스 후보의 발언은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The comment is the sort of smart-aleck crack that gets laughs in certain right-wing male precincts,” (그 발언은 특정 보수 남성 그룹을 즐겁게 하는 잘난 척 농담 같은 것이다) |
보수적인 남성들에게는 밴스 후보의 농담이 잘 먹힐지 몰라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중에는 ‘childless cat lady’로 분류될 수 있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그런 여성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발언입니다. 선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특정 유권자층을 소외시키는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20년 4월 20일 소개된 전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에 관한 내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사퇴 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됐지만, 대중적 인기로 치자면 미셸 오바마 여사를 따를 사람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가상 대결에서 미셸 여사는 해리스 부통령보다 승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타깝게도 미셸 여사는 정치가 싫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2020년 대선 때도 미셸 여사의 이름이 오르내렸습니다.
▶2020년 4월 20일자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420/100721193/1
Beggars can’t be choosers.”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
She’ll ultimately ruin, not balance, the ticket.” (그녀는 티켓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티켓을 망칠 것이다) |
Being president doesn’t change who you are. It reveals who you are.”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바꾸어 놓지 않는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드러낼 뿐이다)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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