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고강도 반부패 드라이브, 공무원 복지부동·보신주의 야기"
"中지도부, 친강 처벌 안한 건 공직사회에 주는 메시지"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고강도 반부패 드라이브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伏地不動)과 보신주의를 야기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은 공무원 수백만 명을 희생시킬 정도로 서슬 퍼런 위세를 떨쳤지만, 시 주석의 3번째 임기가 시작된 뒤에도 그 위세는 약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2년 10월 제18차 공산당 전국 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모두 거머쥔 시 주석은 집권 직후부터 현재까지 10여년째 고강도 사정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열심히 일하다 실수를 저지르는 데 대한 두려움 속에 점점 더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젊은 세대의 용어로 표현하면 '납작 엎드리게 되는'(lie flat·복지부동)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이 인터뷰한 중국 공무원들은 "공직사회에는 업무에서 실수를 저지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고, 융통성의 결핍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공산당 내 막강한 징계 기구의 감독 강화로 인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 정부 통제가 강화됨에 따라 많은 공무원이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을 줄이고 확실한 지시만 기다리는 경향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중앙 정부가 공직사회에 세세한 지시까지 내리는 이른바 '미시적 관리'가 혁신과 창의성을 억압해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분위기를 팽배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국립대 산웨이 중국정치 선임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은 뇌가 팔을 통제하듯 관료들이 그의 지시를 엄격히 따르는 마음과 정신으로 통합된 응집력 있는 시스템을 추구한다"며 "미시적 관리로의 전환은 지방 공무원의 활동 공간을 제한하고, 그 결과 '납작 엎드려 있는' 간부들을 양산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래전 비리 사건까지 파헤쳐 무더기로 처벌하는 사례도 있어 공직사회에 서로 감시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
2020년 시 주석 지시로 출범한 태스크포스(TF)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석탄 부문 비리를 대규모로 조사한 결과 2022년 9월 기준으로 942명이 무더기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브루스 J. 딕슨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외국 투자유치, 민간기업 지원 등을 통해 실적을 내는 것은 뇌물이나 불법행위에 노출될 위험도 크기 때문에 이런 위험을 감수하느니 안전한 방식을 택하는 지방공무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공직사회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를 일소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서 채택된 결정문에는 "공무원들이 독단적으로 행동하거나 의지, 용기 또는 이행 능력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공직사회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정부는 공직자들이 저지른 잘못에 비해 지나친 처벌이나 징계를 받지 않도록 차등화된 조처를 하는 데에도 공을 들여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SCMP는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이 지난해 갑작스럽게 낙마하며 모든 공직을 잃었지만 지난달 3중전회에서 중앙위원 면직 외에 처벌 조치는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관리들에 대한 처벌을 줄임으로써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중국 관리들은 경미한 처벌도 승진에 심각한 타격을 주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낮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변화시키려면 중국 지도부가 인센티브 제공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의 중국학 및 국제문제 분야 데이비드 자노프 벌먼 조교수는 "혁신적이고 대담한 새로운 세대의 지방 간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당이 새로운 인센티브를 허용하도록 간부 관리 시스템을 정말로 바꿔야 한다"며 단순히 간부들에게 과감하게 혁신하라고 말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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