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 제품 사서 40배 먹고 팔았다”…스벅굿즈 아닌 ‘이 제품’에 난리난 미국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8.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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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
3.99달러 피크닉 미니 쿨러백
오픈런에 개장 3분만에 ‘완판’
이베이 등서 40배 올려 리셀
미국 대형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가 여름을 맞아 한정판으로 출시한 피크닉용 미니 쿨러백 [사진 출처 = 트레이더조 홈페이지]
오픈런(물건을 사기 위해 영업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행위)과 사랑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국경, 나이, 성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오픈런은 특히 악명이 높습니다. 스타벅스 서머레디백이 출시됐을 때, 아이폰 신모델이 시장에 처음 나왔을 때 한국 소비자들은 이를 손에 넣기 위해 이른 평일 아침에도 매장 앞에 줄을 섰습니다. 롤렉스 등 인기 명품시계를 사기 위한 오픈런이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항상 이어지는 것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를 보면 한국에서만 유독 오픈런이 심한 것 같지만 시야를 넓히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인종을 바탕으로 일상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도 오픈런은 예외가 아닙니다. 명품시계 브랜드 오메가가 ‘가성비 시계’ 스와치와 협력해 탄생한 ‘문스와치’ 시계가 처음 출시됐을 때는 미국, 유럽, 아시아 할 것 없이 전 세계 110여개 스와치 매장에서 대대적인 오픈런이 이어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소비자들끼리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올해 여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공기마저 무거운 뜨거운 무더위가 이어졌음에도 미 소비자들의 오픈런은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손에 넣고자 하는 물건은 스타벅스 등 유명 제품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대형 식료품 체인점 ‘트레이더조’ 제품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최근 트레이더조가 여름을 맞아 출시한 피크닉용 미니 쿨러백이 미 소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두 개 한 세트로 3.99달러(약 5500원)라는 저렴한 가격에 자주색·청록색 두 가지 색상으로 출시된 이번 쿨러백을 향한 열기는 40도를 웃돈 미 여름 폭염보다 더 뜨거웠습니다. 트레이더조가 문을 여는 오전 8시보다 약 1시간 이른 오전 7시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이 생겼고, 쿨러백은 매장 오픈 약 3분 뒤인 오전 8시3분께 모두 팔려나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이른 아침부터 기다렸지만 쿨러백 구입에 실패한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손에 넣기 위해 두 세차례 더 도전해야 했습니다. 수요가 폭증하자 트레이더조는 고객 한 명당 쿨러백을 최대 두 개만 살 수 있도록 제한을 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쿨러백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한 번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날 다시 매장으로 돌아와 계속 제품을 사들였습니다. 매진 행렬이 이어지자 트레이더조 측은 급하게 추가 물량을 확보해 판매할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이 이처럼 쿨러백을 계속 구입한 이유는 본인이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베이와 같은 글로벌 커머스 플랫폼에는 해당 제품을 되팔고자 하는 판매 게시글이 쏟아졌습니다. 세트당 3.99달러에 판매된 쿨러백 가격은 이 같은 되팔이 과정에서 50달러(약 6만80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일부 홈페이지에서는 150달러(약 2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지만 그럼에도 물건이 없어 더 팔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50달러에 쿨러백을 올린 한 판매자는 본인이 사들였던 32세트를 모두 팔아치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대형 식료품 체인 트레이더조
마케팅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품절 대란이 ‘예고된 사태’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레이더조는 이번뿐만 아니라 지난 수십년 동안 품질 좋은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한된 수량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자주 써왔습니다. 이 같은 전략은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정확히 꿰뚫었습니다. 한정판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예상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을 몰리게 하는 효과를 이끌어 낸 것입니다.

이번에 출시된 쿨러백 역시 인기의 가장 큰 비결 중 하나는 바로 한정된 수량이었습니다. 지난 6월 출시된 쿨러백은 순식간에 다 팔려나갔고, 이후 지난달 중순 한정된 수량이 재입고됐지만 소비자들 수요를 완전히 충족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이처럼 제한된 수량을 바탕으로 하는 희소성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한층 더 키웠다는 분석입니다.

희소성과 함께 작은 크기와 실용적인 디자인을 갖췄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된 점도 인기 상승 비결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같은 장점이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트레이더조를 찾아오는 유인책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희소성을 앞세운 판매 전략이 ‘되팔이’와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미국 브라이언트대 유통물류학과 마이클 로버토 교수는 “트레이더조는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에 품질 좋은 상품을 살 수 있는 ‘보물 찾기’와 비슷한 경험을 선사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 같은 판매 전략은 모든 계층의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리셀 심화 우려에도 트레이더조는 이미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른 식료품 체인과 달리 ‘친근한 이웃’ 같은 이미지를 앞세우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입니다.

잘 정돈된 매장 내부에 정제된 홍보 문구가 적혀 있는 여타 식료품 체인과 달리 트레이더조는 형형색색의 분필로 휘갈겨 쓴 홍보 팻말이 가장 먼저 소비자들을 마주합니다. 여기에 자유로워 보이는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채 안부를 묻는 종업원들은 소비자들에게 ‘진짜 이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줍니다. 다른 식료품 체인들이 더 좋은 가격과 더 많은 제품을 구비했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미국 소비자들이 트레이더조를 선호하는 이유입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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