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예능에 이혼 드라마…이혼 콘텐츠 끝물 아니었나
이혼 콘텐츠 몇 년 간 지속에 피로도 높지만 '굿파트너' 같은 히트작도
구구절절 사연 자극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생활 솔루션 형식으로 변화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수년 째 이어진 이혼 콘텐츠에 시청자의 피로도가 높아진 듯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이혼 콘텐츠가 나오고 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자극적 부부 사연으로 이목을 끌었던 과거 이혼 콘텐츠와 달리, 법적 팁을 주거나 이혼을 막는 해법을 담은 콘텐츠들이 등장하고 있다.
2020년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시즌1이 시작된 이후 연예인이나 셀럽 부부의 이혼 사연을 다룬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졌다. 그 흐름은 2024년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다.
TV조선 '이제 혼자다'나 SBS '신발벗고 돌싱포맨', MBN '한 번쯤 이혼할 결심' 등 이혼을 주제로 만든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꼭 이혼만 다루는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MBC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이나 채널A '아빠는 꽃중년', SBS '미운 우리 새끼'와 같은 경우도 이혼을 하거나 고려 중인 사람의 사연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미 이혼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지만 새로운 이혼 프로그램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지난 15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이혼숙려캠프'의 경우 파일럿을 지나 정규 편성이 됐다. 지난 13일 JTBC '이혼숙려캠프' 제작발표회에서는 수많은 이혼 콘텐츠가 이미 있는 와중에 프로그램의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혼숙려캠프'를 연출한 김민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P는 “이 프로그램은 부부들의 사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솔루션을 통해 위기 부부들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에 방점을 찍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캠프에서는 55시간 동안 부부 상담이나 드라마 심리치료, 법률 상담과 같은 종합적인 관계 회복을 위한 패키지를 제공한다. 부부들이 처음에는 사연 영상처럼 사이가 안 좋았다가 캠프를 통해 관계 개선되는 것을 보는 게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이며, 주 내용이 솔루션과 관계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했다.
최근 가장 인기 높은 콘텐츠로 꼽히는 SBS 드라마 '굿파트너'도 이혼을 다루고 있다. SBS '굿파트너' 시청률은 7.8%로 시작해 2회 8.7%, 3회 10.5%, 4회 13.7%, 5회 12.1%를 기록(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했다. 올림픽으로 인한 결방 이후에도 시청률에 큰 문제가 없을 거란 예상이 나오는 정도다. '굿파트너'는 스타 이혼 변호사 차은경(장나라) 신입 변호사 한유리(남지현)가 펼치는 법정 오피스 드라마다. 최유나 이혼전문변호사가 작품 집필을 맡아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혼 법정을 그렸다는 평을 받는다.
시청자들이 이혼 이야기를 관음적으로 들여다보는 시대를 지나, 이미 보편적인 문제가 된 이혼을 어떻게 해결할지 콘텐츠를 통해 습득하려는 시대가 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16일 통화에서 “이혼 이야기가 계속 되는 이유로 우선 이혼이 너무 흔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며 “이전에는 주변에서 간혹 일어나는 일이거나 있어도 숨기는 일이었는데 이제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됐기 때문에 오히려 사연 그 자체보다 그 일을 어떻게 깔끔하게 해결할 것인가, 누구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이 일을 넘길 수 있을까, 즉 생활의 팁이 필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그렇기에 이혼 콘텐츠 역시 사연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혼을 잘 하는 법', 즉 법률적인 팁과 시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는지 등 디테일한 부분을 얼마나 잘 드러내는지가 중요해졌다”며 “특히 '굿파트너'는 구구절절한 이혼 사연을 생략하고 법적인 디테일을 잘 살려내 호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예전에는 이혼을 다룰 때 사적인 갈등을 부각하는 게 많았지만 이제는 일상의 문제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자극적인 효과를 노리기보다 얼마나 실질적인 문제로 잘 다루느냐가 중요해졌다”고 해석했다.
김 평론가는 “드라마 '굿파트너'는 법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고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줬다.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서 시청자들의 관심 포인트도 달라졌기 때문에 실제 사연 중심에서 구체적인 법적 문제와 대응 방법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콘텐츠의 모습도 달라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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