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00만년 전 '공룡 멸종' 시킨 운석 정체 밝혀졌다[사이언스 PICK]

윤현성 기자 2024. 8.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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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 60~70% 사라진 'K-Pg 대멸종' 원인…동위원소 조사로 파악
목성 너머에서 온 '탄소질 운석'…수억년에 한번 지구 충돌 궤도 진입
생성형 AI '챗GPT'가 그린 칙술루브 운석의 지구 충돌 모습. (사진=챗GPT)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6600만년 전 지구와 충돌해 공룡을 비롯한 생물들의 대멸종을 일으킨 '칙술루브' 운석의 기원이 처음으로 파악됐다. 당시 지구에 살던 생명체의 60~70%를 멸종시킨 이 운석은 목성 궤도 너머에서 형성된 탄소질의 소행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학계에 따르면 독일 쾰른대 지질학 및 광물할연구소 연구진 등은 칙술루브가 원인이 된 지질시대 '5번째 대멸종'이 있었던 백악기-고제3기(K-Pg, 백악기-팔레오기)의 지질층을 조사한 결과 칙술루브가 희귀한 탄소 성분의 '콘드라이트(구립운석)'라는 점을 알아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칙술루브 운석과 지구의 충돌은 지구에서 일어난 역대 2번째로 큰 규모의 천체 충돌로 알려져 있다. 지름 약 15㎞의 칙술루브는 현재 멕시코에 해당하는 지역에 직경 약 180㎞, 깊이 약 20㎞의 크레이터를 남겼다.

이 충돌로 발생한 화산재, 먼지 구름 등이 태양을 가리게 됐고, 그 결과 공룡을 비롯한 당시 생물종의 약 60~70%가 사라진 'K-Pg 대멸종'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연구 전에도 인류는 꾸준히 칙술루브 충돌로 인한 대멸종에 대해 연구해왔다. 이미 20세기부터 학계에서는 에베레스트산보다 큰 소행성이 최소 수백만년 전 지구를 강타해 대멸종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백악기-팔레오기 시기의 지질층을 조사한 결과 지구 암석에서는 드물고 외계 우주 암석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리듐'이 고농도로 포함돼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이후 1998년의 한 연구에서는 이 K-Pg 층에서 크롬의 농도가 높고, 이는 지구에 떨어진 탄소질 운석 농도와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쾰른대 연구진 등은 지구에도 비교적 흔하게 존재하는 크롬이 아니라 지구보다 외계 암석에 약 100배 더 흔한 '루테늄'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K-Pg 지질층의 5개 샘플에서 루테늄의 7가지 안정 동위원소 농도를 조사했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는 같지만 질량이 다른 원소를 의미한다. 특히 안정 동위원소는 방사성 동위원소와 달리 시간이 지나도 다른 원소로 바뀌는 자연 붕괴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안정 동위원소 비율을 조사하면 물질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조사 결과 루테늄 비율은 지질층 어디서나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루테늄 동위원소들이 같은 물체에서 왔다는 방증인 셈이다. 이미 학계에 알려진 탄소질 운석에서도 이와 비슷한 값이 측정된 바 있으며, 추가 연구 결과 칙술루브 운석의 루테늄 동위원소 비율이 태양계 외곽의 탄소질 운석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모습. 6600만년 전 이 사진 한가운데에 칙술루브 운석이 충돌했다. (사진=ESA) *재판매 및 DB 금지

콘드라이트라고 불리는 탄소질 운석은 약 46억년 전 태양이 탄생한 이후 나타난 일종의 잔재다. 특히 물과 탄소를 비롯한 기타 휘발성 분자들로 이뤄져 있는데, 이런 화합물들은 태양에 의해 증발하기 쉬운 만큼 주로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영역에서 형성된다. 이 탄소질 운석들은 지구가 형성되고 첫 10억년 동안은 빈번하게 지구와 충돌했으나, 현 시대에는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의 5%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지질학의 개념에서 살펴보면 칙술루브는 불과 6600만년 전, 비교적 최근 지구에 떨어진 운석이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야 할 소행성이 특이하게 지구까지 찾아온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그 이유를 분석했다. 칙술루브와 같은 탄소질 운석들은 현재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대 외곽 부분에 주로 몰려있다.

연구진의 시뮬레이션 결과 행성들의 중력 영향으로 이 소행성대에서 탄소질 소행성이 드물게 떨어져 나와 태양계 안쪽으로 날아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칙술루브처럼 약 10㎞ 지름을 가진 소행성들이 소행성대에서 방출돼 수억년마다 지구 충돌 궤도로 진입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칙술루브의 기원을 파악하게 되면서 기존에 제기됐던 '혜성 충돌로 인한 대멸종설' 등은 다소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혜성은 해왕성 궤도 너머에서 왔고, 탄소질 운석과 비슷하지만 얼음 등의 성분을 추가로 포함하고 있다"며 "공룡 멸종의 원인이 혜성이라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려면 혜성 샘플을 수집하는 우주 임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임무가 이뤄진다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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