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범아 편하게 쳐라, 네가 못 치면 진다” 꽃범호 ‘진심 반 장난 반’ 화법…KIA 나스타 책임감 ‘활활’[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나)성범아 편하게 쳐라. 네가 못 치면 진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말을 상당히 재밌게 하는 지도자다. 취재진 공식 브리핑에선 최대한 기름기를 빼지만, 편안한 자리에선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 이는 지도자 리더십에도 큰 장점이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고,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최근 ‘나스타’ 나성범에게 위와 같이 얘기했다. 분명히 나성범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말인데, 끝까지 들어보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는 발언이다. 마치 약속장소에 먼저 온 사람이 뒤늦게 달려오고 있는 사람에게 ‘천천히 빨리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화법이다.
나성범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두 사람은 신뢰관계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에게 “너무 부담을 갖는 것 같다. 표정부터 너무 어둡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괜찮다. 편하게 쳐라. 니가 못 치면 진다”라고 했다.
나성범은 16일 잠실 LG전 직후 “(이범호 감독이)장난스럽게 하신 것이다. 편안하게 치라는 뜻이었다. 장난으로 하신 것인데 책임감이 좀 생기죠. 그래도 감독님이 항상 믿고 내보내 주는 것에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중요한 경기서 감독님에게 믿음을 보답한 것 같아서 되게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나성범은 여전히 좋지 않다. 82경기서 타율 0.279 16홈런 67타점 39득점 OPS 0.835 득점권타율 0.304. 최근 10경기서도 타율 0.268. 그러나 15일 고척 키움전 우월 스리런포와 16일 LG전 역전 결승 우월 투런포로 이름값을 했다. 유영찬의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몸쪽으로 바짝 붙는 코스였다. 타격 타이밍이 늦으면 절대 공략하기 어려운 코스. 이 홈런은 그 자체로 나성범의 타격감이 올라온다는 증거다.
나성범은 “어떻게 쳤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났다. 무사 3루서 소크라테스가 죽는 바람에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외야로 멀리 쳐야 되겠다는 편안한 마음을 갖고 타석에 들어갔다. 유영찬이 직구가 워낙 좋아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다. 초구에 파울이 나서 또 늦었다 싶었다. 그래서 타이밍을 빨리 잡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했다”라고 했다.
서서히 상승세의 동력을 만든다. 나성범은 “키움전 홈런이 더 잘 맞은 타구이긴 했다. 좋은 타구가 나올 때 보면, 밸런스도 타이밍도 좋다. 그걸 유지하려고 한다. 안 맞을 땐 좀 급해지는 것 같다. 난 내 단점을 안다. 아는데도 잘 안 되는 게 야구라서, 너무 어렵다. 매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안 되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계속 풀어야 하는 숙제다”라고 했다.
최형우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졌다. 4번을 맡다가 최근 2경기서 5번을 맡자 2경기 연속 홈런이 나왔다. 그러나 나성범은 “내 몫만 하면 된다.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된다. 예전에는 타순에 많이 예민했는데 이젠 경기를 하다 보니 안 될 때도 있다. 잘 치다 보면 타순은 어느 순간 올라가 있다. 어느 타순이든 신경 쓰지 않고 내 모습만 보여주자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라고 했다.
KIA는 일단 2위 LG에 5경기 차로 도망갔다. 그러나 나성범에게 방심은 없다. “아직 (정규시즌 우승)확정이 아니다. 확정되는 그날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연패를 탈 수도 있고, 2위와 3위 팀들이 바로 밑에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역전될 수 있다. 그런 시즌을 봤다. 확정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면 안 될 것 같다”라고 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